침팬지는 악마가 아니다. 친절을 베풀고 사랑을 나누고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우리와 매우 닮았다. 침팬지가 폭력을 쓰는 배경은 인간이 폭력을 쓰는 그것과 똑같다. 암컷 때문에, 경쟁 상대인 수컷 때문에, 영역 때문이다. 침팬지처럼 땅에 의지해 살아가던 수렵채집사회에서 살인율도 대체로 이와 비슷하다 - P200

침팬지족사람은 거칠기가 내장 같고 억세기가 손톱 같다.
사소한 의견 차이에도 피를 튀기며 싸울 자세를 하지만 두어 번주먹이 오고간 뒤에는 서로 마음을 풀고 사이좋게 지낸다.

보노보족 사람은 보다 의뭉스럽다. 늘 웃는 얼굴을 하고있지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그들이 가장싫어하는 사람이 함께 있더라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집단 내 평화를 반드시 지켜나가기 때문이다.그런데 누군가가 탈선을 되풀이하면 보노보는 천천히 동맹 세력을 모은다. - P217

많은 과학자와 환경보호 활동가가 보호구역의 유인원을 모두 머리에 총을 쏘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호구역을 운영하는 비용으로 국립공원을 지원하여 유인원 수십 마리가 아니라 수천 마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호구역이 야생의유인원을 보호하는 데 쓰여야할 지원금을 독점한다고 우려한다. 사람 관리자가 보호구역 동물에게 야생 개체군을 절멸시킬수도 있는 질병을 옮길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 P219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연합군이 독일에 폭탄을비 오듯 쏟아붓던 때, 뮌헨의 헬브룬 동물원 Hellabrunn Zoo에는보노보 우리가 침팬지 우리 바로 옆에 있었다. 유난히 인정사정없이 폭탄을 퍼붓는 동안 보노보는 한 마리도 남지 않고 겁에질려 죽어버렸다. 침팬지는 모두 괜찮았다. - P247

1890년, 조지프 콘래드 Joseph Conrad가 유럽인이 콩고에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묘사했다. "강단 없이 무모하고 배포 없이 탐욕스럽고 용기 없이 잔인한그 땅 가장 깊숙한곳에서 보물을 노략질하려는 욕망뿐이었다네. 그 욕망의 이면에 도덕적 목적은 없었어. 금고를 터는 날강도나 다름없었지." 100년 이상이나 흘렀지만 별로 달리진 게 없다. - P250

무엇 때문에 우리가 사람으로 자리매김하는가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몇몇 이들은 눈물이라고 말한다. 우리가눈물을 흘리는 유일한 존재이고 우리만이 진정 슬픔을 느끼기때문이라고.

그 말을 들을 때면 나는 이시로가 떠오른다. 비탄에 젖은 눈으로 미케노를 애타게 부르던 얼굴이 이를 한껏 드러내며 사육사를 향해 고함 지르던 표정이, 장대를 밀어내고는 다시 죽은 미케노에게도 달려와 손가락으로 그 가슴을 후벼 파던 모습이. 미케노의 숨을 꽉 움켜잡으면 되살려놓을 수 있다는 듯.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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