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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 제발 ㅣ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1
엘리자베트 죌러 지음,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표지 속에서 고개 숙여 눈물을 흘리는 한 소년의 모습만으로도 마음 한 구석이 아파왔습니다. '저 소년에게 어떤 힘든 일이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을 갖고 한 장씩 조심스레 읽어 내려갔답니다.이 책은 학교 폭력의 실상을 다룬 청소년 심리 소설로, 자녀를 두신 분들이라면 관심을 갖고 읽어보시면 참고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열네살인 니코가 엄마에게 쓴 편지 한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 내용은 너무 극단적이어서 자식을 둔 부모입장으로 정말 가슴이 두근거렸고 아팠습니다.
니코는 어려서부터 감수성이 예민하고 민감한 아이였는데 부모님의 별거로 인해 아빠와 헤어져 살게 되면서 아빠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갖고 있었답니다. 학교생활에서 니코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몇몇 반친구들에게 트집을 잡히고 폭력과 학대를 받으면서도 그 고통을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늘 혼자서 감내하며 하루하루 지옥같은 나날을 보냅니다. 그 힘든 시간들을 꼬박 꼬박 컴퓨터 속 일기에 적으며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일기는 언제나 내 말을 들어주는 친구다. 그 친구에게는 모든 걸 다 말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니코를 떠올리니, 가장 가까운 부모님과 가족들에게조차도 마음을 터놓지 못하는 어린 소년 니코가 넘 안스러웠답니다.
날이 갈수록 폭력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니코의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 갔지만 엄마도 형도 동생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합니다. 14살의 그 어린 아이 혼자서 감당하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하루 하루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니코의 일기를 통해서 반아이들의 무도한 폭력과 그 처참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였답니다.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의아스러우면서도 경악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기도 전인 사춘기 시기에, 아무 이유없이 장기간 폭력을 당해도 학교에서조차 알지 못하고 심지어 가족들조차도 알 지 못하는 현실에 갇힌 14살의 니코의 상황은 너무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런 일의 반복으로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니 벗어날 수 없었던 니코는 자기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총으로 겨누고 마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행히 총기 사고는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니코를 괴롭히던 친구들이 니코에게 폭력을 다시 가하다가 경찰에 붙들리게 됩니다. 니코를 괴롭히던 친구들은 감옥에 갇히고 니코는 심한 부상과 수년 간의 학대를 당한 것이 정상 참작에 포함되어, 자존감 회복을 위한 사회적 훈련을 받으라는 판결을 받게 됩니다.
니코는 사회 복시사 헤르만의 도움을 받아 새학교에 점차 적응해 나갔고 아빠가 다시 돌아오게 되면서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게 됩니다. 어느 날, 니코는 형으로부터 감옥에 갇힌 친구 중 라파엘이라는 친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라파엘은 부모님으로부터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해 왔는데 그런 사실을 숨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공격성을 내보인 것이었습니다.폭력을 가하는 것만으로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되어졌는데 그 이면에 말하지 못한 아픔이 있었다는 걸 알았을 때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전, 아직 아이들이 어리긴 하지만 앞으로 자라게 되면서 청소년 시기를 겪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부모로서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줄 아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사춘기 시기의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의 다정한 모습도 정서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답니다. 어른의 시선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기보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좀 더 애정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를 갖는 것이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디지털 시대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아이들에게 좀 느긋하고 남에 대한 배려와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