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우울
안드레이 쿠르코프 지음, 이나미.이영준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나에게 펭귄은 정갈한 정장을 입은 신사의 모습 혹은 짧은 다리로 뒤뚱거리며 걷는 귀엽고 익살스러운 이미지로 떠오른다. 절대로 펭귄하면 '우울'이 생각나지는 않았다.

빅토르는 중년의 미혼으로, 작가의 소망을 가지고 있으나 신문에 자투리 글과 짧은 산문을 쓰며 근근이 먹고 사는 외로운 남자이다. 단 하나, 그의 삶에 그나마 위로가 되는게 있다면 얼마전 재정이 열악해진 동물원에서 분양 받아 마치 수양아들처럼 집에서 같이 살게 된 펭귄 '미샤'가 항상 옆에 있다는 것이다.

어느날, <수도 뉴스>의 편집장에게 새로운 일을 제의 받은 빅토르는 보수도 넉넉하고 별로 힘들지도 않은 일이기에 선뜻 응하게 된다. 하루가 멀다하고 거리에서 들려오는 총소리와 불안한 경제로 인해 당장 먹고 사는것 마저도 어렵게 된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할 판국인데 더더구나 그건 어쨌든 글을 쓰는 일이니까.

빅토르가 따뜻한 커피와 온몸을 덥혀주는 보드카를 마시며, 미샤와 함께하는 아늑한 집에서 하게되는 일은 유명인들의 조문을 미리 써 두는 것이다. 사람은 뭐, 어차피 죽게 되어 있으니까 미리미리 준비해 둔다고 해도 죄가 될것은 없다고 빅토르는 생각한다. 하지만 빅토르가 쓴 조문대로 그 주인공들이 하나둘 살해 당하게 되고 빅토르는 의문스러워 한다. 어떻게 된거지? 하지만 끝내 깊이 파고들어 파헤치려고 하지 않는 빅토르...정상적이진 않지만 겨우 자리잡은 가정의 모습에 그것이 설령 겉모습 뿐이라고 해도 유지하고 싶은 빅토르의 마음...

이게 아닌데...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리는 현실의 안락함...

현대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우울'을 갖고 산다고 한다. 자신의 꿈과 맞지 않는 현실처럼 막상 내 앞에 불똥으로 떨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이상적인 가치관은 때론 삶을 불안에 빠트리기도 한다.

항상 현실에 안주하는것 같은 모습만 보여주던 빅토르가 마지막으로 자신있게 보여준 반전에서 난 새로운 자신감을 배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