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려고 집어 든 초등 2학년 큰 딸아이가 제게 '엄마, 절제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했답니다. 그래서 저는 '절제'라는 의미를 먼저 말해주지 않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절제의 뜻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네요~ 책을 펼친 딸래미는 신이 나 소리치더라구요~ 왜냐면~~~2학년 1반 아이들이 나오고, 창기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나오고, 엄마 이름과 같은 지영이라는 친구가 나오기 때문이었어요~ 지금 딸아이가 2학년 1반이고, 자기반에 창기라는 친구가 있어서 더욱 반갑고 신기했던 모양이예요~ 당장 자기 반에 가져가서 친구들이랑 돌려 읽고 싶다고 하였네요~ㅎ 이렇게 책을 읽는 독자, 즉 어린이나 어른 모두에게 무언가 자신과 공감되는 부분이 있으면 책에 더욱 몰두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학년 1반에는 칭찬 나무가 있답니다. 매달 숙제를 잘해오면 '숙제왕', 남을 위해 봉사하면 '봉사왕', 발표를 잘하면 '발표왕', 절제를 잘하면 '절제왕'이라고 해서 왕들이 참 많답니다. 이번 달에는 절제왕을 뽑기로 하여 2학년 1반에는 네 명의 후보가 선정되었어요~ 과연 네 명의 후보 중에 누가 '절제왕'이 될 지 두구두구 딸래미랑 정말 궁금해하며 읽어내려갔네요~ㅎ
첫 번째 후보는 창기인데 창기는 틈만 나면 게임을 하는 아이랍니다. 엄마가 집을 비운 날에는 창기가 게임을 맘껏 할 수 있는 날이지요~ 이모가 아기를 낳으려고 하여 엄마가 병원에 가셔서 창기는 학원에 갔다가 게임이 하고 싶어서 선생님께 배가 아프다고 거짓말까지 하고는 집으로 돌아와 게임을 실껏 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창기 머릿속에는 온통 게임 생각뿐이예요~ 학교 숙제도 하지 않고 선생님께 혼이 납니다. 게다가 준비물 살 돈으로 피시방에 가서 게임을 신나게 해버렸지요. 날이 어둑해져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파트 근처에서 구급차를 발견하게 돼요. 어떤 젊은 부부가 게임 중독으로 아기를 돌보지 않아 아기가 굶어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창기는 너무 놀라 자신이 그 젊은 부부의 아기가 되었다가, 어느새 아빠가 되어 아기가 울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게임을 하고 있는 자신을 사람들이 달려들어 마구 때리는 꿈을 꾸게 됩니다. 꿈이어서 다행이었지만 이제 창기는 날짜와 시간을 정해 두고 게임을 조절해서 하기로 했답니다. 요즘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아이들이 인터넷 문화에 급속도로 파고들어 있는데 절제의 미덕으로 게임 중독이라는 무서운 병에 노출되지 말았으면 합니다. 오늘 뉴스에서도 어떤 한 중학생이 게임 중독으로 엄마와 자신의 목숨을 잃는 끔찍한 사건 소식을 접하였는데 씁쓸한 마음이네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의 지도가 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후보는 예솔인데 예솔이는 2학년 1반의 쌈닭이라는 별명이 붙은 아이랍니다. 별일 아닌데도 동생에게 화를 내고 밀쳐 동생을 울립니다. 예솔이의 하루는 화를 내는 걸로 시작해서 화를 내는 걸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지요~ 예솔이네 반에 시골에서 온 까무잡잡한 소라라는 친구가 전학을 오게 됩니다. 친구들이 '촌뜨기'라고 놀려도 화를 내기는커녕 소라는 빙글빙글 웃기만 합니다. 줄넘기 급수 시험을 보는 날에 예솔이 체육복 바지가 자꾸 내려가자 민우가 엉덩이에 있는 점이 얼마만하냐고 자꾸 놀려대는 바람에 예솔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남자인 민우를 한 대 칩니다. 그리고는 엉엉 울어버리는데 소라가 와서 예솔이를 위로해 줍니다. 소라는 민우가 촌뜨기라고 놀려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이중 뛰기까지 거뜬히 해냅니다. 소라는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마음 속으로 천천히 숫자를 세어 화를 참는다고 합니다. 이런 소라 덕분에 예솔이도 이제는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꾹 참기로 합니다. 예솔이도 이제는 쌈닭이 아니랍니다.

세 번째 후보는 유리인데 유리는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꼭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랍니다. 유리와 은지가 지영이 생일 선물을 고르기 위해 간 선물 가게에서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을 몰고 다니는 수아가 하고 온 보석이 촘촘하게 박힌 분홍색 머리띠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 머리띠는 가격이 '20,000'원이나 했답니다. 하지만 유리는 집에 열 개가 넘는 머리띠가 있어도 그 머리띠가 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선생님꼐서 불우이웃 돕기에 쓴다며 나눠주신 저금통에 모아둔 돈을 가지고 결국 머리띠를 사버립니다. 유리만 빼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 저금통을 가져와 '절제왕'이라는 칭찬나무에 이름이 모두 걸렸답니다. 유리는 너무도 창피했지요. 다음 달에는 꼭 욕심을 버리고 절제를 하기로 결심했답니다.

네 번째 후보는 동배인데 동배는 맛있는 것을 보면 절대로 참지 않는 아이랍니다. 요리하는 엄마 덕분에 맛있는 음식들을 맘껏 먹었는데 살이 많이 쪄서 엄마의 특단의 조치로 다이어트를 하게 됩니다. 일주일 후에 이모네 돌잔치로 누나와 동배는 먹고 싶은 음식들을 마구마구 먹다가 그만 동배가 배탈이 나고 말았어요. 병원에서 유리를 만나 불렀지만 유리는 자기 엄마에게 '자기 반 공포의 삼겹살'이라고 하면서 무시를 했답니다. 그 때부터 동배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음식은 식탁에서만 먹고, 먹을 때는 천천히 먹으면서 식생활을 바꾸게 됩니다.

네 명의 친구들을 통해 게임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힘, 화를 내지 않고 참을 줄 아는 힘, 지나친 욕심을 이기는 힘, 먹고 싶은 것을 참을 줄 아는 힘, 즉 절제를 배우게 되었답니다. 욕심을 꾹꾹 참는 것이 아니라 지그시 욕심을 다스리는 게 절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