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2004년 2월 9일 월요일, 공장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K0862 는 단 3분 만에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한다. 여섯 자리 일련번호 No. 565700이 그것이다. 스타인웨이가 제작한 통산 56만 5700번째 피아노임을 의미하는 이름이다. - P351

No. 565700에 또 하나의 정체성이 부여될 것이라는 새로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콘서트 및 리사이틀, 녹음 세션,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에 대여하는 약 300여대의 피아노 군단에 No.565700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관례에 따라 이들 피아노에는 세 번째 아이디 넘버가 주어지고, 그렇게 No. 565700은‘CD-60‘이 된다. ‘콘서트‘와 ‘모델 D‘의 머리글자를 딴 약어다. 새로운 정체성이 생기면서 행선지도 웨스트 57번로를 향해 통유리창이 환하게 나 있는 1층 쇼룸이 아니라 스타인웨이 홀의 지하층으로 바뀐다. - P354

몇몇 피아니스트들은 스타인웨이 지하실에 있는 피아노들이서로 대화를 나눈다고 말하기도 한다. 피아노 중에서도 서로 친한단짝처럼 구는 피아노들이 있는가 하면, 철천지원수처럼 으르렁대는 피아노들도 있다는 사람들도 있다. 서로 싫어하는 피아노끼리붙여놓은 상태로 연주를 하면 좋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피아노들은 피아니스트들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 P357

햇빛 쨍하고 바람 많은 4월26일 월요일, 키가 크고 여윈 젊은 피아니스트 조너선 비스가 미시간의 어느 무대 위로 껑충 뛰어오른다. 공연장 바깥의 푸른 하늘이나 초록빛 잔디와는 어울리지않는 어두운 화음과 비쭉 날이 선 선율로 가득한 짧고 성난 음악이연주회의 포문을 연다. 그렇게 스타인웨이 지하실로부터 98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CD-60의 데뷔가 이루어진다. -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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