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공주 파라랑 푸른도서관 73
김정 지음 / 푸른책들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라와 페르시아.

역사에서 전혀 마주치지도 않았을 것 같은 두 나라가 부부의 연을 맺었었다니.

더구나 황제와 황후로?

그야말로 '서프라이즈'의 한 꼭지에 나올법한 '진실 혹은 거짓'이다.

(앗, 이 글을 쓰기 이틀 전에 정말 이 프로그램에서 방영되었음을 지금 확인했다.)


이란의 민족 설화에 사산조 페르시아 멸망기의 역사가 결합된 서사시 '쿠쉬나메'에 신라가 등장한다는 이야기에 놀라며 기뻤다.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하던 차에 펼쳐든 이 책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상쾌하고 향기로운 공기에 갖가지 꽃들의 화사함이 넘치는 서기 651년 4월의 서라벌...

1400년 전의 그 모습이 얼마 전에도 다녀온 경주의 거리들에 겹쳐 그려지며

나는 그 풍요로운 황금의 나라 신라로 빠져들어갔다.


말 타는 것을 무엇보다 즐기며, 틈만 나면 왕궁을 몰래 빠져나와 산과 들을, 사람들로 왁자지껄한 저잣거리를 내달리기에 바쁜

당찬 말괄량이 공주 파라랑 공주는

신라에 망명 와 있던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과의 우연한 만남 이후,

그의 사람됨과 용맹함, 지혜에 점차 끌리게 되고, 결국 혼인하게 된다.

그러나 그 몇 달 후, 페르시아 왕의 승하 소식이 전해지고

아비틴은 저항군을 이끌어 아랍왕 자하크의 손에서 페르시아를 되찾아야 하는 의무를 짊어지게 된다.

아비틴은 파라랑을 신라에 두고 가려 하지만, 파라랑은 그와 함께 가기로 결심하고 설득해 따라나선다.

거듭되는 배신과 음모, 습격 속에

페르시아로의 항해, 저항군과의 만남, 끊임없는 전투, 기쁨이었던 아들의 탄생,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아비틴의 죽음......

그 시간들은 파라랑을 자라게 하고 강하게 한다.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도, 탐스러운 머릿결도 다 잃어버리지만,

놀라운 용기와 지혜로 아들과 페르시아를 지켜내고,

마침내 아들 페레이둔을 용사로, 호랑이 왕으로 키워내 '페르시아의 어머니'가 된다.


역사라기엔 너무나도 극적이고 잔인하고 가슴아프고 벅찬 이야기.

하지만, 그녀의 강인하고 진정으로 아름다운 성장은 많은 훌륭한 어머니들을 생각하게 한다.

암살의 위협에 잠 못 이루고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타국의 가난한 이들을 성심성의를 다해 돌보는 아비틴의 마음에도

눈물이 솟았다.

한 나라를 구하고 사라졌던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것은

이처럼 몇 사람의 강하고 순수한 선의와 정의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작은 고난에도, 현실의 배신에도 쉽사리 절망하고 일어설 힘을 잃곤 하는 우리에게

신라의 황금처럼 순수하고, 페르시아의 불처럼 강한 정신을 일깨워주는 이야기,

우리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