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현의 제주도 이야기 - 어린이 제주 인문서 아이세움 배움터 32
주강현 지음, 조혜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난 제주도를 딱 3번, 졸업 여행, 고모님댁, 그리고 가족여행으로 가본 적이 있다. 운좋게도 날씨가 좋아서 한라산 정상까지 올랐고, 옥색의 제주 바다도 맘껏 느꼈던 즐거운 여행이었다. 그래서인지 제주도는 나의 기억 속에 아름답고 좋은 추억의 장소로 남아 있다. 하지만 <주강현의 제주도 이야기>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었던 놀라운 사실들, 즉 옛제주도 사람들의 고단했던 삶들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제주도에 대한 또다른 이면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제주도의 오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삶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책은 제주도의 모든 것을 담아낸 어린이를 위한 제주 인문서로,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관뿐만 아니라 가슴 아픈 역사적 사실과 독특한 문화, 고단한 제주민의 삶의 애환까지도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로 서술하고 있다. 제주도에 대해 20가지 섬으로 주제를 나누어 이야기하는데 각 주제에 대한 고증으로 고서의 문구를 인용하다보니, 역사적 사실임을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바람의 섬, 화산과 오름의 섬, 곶자왈의 섬, 풀과 나무의 섬, 용천수의 섬, 구로시오의 섬, 표류의 섬, 돌담의 섬, 돌챙이의 섬, 여다의 섬, 해녀의 섬, 신들의 섬, 탐라의 섬, 해금과 유배의 섬, 궨당과 삼촌의 섬, 고팡과 정낭의 섬, 귤의 섬, 테우리의 섬, 돼지고기의 섬, 우영팟의 섬으로 나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의 기후로 인해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자신을 굴절 시켜 풍향목으로 변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폭낭(팽나무)강인한 제주 정신의 상징이라고 한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오름의 왕국이고, 제주에만 있고 세계적으로 희귀한 자연환경인 곶자왈은 가시덤불과 나무들이 섞여 있는 '곶'과 토양이 빈약한 돌무더기 황무지인 '자왈'이 결합된 제주 말로, 즉 '덩굴과 암석이 뒤섞인 어수선한 숲을 뜻한다. 약초가 잘 자라는 화산토가 많고, 바닷가에 이르면 지하로 흐르던 물이 솟구치는 용천수는 제주 사람들의 생명줄이기도 했다.

 

 

 

 

 

 

 

 

 

 

배 없이는 내왕이 불가능한 제주는 표류 사건이 많이 일어났는데 우리의 가장 흥미진진한 표류기는 대체로 제주를 근거지로 탄생했다고 한다. 표류기는 살아남은 자의 기록일 뿐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며, 안타깝게도 확률상으로 표류자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았다고 한다. 제주도에 가면 다양한 돌담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은 거센 바람이 그 사이로 빠져나가면 돌담이 무너지지 않게 되므로 돌담의 과학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제주도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많다고 한다. 배가 침몰하여 돌아오지 않는 남자가 한 해에 100여 인이나 되었다고 하니 여자가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남자가 부족한 조건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살아가야 했던 여성들의 노동 참여는 기본이었다고 한다. 제주에서 여성들이 영웅으로 맹활약하는 공간은 신화인데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 중의 한 명인 요망진(제주 말로 총명하다는 뜻) 여자 '자청비'는 제주 여성의 개방성과 당당함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김만덕(1739~1812)은 기생 출신으로서 모질게 술과 잡화를 팔며 살아간 비천한 신분이었지만 제주에 흉년이 들어 모두가 배고픔에 허덕일 때 1천금을 내놓는 선행을 베풀어 나라에서 출륙금지령 속이었는데도 서울로 올라가 금강산 유람을 했던 대단한 제주 여성이다.

 

 

 

 

 

 

 

 

제주 해녀들은 관아에 전복을 바치기 위해 추운 겨울에도 물질을 해야 했던 고통스런 삶을 살았고, 돈벌이를 위해 제주 바다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부산, 울릉도, 독도, 흑산도 등 육지로 나가기도 했고 심지어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 등 동북아시아 전역으로 나가는 과감성을 보여주었다. 원정 물질은 세계 해양사에서 유래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해녀들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모시는 상자, 혼백상자를 늘 등에다 지고 물속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죽음을 염두에 두고 험한 바다로 뛰어드는 해녀들의 삶에 마음이 아팠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제주에 온갖 요새를 구축한 사실에 힘없는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설움과 제주도에서 일어난 민중 항쟁 4·3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던 역사도 참 안타까울 뿐이다. 시할아버님도 이 사건때 희생되었던 분 중의 한 분이시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 놀라운 사실은 조선시대 인조7년(1629)부터 순조 23년(1823)까지 무려 200여 년간, 제주 사람들과 외부 세계의 교류를 금지시켰던 출륙 금지이다. 이로 인해 제주가 축적시켜 온 모든 해양력을 한순간에 날려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왜 그랬을까? 한숨만 나왔다.

 

 

 

 

 

 

 

 

 

 

지금은 흔한 과일 중의 하나인 귤은 고대 및 중세 사회에서는 임금과 세도가에서나 맛볼 수 있는 황금의 열매였다. 중국 남부의 윈난 성이 감귤의 생성과 전파에 중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올 2월에 중국 윈난 성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유난히 많이 생산되었던 귤을 실컷 먹었다. 맛도 정말 좋았던 기억이 난다. 국가에서 조직적 세금으로 감귤을 걷어갔는데 사실 지독한 착취로 사람들은 감귤 재배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민가에서는 귤을 가리켜 고통을 주는 나무라 하여 더운 물을 끼얹어 죽여 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런 일까지 했을까?

 

 

 

<중국 윈난 성 시장>

 

 

 

 

 

 

 

 

알프스에는 하이디가 있다면 제주도에는 말과 소를 방목하는 목축 기술자 '테우리'가 있었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척박한 화산토 농경을 위해 반드시 휴경(땅을 번갈아 가면서 농사짓는 방식)을 해야 했기 때문에 테우리가 농사일까지 했다. 테우리들은 말을 애써 키워 관아까지끌고 가 검사를 받는 처량한 신세이기도 했다. 비천한 신분으로 간주되었고 한번 맡겨지면 숙명처럼 벗어날 수 없는 고역으로, 자살하거나 말을 살해하여 고난을 벗어나려는 자도 있었다고 한다. 보통 제주도에 놀러가면 말을 타보는 것이 의례적인 일이었는데 테우리들의 삶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제주도를 비롯한 태평양에서는 모두 돼지고기를 즐겨먹는 것과 메밀과 무를 이용한 제주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 빙떡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제주도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는 맑은 공기, 깨끗한 물때문이다. 그리고 고사리, 부추, 당근, 고구마, 감자와 같은 거친 음식이야말로 장수를 보장하는 것이다.

 

 

 

 

 

 

 

 

권말에는 제주에 딸린 섬 속의 섬, 마라도, 가파도, 우도, 비양도, 추자군도, 이어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는 섬이라는 것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제주 사람들의 힘들었던 삶과 고난의 역사, 문화를 알게 되면서 제주도의 전통이 잘 이어졌으면 좋겠고 우리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를 더욱 사랑하고 보듬어 나갈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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