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클래식 보물창고 30
샬럿 브론테 지음, 한지윤 옮김 / 보물창고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제인 에어'라는 이름이

줄리엣이나 스칼렛, 테스처럼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각인된 지 얼마나 되었을까?
만난 적 없어도 알고 있는 듯한 그녀.

내가 '제인 에어'를 읽은 건 아마도 중학생 때 아니었던가 싶다.
뭐, 기억나는 건 여주인공이 안 예뻤다는 것, 남자 주인공도 그리 멋있지 않았다는 것, 미친 여자가 나온다는 것 정도.....

20년의 시간이 더 흘러 다시 만난 <제인 에어>는 너무 두꺼웠다!!!
650페이지가 넘는 무거운 책 앞에서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내가 알고 있던 '제인 에어'는 뭐였던가, 허망했을 정도로.
그 충격 덕에 모든 편견을 내려놓고, 제인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하기야, 첫장부터 '이런 부분이 있었던가?'할 정도로 내 기억이 희미하기도 했다.

마지막에 가면 알게 되듯, 이 이야기는 결혼 10년차에 접어든 제인 에어가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며 쓴 수기이다.
감상적이지 않고 이성적이며, 성실하고 정확한 '제인 에어식 화술' 때문에 1인칭 시점인데도 3인칭 시점처럼 느껴지곤 한다.

이 이야기의 작가는 아마 문학사를 통틀어 전례가 없을 정도로 
'주인공이 전혀 사랑스럽지 않고 절대 예쁘지 않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여성에게는 별 감정도 없고, 남성보다 모든 것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던 그 시대에
가난한 여성이 그나마 인정받을 수 있었던 두 가치마저 지니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그녀의 결점은 그녀 자신이 거기에 얽매이지 않음으로서 '자아'의 버팀목이 된다.

순종적이지 않고 어린애답지 않다는 이유로 학대에 가까운 냉대를 받아야 했던 숙모 집에서의 어린 시절, 독선적이고 편견에 가득 찬 교장 아래서 가혹한 억압을 받았던 로우드 자선 학교에서의 학창 시절을 거쳐야 했던 제인 에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성장시켜 나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가시밭길 같은 인생의 구비구비에서 보석 같은 존재들을 선사받는다.
따뜻한 성정을 지녔던 하녀 베시, 훌륭한 인품을 지닌 템플 선생님, 하느님의 선을 믿고 가르쳐 준 친구 헬렌이 그녀가 절망과 우울에 빠질 때마다 그녀를 일으켜 세워 준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픈 열망으로, 홀홀단신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떠난 손필드에서
제인은 운명의 사람을 만난다.
그 땅의 지주이며, 자신의 고용주인 로체스터는 제인의 내적인 아름다움과 지성을 알아보고 사랑하지만, 그 시대 남성의-이 시대 남성들 또한 은밀히 간직하고 있을- '속박'과 '지배'의 그늘을 지우지 못한 사랑이다.

꿈처럼 부와 지위와 사랑을 얻게 된 결혼식날, 그녀를 로체스터에게 숨겨진 부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양심과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느끼며 그 곳을 떠난다.
아무 것도 없이 떠돌다 길에서 기진하여 죽기 직전에 구원받고, 우연히도 자신의 가족을 만나고 유산도 받게 된 제인은 눈이 먼 데다 불구가 된 로체스터를 찾아가고, 진정으로 동등한 동반자, 완전한 '반'으로 그와 함께 행복을 일군다. 

외적인 면에서 제인 에어는 전혀 부러워 할 거리가 없는 여인이다.
2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아무 거리낌 없이 '여성의 가치 기준'으로 언급되는 외적인 조건들에서 자유롭기란  얼마나 힘든가?  
그러나, 그녀의 강한 정신력과 확신, 도덕성, 성실함, 진실과 선에 대한 열망은 평생을 매진해도 얻기 힘든 가치들임을 우리는 안다.
이것들이 결국,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자신의 딸에게 선사하고픈 선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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