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3년 - 레벨 1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조성자 지음, 이영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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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3년]은 아이세움의 익사이팅북스 45번째 이야기로, 생활·환타지 동화이다. 이 책의 저자이신 조성자님의 작품으로 [나는 싸기 대장의 형님!]이라는 책 다음으로 만난 이야기라서 더욱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하였다. 물론 초등 2학년 딸아이는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져 금방 읽어내려갔다.
 
 
 주인공인 초등 3학년 여자 아이 상아가 현장학습을 가던 중에 들른 휴게소에서 한눈 팔다가 화장실에 갇혀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한 권의 책에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 지에 대한 힌트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제목인 것 같다. 이 책의 제목 또한 '화장실 3년'으로 궁금증을 유발하여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고 있다. 화장실? 하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공간이면서도  지저분한 곳이라고 떠올릴 것이다. 나또한 그런 생각을 가졌었다. 게다가 왜하필 3년이란 세월일까?라는 궁금증도 가졌다. 그리고  '3'이란 숫자는 한문장(漢文章)에서 한자의 의미로 '셀 수 없이, 수많은'이란 뜻으로 대체적으로 쓰인다고 알고 있어 왠지 정해지지 않은 세월이라고 혼자 나름 생각하고 책을 펼쳤다.
 
 
상아는 짝꿍이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버스 뒷자리에 혼자 앉아 현장 학습을 떠나게 된다. 잠시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에 가려는데  평소 소지품을 두고 다니지 않아서 가방을 메고  나온 상아는 화장실로 가는 도중 풍겨나오는 꽃내음을 맡았고,  상아 옆을 쏙~지나가는 다람쥐를 쫓아 나무가 우거진 숲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 옆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 상아는 당황하게 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초등3학년 딸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는 생각들이 내머릿 속에서 마구마구 쏟아져 나왔다. 힘껏 문을 두드리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와주지 않는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엄마도 ....      상아가 1학년이 되던 해에 엄마랑 다투고는 삼 년 후쯤 돌아올거란 말만 남기고 집을 나간 아빠가 생각났지만 가슴이 답답해졌다.  상아는 아빠가 집을 나간 지 일 년이 되었는데도 삼 년처럼 길게 느껴졌고 지금 화장실에 갇혀 있는 시간도 삼 년처럼 길게만 느껴진다.  아! 이제야 제목에서의 '3년'이란 의미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상아에겐 좋지 않은 기억과 관련된 시간이었던 것이다. 초등 3학년인 상아가 겪어야 할  아픈 일들이어서 부모의 마음으로 상아의 처지가 가슴아팠다.
 


 
화장실에 갇힌 상아는 자신이 너무 조용한 아이여서 아무도 찾지 않는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시간이 갈수록 상아의 마음은 더욱 졸아들어 서러움과 두려움에 울기도 했다. 그 사이 좁은 창문 너머에서 다람쥐를 보았고 청설모에게 김밥 한 개를 주었고,  먹성이 좋지 않았던 나는 아침에 엄마가 싸 준 김밥과 생선전을 엄청 맛있게 먹었고  평소 생각지 못했던 물맛도 개운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껴보게 된다. 만화가의 꿈을 위해 삼 년 후에 미술 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모은 돈도 손에 있지만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 실망한다. 여기서 삼 년도 상아에게 아주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온몸이 추워져 눈물을 흘리던 상아는 엄마, 외할머님, 외할아버지께서 좋은 생각을 해라는 목소리를 떠올리며 울음을 그친다. 교휘가 준 초콜릿을 먹으며 기운을 차린 상아는 마지막 방법으로  만화를 그려놓은 보물처럼 아끼는 수첩에다 도와달라는 메모를 적어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창문 밖으로 띄우면서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상아가 얼마나 아꼈던 수첩인데....상아의 절막한 심정을 보여준다. 상아를 부르는 목소리는 너무도 보고 싶었던 엄마, 아빠의 목소리였다.  상아는 아직 문이 열리지 않았는데도  엄마, 아빠가 화해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엄마보다도 얼른 아빠 품에 안기는 상아를 보면서 얼마나 아빠가 그리웠을까라는 생각에 안스러웠다.



 

 

 
상아는 화장실에 갇히게 되면서 가족들의 고마움을 생각하게 되고, 엄마, 아빠가 싸웠을 때 서로의 입장도 생각해보고 또 자유롭고 싶어하는 아빠의 마음도 이해하게 된다. 상아가 닫힌 공간이고 두려운 상황에 직면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도 가족들과 친구, 심지어 조롱에 갇힌 다람쥐 줄이의 처지까지 생각하는 모습들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그리스 여행에서 잠깐 화장실에 갇힌 기억이 있는 조성자 작가님의 경험을 계기로  이 작품이 탄생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네 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초등 3학년 차상아가 본의아니게 겪어야 되는 상황을 어쩌면 가족이라는 끈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요즘 편부모 가정이 많이 생겨나는데 우리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라도 우리 어른들의 배려와 인내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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