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든 사람들
살바도르 플라센시아 지음, 송은주 옮김 / 이레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은, 최초의 오리가미 외과의사인 안토니오가 종이를 오리고 붙여서 여자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종이에 수없이 베인 상처로 그의 손은 너덜너덜해지고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는 그의 발아래 고여있다.  쓰러진 그의 가물거리는 시야로 벌떡 일어나 걸어나가는 여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살바도르 플라센시아'는 요즘 주목 받고 있는 작가라고 하는데...그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설이, 아니 새로운 책 한권이 나타났다. 구멍이 뚫리고, 검은 칠로 가려지고 심지어는 중간에서 잘린듯한...파본이 아니고서는 이제껏 구경할 수 없었던... 그 모든 기괴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정체를 의심함에 앞서... 새롭다, 따뜻하다, 사랑스럽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아마도 이 책이 가진 수많은 매력 중에서 어설픈 내가 찾아낸 작은 부분의 힘일 것이다.

자신의 야뇨증 때문에 아내가 떠났다고 생각하는 '페데리코 데 라페'는 어린 딸 '꼬마 메르세드' 를 데리고 꽃을 기르는 마을인 '엘몬테'로 오게 되는데 그는 자상한 아빠의 모습과 '토성'의 독재에 맞서 싸우는 영웅적인 지도자의 모습외에 불로만 달랠 수 있는 영원한 슬픔을 가진 고독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실패자이기도 하다.

이 책의 작가이기도 하면서 책속의 '토성'이기도 한 '살바도르 플라센시아'와 '페데리코 데 라페'는 어쩌면 같은 아픔을 가졌기 때문에 서로 적이라기 보다는 동지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는것 같다.

작가와 책속의 등장인물들...등장인물과 독자...독자와 작가...그리고 우리의 인생사들 까지 이 모든것을 이야기하고 있는것 같은 이 책...

종이는 약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약한 존재이지만 어느 칼날 보다도 깊고 아픈 상처를 낼 수 있다. 누구에겐가는 즐거움이지만 누구에겐가는 아픔일 수 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것은 불편하지만 아무도 봐주지 않는것은 차라리 슬픔이다...

아마 읽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이 책은...

도대체가 요즘 책은 겉모습도 너무 예쁘다. 큼직한 사이즈에 묵직한 무게감...흰색 붉은색...연두색까지...과연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책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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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2007-03-2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무척 흥미로운 리뷰네요. ^^ 관심이 마구 가는 책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