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망들은 멀리서 우릴 발견하면 "개애!!!" 하고 알아듣기 어려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른다. 그럴 때면나는 멀리서도 잘 볼 수 있도록 똥봉투를 머리 위로 들어올려 있는 힘껏 흔들었는데 그걸 보면 할망들은 더 큰소리로 외친다.
우리 우영(텃밭)에!
개! 똥 씌우지 마라 (못 누게 해라!)
손짓 발짓으로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미 우리를 포착한 할망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기만 한다. 두식이를 가운데 두고 할망과 나의 대화는 마치 통역이 없는 국제심포지엄 같다. 할망들을 피해 경보를 하듯 힘차게 걸어숲길에 이르기 전까지 평온한 산책은 꿈도 꿀 수 없다. - P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