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길레프(당시 그는 비서로 채용한 알렉시스 마브린 Alexis Mavrine 이라는 젊은이와 사귀고 있었다)는 당연히 발레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도, 졸업한 이후에도 무대에서 공연하는 니진스키를 보았다.
니진스키는 러시아 예술계의 실력자로서 다길레프를 알았다. 부르만에 의하면 이들의 첫 만남은 마린스키 극장의 공연 때 중간휴식 시간이었다고 한다. 니진스키는 리보프 공작과 거울이 있는 큰 홀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오늘날에도 소비에트 시민들은 홀의 가운데 광택이 나는 세공한 마룻바닥은 비워 두고 벽을 따라 깔린 긴 카펫 위를 걸어 다닌다. 리보프는 그에게 길레프를 소개했다. 두 남자는 예외적일 만큼 대비가 되는 모습이었음이 틀림없다. 큰 머리와 인상적인 태도, 그에게 ‘친칠라‘라는별명처럼 검정 머리에 흰머리가 한 줄로 나 있고 외눈 안경을 겉멋으로 끼고 다니는 그의 모습은 실제보다 커 보였다. 5피트 4인치 키에 비스듬히 올라간 눈매와 좁고 경사진 어깨에서 솟아나있는 근육질의 긴 목을 지닌 젊은이는 기본적으로 눈에 띄지 않은 외모였으며 그의 옆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왜소해 보였다. - P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