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7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한지윤 옮김, 노먼 프라이스 그림 / 보물창고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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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는 순간!

"그래, 이거야!" 했다.
딱 내가 생각했던 실버선장의 모습이었다.
아니, 그러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내가 생각했던 후크선장 모습도 이랬고, 이전에 읽은 소설'해적의 시대'의 선장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
결국 내가 생각했던 '해적선장'은 결국 다 '실버'의 복제품, 조금 다른 버전이었던 것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계몽사 세계명작전집'으로 읽었던 <보물섬>을 30년이 지나 다시 만나는 마음이 설렜다.



기대와 희망에 찬 소년 짐 호킨스를 따라서...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이 이야기의 시작은 생각보다 무겁다.
짐은 그냥 희희낙락 모험에 나선 게 아니다.
한쪽 뺨에 칼자국 하나가 길게 난 늙은 뱃사람이 아버지가 운영하던 여관에 들어선 순간, 그가 끌고라도 온 듯 불운이 시작되어
건강했던 아버지가 쇠약해져 때이른 죽음을 맞고,
그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술과 두려움에 취해 있던 늙은 해적 또한 쓰러져 최후를 맞이한다.
선장이 애지중지하던 궤 안에서 선장의 외상값을 계산해 챙긴 짐과 어머니는, 해적들에게 쫓기는 일촉측발의 상황을 맞이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위기를 벗어나게 되고, 뭔지도 모르고 궤에서 꺼내 가지고 온 물건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기로 소문났던 해적 플린트가 보룸을 숨겨놓은 곳을 그린 지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호방하고 급한 성격의 트렐로니 지주의 선도 아래, 믿음직한 의사 리브시 선생님과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된다.

시작부터 불안한 항해다.
진중함과는 거리가 먼 지주님이 불러모은 선원들의 의심쩍한 면모, 멀끔하고 유쾌하지만 어딘가 의심스런 키다리 존, 이미 퍼져버린 보물섬 지도의 정체, 선원들과 선장 사이의 위화감...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보물섬을 코앞에 두고 원래 플린트 선장의 키잡이였던 존을 선두로 한 반역이 일어난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의 이어짐...
무모하지만 근성 있는 짐의 행동력은 결정적인 순간들에 제 힘을 발휘한다.

악하고 이기적이지만, 머리와 입심이 비상한 남자 실버는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중 최고감이 아닐까 싶다.
하긴, 그 시대 해적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부의 신사'보다도 훨씬 고상하면서도 흉악하게 부를 쫓는 이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니. 

위기에 몰린 실버는 스스로를 '바람을 가까이 맞으며 키를 잡는 자'라고 칭한다.
그는 이 칭호를 '마지막 남은 숨을 걸고 투전 놀이를 하는 사람'이라고 풀이하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두려움을 이겨내며 스스로의 삶을 헤쳐가는 이'라고 읽혔었다.
아마도, 이런 시선이 수많은 이들에게 '해적'에 대한 경이를 품게 했겠지.
어떤 구속도, 틀도 없이 - 생의 판로를 뒤집을 만한 부를 꿈꾸며 바다로 나섰던 이들...
그러나, 부를 얻은 뒤에도 그들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나의 보물은 어디에 있을까?
보물지도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한들, 지금의 삶을 버리고 모든 것을 바쳐 알 수 없는 미지의 바다로 목숨 걸고 나갈 수 있을까?
나에게 이런 선택을 강요하는 순간은 이제 없으리라.
그러나, 삶의 많은 순간 - 정의와 신의, 인간의 도리는 도전받는다.
내 평안과 이익을 버리고, 위험하더라도 그 바람을 맞으며 눈 감지 않는 자가 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진정한 용기를 지니고 성장한다면, 언젠간 이 세상 전체가 '보물섬'이 될 것이라는 꿈도 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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