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좁은 아빠'라는 제목을 보고 '얼마나 속이 좁은 행동을 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집 아빠의 행동과 비교해보려는 마음으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네요~ 그런데 한 장 한 장의 책을 넘기면서 '속 좁은 아빠'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이 이야기에서 '속 좁은 아빠'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요?
항상 책을 읽기 전에는 앞표지와 뒤표지를 살펴보고, 지은이와 그린이에 대한 약력을 읽어본답니다. 책의 전반적인 취지를 알 수 있어서 좋고, 지은이가 어떤 분인지 알 수 있으니까 책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아이들에게도 주문했더니 이제는 자기들이 알아서 척척 살펴본 다음, 본문의 이야기를 읽더라구요~ 책을 읽을 때마다 어떤 작가의 작품인지 제게 큰소리로 얘기해 주기도 한답니다. 앞표지를 넘기면 눈에 띄는 사진 한 장이 시선을 끕니다. 바로바로 '속 좁은 아빠' 이야기를 쓴 김남중 작가의 가족 사진이예요. 두아들과 김남중 작가 이렇게 세 남자는 남자 속옷을 머리에 둘러쓰고 아내와 함께 윙크하며 찍은 익살스런 사진이네요~ 정말 행복해 보이고, '세상 모든 것이 동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타이틀에 걸맞는 것 같아요~
논술 과외 선생님인 엄마는 현주가 학력 평가 시험을 잘 봐서 이웃집 강철이 엄마의 부러움을 삽니다. 근데 술만 마시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대서 '고래 아저씨'라는 별명을 가진 아빠때문에 엄마는 속상해 하지요. 아빠는 술만 마시면 세상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엉뚱한 곳에 전화를 해 대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어 난처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예요. 술에 취한 아빠때문에 동생 민두는 불을 끄고 자는 척한답니다. 현주는 술이 깨어있을 때의 아빠는 얌전하고 말 없는 정대면 씨이지만 술에 취했을 때는 철면피 막무가내 술고래 동네 망신 정대면씨가 되는 아빠를 정말 싫어합니다. 아빠때문에 우는 엄마의 울음 소리에도 속상하기만 하지요. 그래서 현주는 울고 싶지만 아빠에게 지기 싫어서 울음을 참습니다. 아빠는 민두의 생일날에도 일찍 들어오지 않아 가족들을 실망시킵니다. 현주는 아빠가 없는 게 낫다고까지 생각하며 아빠를 너무 미워하게 됩니다. 가족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데도 고쳐지지 않는 아빠의 술버릇, 어쩌면 좋을까요?

엄마는 최후의 방법으로 며칠 전 어떤 아저씨한테서 받은 명함을 찾아 전화를 걸어 만나기로 합니다. 아빠의 술을 끊게 하기 위해서이지요. 약속 장소에 나온 할아버지는 부활 금주 클리닉 원장인 주태백이라고 소개를 하고 금주 프로그램을 이용하신 고객들은 모두 금주와 금연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엄마는 복권에 1등으로 당첨되는 것보다 아빠가 술 끊는 게 가장 큰 소원이라면서 큰 돈을 지불해서라도 금주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로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금주 프로그램에 대한 것은 현주와 엄마 둘만의 비밀 계획이 되었답니다. 금주 클리닉에서 정해준 병원에 가서 건강 검진을 받는 척하여 암이 발견되었다고 겁을 주면 당장 술과 담배를 끊을 것이고, 지방 흡입 수술을 하면 아빠는 그게 암 수술인 줄 알고 음식 조절을 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방법인 것 같지만 아빠가 술을 꼭 끊었으면 하는 엄마와 현주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네요~
주태백 원장의 전화를 받은 엄마는 아빠를 병원에 데려가서 내시경 검사를 받게 되는데 실제 위암이라는 판정을 받아 아빠는 상심에 빠집니다. 하지만 엄마와 현주는 정해진 대본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아빠는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했고, 술과 담배도 끊었답니다. 그리고 민두와도 잘 놀아주셨고, 저녘밥도 맡아서 해주십니다. 갑자기 2박 3일로 동해 바다를 보러 가자고 하여 모처럼 가족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현주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가족들 걱정을 하며 우는 아빠를 멀리서 보게 됩니다. 드디어 아빠가 수술을 하게 되는데 지방 흡입 수술이 아닌 암 수술로 아빠 위를 잘라 내는 수술이라고 합니다. 엄마가 주태백 원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불안해하는데 아빠가 진짜 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엄마와 현주는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일곱 시간의 오랜 수술 끝에 아빠가 병실로 돌아왔는데 엄마와 현주에게는 그 일곱 시간이 일주일처럼 느껴졌고 아빠를 다시는 볼 수 없을까봐 조마조마하며 기다렸답니다. 저도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다보니 아픈 아빠를 기다리는 엄마와 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것 같았답니다. 아빠는 엄마의 도움을 받아 틈틈히 운동을 하며 빨리 나으려고 노력합니다. 아빠가 위를 자르는 수술을 받아서 별명이 '속 좁은 아빠'로 붙여진 것입니다. 현주는 우연히 병원에서 최연소의 암 환자인 선우라는 친구를 알게 되었고 선우는 일방적으로 현주를 여자 친구로 생각하며 장난을 칩니다. 아빠가 항암 치료를 받기 전 불안해 하자, 선우라는 친구가 어떻게 하면 항암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며 아빠를 안심시킵니다. 1차 항암 치료를 받고 기력이 빠진 아빠는 기차여행을 떠나 폭포 속에 있는 소나무를 가리키며 아이들에게 든든한 뿌리가 되어줄 것을 약속합니다. 아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네요~ 아빠는 항암 치료를 마치고 일을 다시 시작하여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해서 아빠는 술을 끊으셨고 온 가족이 행복해졌답니다.
현주는 맨날 술만 먹는 아빠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미워했지만 막상 아빠가 아프게 되면서 아빠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이 아빠의 존재감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김남중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항상 엄하셨던 아빠와 가까워지지 못하고 늘 소원했던 아빠와의 관계에서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아버지와 화해를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고 합니다. 부모님들이 늘 우리 가까이 오래 계실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바쁜 회사일로 자주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에게 불만하기 보다 우리가 먼저 다가가서 아빠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힘을 주는 것이 아빠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