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희망은 있다...

문학 속의 서울 - 한국문학이 스케치한 서울로의 산책 ㅣ 서울문화예술총서 2
김재관.장두식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2월

화려한 불빛과 하루가 고단한 일상이 함께 공존하는곳...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곳...익명의 사람들로 넘쳐나는곳...

문학속에 따뜻한 언어로 보듬어지고,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서울'이라는 세상을

좀 더 폭넓게 알리고 살펴보게 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시리즈 중의 한 권인 [문학속의 서울].

그곳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겐 매일이, 교통과 환경 오염 등으로 떠나고 싶은 곳일 수 있겠으나 그곳을

중심으로 옆에서 지켜 봐야만 하는 사람들은 은근히 동경의 대상이 되는 곳인 '서울'이라는 곳에 대해...

다른것도 아닌 문학 작품 속에 묘사 되었던 부분들을 통해 재조명 해보는 기회가 내겐 너무나 새롭고

재밌는 경험이 되었다. 물론 읽고 싶은 책이 더 늘어났다는 단점도 있지만...

책을 처음 보고는 어머 너무 예쁘고 반듯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깔끔하고 반듯한...왠지 믿음직스러운?

모래에 비유되는 아파트 주민들의 삶...아무리 뭉치려고 해도 뭉쳐질 수 없다는 뜻으로 서울의 시민들은

아니, 도시 개발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파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래'에 비유되고 있다. 네모난 상자

속에 똑같은 구조의 집들이 들어찬 개성이 사라진 삶들...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경제의 부흥과 잃어가는 인간애중 어느것이 더 중요한 것인가? 하는 문제...

50년대의 무국적적 문화 풍토속의 서울, 60년대의 경제 개발의 중심부였던 서울...가히 혁명의 성지라고

불리울만한 어둠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던 시절...

70년대 중산층 탄생으로 누구나 최소한 중산층에만은 끼어 있고 싶어 기를쓰고 노력하던 시절들...

서울에 살고 있지만 서울 사람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애환들...그 시절에도 빌딩 보다는 연탄,

포장마차가 떠오르는 시절이었다.

그런 끝없는 빠른 변화에 속도감이 붙어 갈수록 우리들은 인간애와 옛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과거란 그런것 아닐까? 힘들고 구질구질하다고 느꼈던 시간들도 아름답고 행복하게 기억될 수 있는거...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소시민들의 애환에 가슴 아프면서도 한단계 더 나아가 희망을 느끼게 된다.

김승옥의 <염소는 힘이 세다>의 버스차장인 누이가 그랬듯이 힘찬 "오라잇!" 하는 외침 소리에 힘을 얻어

앞으로 부릉 달려 나가는 버스처럼 우리 서울이 쭉 힘차게 뻗어 나가길 희망하게 된다.

<서울의 찬가> 가사에 온통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희망하게 된다. 

상당히 다양한...

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그리고 엄청 많은 리뷰가 등록되어 있는 책이네요...

음,,,전 어느 쪽인가 하면요...좋았다는 쪽입니다.

쌩뚱맞지 않으면서 편안하고 쉬운 내용도 그랬구요, 다소 식상한 스토리이긴 하지만 막 연애론을 읽고난 후라서인지 가슴에 '사랑'이 팍 느껴지는 것이 식상한 러브 스토리마저도 그냥 아름답고 달콤하게만 보이더라구요...^^

힘든 과거를 간직한 의사 '샘 갤러웨이'와 배우로 성공하고 싶은 프랑스 여자로 뉴욕 생활을 더 이상 버틸 힘을 잃은 '줄리에트 보몽'...우연한 만남이지만 그건 분명 운명이었겠죠?

단순한 로맨스 소설은 아니구요...미스터리한 일도 생기니까 읽다보면 한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듭니다. 내용중에 '이른 봄의 향기 같은 키스'라는 부분이 궁금해지는건 뭔지...;;;

문학성이 어떤지 그런건 잘 모르겠구요...

어쨌든 건조한 제 가슴에 달콤하고 아름다운 책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펭귄의 우울...

펭귄의 우울
안드레이 쿠르코프 지음, 이나미.이영준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8월

나에게 펭귄은 정갈한 정장을 입은 신사의 모습 혹은 짧은 다리로 뒤뚱거리며 걷는 귀엽고 익살스러운 이미지로 떠오른다. 절대로 펭귄하면 '우울'이 생각나지는 않았다.

빅토르는 중년의 미혼으로, 작가의 소망을 가지고 있으나 신문에 자투리 글과 짧은 산문을 쓰며 근근이 먹고 사는 외로운 남자이다. 단 하나, 그의 삶에 그나마 위로가 되는게 있다면 얼마전 재정이 열악해진 동물원에서 분양 받아 마치 수양아들처럼 집에서 같이 살게 된 펭귄 '미샤'가 항상 옆에 있다는 것이다.

어느날, <수도 뉴스>의 편집장에게 새로운 일을 제의 받은 빅토르는 보수도 넉넉하고 별로 힘들지도 않은 일이기에 선뜻 응하게 된다. 하루가 멀다하고 거리에서 들려오는 총소리와 불안한 경제로 인해 당장 먹고 사는것 마저도 어렵게 된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할 판국인데 더더구나 그건 어쨌든 글을 쓰는 일이니까.

빅토르가 따뜻한 커피와 온몸을 덥혀주는 보드카를 마시며, 미샤와 함께하는 아늑한 집에서 하게되는 일은 유명인들의 조문을 미리 써 두는 것이다. 사람은 뭐, 어차피 죽게 되어 있으니까 미리미리 준비해 둔다고 해도 죄가 될것은 없다고 빅토르는 생각한다. 하지만 빅토르가 쓴 조문대로 그 주인공들이 하나둘 살해 당하게 되고 빅토르는 의문스러워 한다. 어떻게 된거지? 하지만 끝내 깊이 파고들어 파헤치려고 하지 않는 빅토르...정상적이진 않지만 겨우 자리잡은 가정의 모습에 그것이 설령 겉모습 뿐이라고 해도 유지하고 싶은 빅토르의 마음...

이게 아닌데...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리는 현실의 안락함...

현대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우울'을 갖고 산다고 한다. 자신의 꿈과 맞지 않는 현실처럼 막상 내 앞에 불똥으로 떨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이상적인 가치관은 때론 삶을 불안에 빠트리기도 한다.

항상 현실에 안주하는것 같은 모습만 보여주던 빅토르가 마지막으로 자신있게 보여준 반전에서 난 새로운 자신감을 배운다.

단지 행복해지고 싶었던 그녀...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생전에 악행을 한 망자를 태워 지옥으로 옮기는 불수레를 뜻한다는 '화차(火車)' 이 화차에 올라탈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으로는 '이유'에 이어 두번째로 접하게 된 작품인데, 둘다 일본의 거품경제의 이면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현재 일본 사회에서 이런 일이 많은가 보다...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요즘 카드 한두장 가지고 다니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찰을 가지고 다니는 것보다 편리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할인 혜택도 있고, 굳이 카드를 피할 이유없이 현명하게만 사용한다면 유용한 수단이다.

하지만 항상 이 '현명하게' 또는 '정도에 맞게'등등이 문제이다. 어디서 끝내야 하는지 브레이크를 거는것에 미숙한 젊은이들 층에서  가장 편안하게 많이 이용하는 것이 바로 이 카드나 현금서비스 같은 제도이니까...

사실, 나만해도 카드보다는 오고가는 현찰속에 싹트는 우정? 믿음? 뭐 이런걸 더 믿는 쪽이다.

혹시라도 과소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소심함에서도 카드 사용은 자제하는 편이고...

나같은 사람만 세상에 있다면 아마 이런 소재의 책은 나올 수 없었겠지...이렇게 재밌는 책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독자를 확 끌어 당기는 매력이 있다. 시종일관 끝까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자신도 근무중에 부상을 당해서 임시 휴직을 하고 있는 강력계 형사 '혼마' 이 사람...참, 멋지다. 아들에게 말 한마디 하는것도 어찌 그리 닮고 싶게 하는지...그에게 어느날, 아내의 사촌의 아들이 찾아와 헬쓱한 모습으로 사라진 자신의 약혼녀를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처음엔 쉽게 생각했었지만 그녀를 찾아 다닐수록 사건은 커져가는데...

책 속엔 분명 나쁜 사람이 나온다. 그런데 읽다보면 도대체 누구를 미워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재주가 이 작가에게는 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순간의 호기로 카드를 긁어대고 있는 사람...이 책을 보면 겁 좀 날꺼다.

조용히 미소짓는 사람이고 싶다...

캐러멜 팝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11월

팝콘의 고소함에 캐러멜의 달콤함까지 더해 진다면 그 맛은 아마 혀에 착 감기는 맛일 것이다. 그런데 설탕을 끓여서 시럽을 만들때 쉬울듯 보이지만 불 조절을 잘못하면 시럽은 금방 졸아 붙어서 단맛을 넘어 씁쓰름한 맛을 내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도 아마 똑같은 이치가 통용되는게 아닐까?

책의 내용은 네명의 남녀가 봄, 여름, 가을, 겨울...사계절을 보내면서 각자의 입장에서 엇갈리듯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대학생인 '나오즈미'와 그의 여자 친구이며 꽤 괜찮은 직장에 막 입사하게 된 '레이'. 은행에 근무하는 나오즈미의 형 '고이치'와 잡지사에 근무하는 그의 아내 '게이코'.

네 남녀와 형제의 부모까지 모두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편안하고 안정된 사람들이다.

어느 집이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무수한 사연이 있다고 하던가?

이 집 역시 서로에게 털어 놓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차마 얘기할 수 없어서...거창하게는 복수라고 하겠지만 실은 상처 받은 믿음 때문에...등등으로 이들은 자신의 가슴속에 이야기를 간직하고 살아 간다.

그런데도 어느 누구 하나 숨막혀하거나 그로인해서 돌발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로써는 더욱 깊이 담담하게 이들의 생각에 빠져들게 되는것 같다. 부부간의 믿음에 대해, 동성애에 대해, 침묵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수많은 인간사에 대해 흥분하는 일 없이 잔잔한 애정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을 배우고 싶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