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페인으로 무기력한 몸을 깨우기 위해 주섬주섬 작은 버너와 알루미늄 통에 든 커피콩을 꺼냈다. 동행 중 하나인존 호킹스 Jon Hawkings가 나의 피로를 감지하고 내게 커피 여과지대용으로 쓸 만한 얇은 양말 한 짝을 건넸다. 검은 액체가 방울방울 떨어져 간신히 작은 컵 하나를 채웠다. 나는 그 천상의풍미를 입으로 가져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눈을 감은 채 음미했다. 커피는 나를 부활시키는 듯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어쩌면 오늘도 쓸모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 P188

영국에서부터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고 열여섯 시간 비행하여 칠레 남부의 코야이케까지 간 뒤 픽업트럭을 타고 유명한 카레테라 아우스트랄Carretera Austral 도로를 꼬박 이틀 동안 덜컹거리며 달려야 했다.
이 도로의 남쪽은 대부분 비포장도로였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대통령의 독재 시절인 1970년대 후반, 남부 영토의 통제를위해 건설된 이 길고 구불구불한 간선도로는 남북 빙원을 이으며 완공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사실 피노체트는 이 도로로 두 빙원 전체를 아우르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품었지만 이는 결국 과욕으로 드러났다." 오늘날 카레테라 아우스트랄은파타고니아 곳곳에 흩어져 사는 200만 주민들을 연결하는 데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1,000킬로미터가 넘는 야생 지역을 가로지르며 세계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고속도로에 속한다. 이 도로와 인접한 피오르와 해협, 만 등은 모두 엄청난 강우량 때문에 생명력 넘치는, 두툼하고 풍성한 초록 카펫으로 뒤덮여. 있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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