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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즌 파이어 세트 - 전2권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눈과 불의 소년 '프로즌 파이어'!!!
1권과 2권의 표지 속에 한 소년과 한 소녀가 새하얀 눈이 내리는 눈 속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정말 환상적이게 다가왔다. 표지에 반짝거리는 눈(雪)과 우측 상단의 '<리버보이 > 팀 보울러 생애 최고의 걸작'이라는 마크는 나의 시선을 더욱 끌리게 했다.

영국인 작가 팀 보울러의 작품은 처음 접해 본다. 그는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청소년문학 작가라고 한다. 이 책은 치유 성장 소설이고, 팀 보울러에게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최고의 걸작이라는 점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더스티라는 주인공 여자 아이는 열다섯살이다. 그 소녀는 2년 전에 조쉬 오빠를 잃어버리게 되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더스티의 엄마는 집을 나갔고 더스티와 아빠만 함께살고 있다. 어느 한밤 중에, 눈 때문에 도로가 막혀 집에 돌아오기가 힘들다는 아빠를 기다리고 있던 더스티에게 이상한 전화가 걸려온다. 그 전화를 건 사람은 열여섯 살의 정체모를 소년이었다. 전화를 걸어 약을 과다복용해서 지금 죽어가고 있다고, 더스티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더스티를 오싹하게 한다. 자기 이름이 조쉬라고 하고, 더스티의 이름을 말괄량이라고 한다. 말괄량이는 오빠 조쉬가 불러주었던 그만의 애칭이었다. 더스티는 오빠 조쉬의 이름을 듣는 순간, 숨이 막힐 정도로 놀라게 된다. 그리고 "잘있어, 꼬마 더스티!"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긴 말도 조쉬 오빠가 더스티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거의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어린 소녀가 혼자 있는 집에 걸려운 소년의 전화는 읽는 내내 오싹함을 느끼게 하였다. 아이들 재우고 새벽 녘에 읽었더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위험에 처해있는 소년을 구해줘야겠다고 생각한 더스티는 아빠에게 메모를 남기고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눈으로 뒤덮인 길을 나서게 된다. 소년을 구해줘야겠다고 마음 먹을 때도 더스티는 조쉬 오빠도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스티의 조쉬 오빠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알 수 있었다.) 더스티는 아빠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이 일은 더스티 자신의 몫이고, 혼자서 처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여긴다.(열다섯 살의 어린 소녀이지만 스스로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대단한 것 같다.)
더스티는 눈 위에 펼쳐진 발자국을 따라가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어깨너머로 뒤를 돌아보기도 한다. 자신이 점점 약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 더스티는 또다시 조쉬 오빠였다면 그대로 밀고 나갔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줄곧 달려나간다. (여기서도 오빠에 대한 생각을 하는 더스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더스티가 소년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그 소년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협박을 당하기도 하지만 그 두려움을 아빠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감당하게 된다. 딸에게 아빠의 강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에 늘 미안해하는 아빠에게 마음의 짐을 넘기지 않으려고 하는 대견한 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더블코트를 입고 후드를 뒤집어쓴 소년을 아빠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소년은 더스티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이따금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말을 한다. 더스티는 자꾸만 소년과의 대화 중에 조쉬 오빠를 떠올리게 된다. 더스티가 원하는 건 오빠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눈처럼 새하얀 소년의 모습은 마음이 약한 사람들에게만 보인다. 오빠를 잃은 더스티의 눈에, 그리고 산 속에서 성폭행을 당한 친구 안젤리카의 눈에, 죽은 형에 대한 그리움으로 형이 살아 있을 때 전화 한 통화하지 못한 미안함으로 가슴아파하는 사일러스 할아버지의 눈에만 보이는 그 소년은 그들에게 그리운 이들이 했던 말을 똑같이 들려줌으로써 이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존재이다.
어린 더스티는 엄마, 아빠의 도움도,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으려 하고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온갖 위험과 두려움을 참아내면서 오빠에 대한 그리움을 이겨나간다. 그 소년이 가지고 있던 눈송이 피리를 꼭 쥐고는 엄마,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열다섯 살의 어린 더스티가 소년을 만나기 위해, 그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두려움을 이겨내는 모습들이 정말 스릴있게 표현되어 있다. 긴장감을 늦출 사이도 없이 더스티의 이야기를 빠져 읽게 되었다.
사실, 이야기를 다 읽은 후에도 치유 성장소설이라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는 없었다. 아주 미묘하게 스토리가 그려져 있어서 조금은 어려운 면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옮긴이의 글에서 작가가 우리들에게 전달해주고자 했던 바를 정리할 수 있었고, '프로즌 파이어' 이야기와 맥락을 맞출 수가 있었다. 아직 가까운 가족을 잃은 슬픔을 직접 느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소설의 통해서 가족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크고 아픈가를 느끼게 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닥쳐온 슬픔을 잘 이겨내는 강인함을 가지는 것도 모두 자기의 몫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