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믿음 쿠폰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4
신지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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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법석 가출소동>은 사실 아이러니한 제목이다.

왜냐?

주인공 기준이의 가출은 가족 누구도 모르는 채 지나가 버리니까.

바쁘신 부모님 대신 다섯 동생들을 돌보느라 지친 기준이.

서럽고 억울한 마음에 가출을 결심하지만,

자유를 만끽한 시간은 잠시....

온 식구의 백화점 양말을 사들고(그것도, 가출자금으로!) 긍의환향한다.

동생들 양말까지 사면서 자기 양말은 사지 않는 기준이.

돼지저금통까지 뜯어 비싼 양말 사왔다고 꿀밤 먹이는 엄마에게 가출할 거라고 또 심통을 부리지만

그 자리에서 돌아서는 순간 행복해하는 엄마의 마음을 기준이도 알리라.

'가족'이란 그런 거니까.

힘든 날들을 함께 하며 티격태격하는 기준이네 가족에게서 그리움과 부러움을 느낀다.
 

 

<그린맨의 찢어진 슈퍼타이즈>

'불편한 진실'이라는 개그 프로그램이 있다.

이 이야기는 태민이가 알게 된, 앙숙 준오의 - 그리고 자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의 이야기랄까?

아빠가 하는 세탁소에 지구 환경을 지키는 슈퍼영웅이 찾아왔고,

찢어진 슈퍼타이즈를 수선할 실이나 천을 만들기 위해 신문지와 빈 병이 필요하나고 했다는 준오의 이야기.

도대체 왜 그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는지 추적하다가

뜻밖의 진실과 생각지도 못했던 '진짜' 그린맨을 만나게 되는 태민이.

자기도 모르게 준오를 위해 거짓말을 하며 스스로에게 당황한다.

참 착한 두 녀석 때문에 그린맨을 만난 것보다 기쁜 마음이 드는 유쾌한 이야기이다.
 

 

<초원을 찾아서>의 성연이는 새엄마가 낯설고 불편하기만 하다.
한국 사람도 아니고, 한국말도 서툰 몽골에서 온 어용 아줌마.

오랫만에 행복하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다정한 아빠 때문에 새엄마에게 더 심술궂고 쌀쌀하게 구는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치만, 어느새 촌스럽고 답답한 어용아줌마에게서 '가족'을 느끼게 되는 성연이.

마음을 연다는 건, 이렇게도 대단한 일이다.

또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족이 기다려주는 집'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안믿음 쿠폰>의 주인공은 믿음이다. 성은 최, 최믿음이다. 그렇지만, 어느새 안믿음으로 불리고 만다.

요즘 아이들은 배려심이 없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배려심은 사실 다른 게 아니다.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도 헤아리는 것.

나 편하고 좋은 것만 하려 하고, 상대에게 보답해야 할 부분들은 '쿠폰'이란 이름으로 미루는 믿음이의 모습은

요즘 어른들에게서 그대로 배운 것 아닐까 싶어 내가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후회하고 '괜찮아, 아직 안 늦었어.갚으면 돼.'하고 마음을 고쳐먹는 믿음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다.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만큼 값진 것은 없을 것이다.
 

 

<우주최강 문제아>의 준우는 정말 단순하고도 확실하게 엄마의 편견을 일깨워 준다.

아빠 없는 아이라고 윤재랑 놀지 못하게 한 엄마에게 윤재랑 윤재 엄마 마음을 알라고

스스로 반에서 제일 가는 문제아가 되어 짝 엄마에게서 같이 놀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얻어낸 것.

그야말로, 확실한 '역지사지'로 엄마를 꼼짝 못하게 한 준우.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면서 스스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 준우.

이제 더 이상 우주 최강 문제아가 되지 않아도 된다면서 좋아하는 준우, 얼마나 그 노릇이 힘들었을지를 생각하면

이 녀석의 강단과 끈기(?)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춤추는 거짓말> 속 민채는 '솔직한 안경'을 쓰게 되면서 상대방의 거짓말을 다 보게 된다.
그것이 자신이 뭐든지 시큰둥하고 재미없어 하는 자신을 반 아이들 거의 다가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기 자신이 실망스러워져 남들의 진실을 보는 것이 싫어진 민채에게 손을 내밀어 중 진홍이의 진심을 안 민채는
기쁨을 느끼게 되고 '내가 먼저 진심을 보이면 친구도 하나 둘 생기겠지.'하는 희망을 품는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과는 전혀 다른 체계로 움직이는 '사회'라고 한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옛날 우리 때보다 더 빨리 거짓말과 처세술을 배우고 편을 가른다.
하지만, 사람의 진심은 결국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아껴주는 마음을 나누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요즘 형제도 많지 않고 마음 나눌 친구들을 사귈 시간도 충분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앎 아닐까 싶다.

<담벼락에 그린 마음> 속 연우는 집 나간 엄말 꼭 닮은 아줌마가 보고 싶어, 아줌마의 담벼락에 매일 새벽 낙서를 한다.
엄마와의 즐거운 추억들을 담벼락 가득 채워넣는 연우, 낙서를 지우는 아줌마를 훔쳐보며 엄마 생각을 하는 연우에게서
상처받아, 누군가에게 용기내어 말조차 하지 못하는 마음을 본다.
그러나, 낙서를 아침마다 힘들여 지우며 뭔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느끼는 아줌마는 화를 내는 대신에 연우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며, 자신의 삶 속에 연우를 초대한다.
그리고 슬픔과 상실감으로 가득 찼던 연우에게 희망과 기쁨을 열어준다.
아마, 이 날 연우는 돼지 꼬리를 최소 아홉 번은 감지 않았을까 싶다.


일곱 편의 이야기들 속엔 순수하고 올곧은 아이들의 예쁜 마음들이 담겨져 있다.

고집부리고 이기적이고 멋대로 구는 것 같지만

조그만 두드림에도 아이들의 마음은 열리고,

미워하던 사람에 대한 오해가 풀리는 순간부터 그 몇 배의 애정을 쏟고,

잘못을 깨달으면 바로 돌아서며,

자신을 향한 사랑에 거리낌없이 기뻐한다.

 

조금이라도 닮아오고 싶은 마음들...

이 아름다운 비밀들을 살포시 들여다보며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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