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셜록 홈스와 얼룩무늬 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7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민예령 옮김, 시드니 에드워드 파젯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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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읽기 시작하니, 20년도 더 전에 읽었었던 이 이야기가 생각났다.

밀폐된 방, 침대 위로 늘어져 있는 끈, 의문의 죽음...

어린 내가 처음 만나는 탐정이었던 셜록 홈스의 사연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2년 전, 결혼 2주일 전에 "얼룩무늬 끈!"이라는 영문을 알 수 없는 한 마디만을 남기고 갑작스레 죽은 언니......

결혼을 앞두고 언니가 죽기 전에 쓰던 방을 쓰게 되면서 언니가 들었었던 한밤중의 휘파람 소리를 듣고

공포에 휩싸여 홈스에게 달려온 헬렌.

그녀의 "제게 이 사건을 맡겨 주신 것 자제가 보답"이라며 떨고 있는 그녀를 위로하고 이 기이한 이야기 속에 뛰어들고

그녀의 목숨을 구한다.

범인의 잔혹함과 탐욕 탓에 '인과응보'의 결말에 더욱 통쾌함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이다.
 

 

 

영국 전체를 뒤흔드는 이상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홈스.

큰 경마대회의 우승 후보인 경주마 '실버 브레이즈'의 실종 사건은 독특하게도, 홈스의 입을 통해 이야기된다.

군더더기없으면서도 알아야 할 것들은 무엇 하나 빠트린 것 없이 명료하게 정리된 이야기는

그야말로 홈스답다.

사건을 해결하고서도 자신을 깔보는 로스 대령에게 작은 복수를 하기 위해 끝까지 마음졸이게 하는 홈스의 모습에

정감이 간다.

 

"사실 큰 사건은 일어날 대로 다 일어났어."하며 한탄하는 셜록 홈스에게

이상한 조건을 단, 엄청난 보수가 제공되는 가정교사 자리에 불안함을 느끼고 찾아온 바이올렛.

"내 동생이었음 절대로 보내지 않았어."라고 홈스도 생각하는 그 '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밀' 속으로 그녀가 떠난 지 2주일 만에

도움을 청하는 전보를 받고 달려간 홈스와 왓슨.

상쾌하고 아름다운 전원 마을을 두고 "은밀한 범죄가 일어나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는 '직업병적인 평가'를 내리는 홈스는

역시 '뼛속까지 탐정이며 범죄전문가'이다.

당차고 바이올렛은 사건에서 탐정 못지 않게 위험에 맞서는 용기를 보이는 매력을 보인다.

이야기 말미에 홈스가 바이올렛에 대해 무관심하다며 실망감을 느끼는 왓슨에게 공감하며 웃음짓게 된다.
 

 

침착의 대명사인 홈스조차 15분 동안이나 말을 잇지 못하게 만든 전보.

다급함과 흥분을 가득 담은, 도대체가 알아들 수 없는 내용.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럭비 선수인 고드프리 스탠턴이 사라졌다고, 팀의 미래를 걱정하는 의뢰인에게

도대체 그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반문하는 셜록 홈스.

'외곩수에 일중독자'인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또한, 이 단편 초반에 왓슨이 '사건이 없으면 약물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심한 정신적 폐해를 겪는' 홈스를 걱정하는 장면은

천하무적에 가까운 이 완벽주의자 탐정의 어두운 일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런 홈스에게 유일한 치료제인 '불가사의'

사라진 스포츠 스타를 찾아야 하는, 이 손도 어디서부터 대야 할지 모르는 사건을

끈질기고 의욕적으로 찾는 홈스의 발걸음을 쫓는 우리 또한 스릴이 넘친다.

 

 

 

원리와 결말을 알고 나면 시시해지는 현대의 많은 추리소설들과는 다르게,

이미 사건의 추이를 다 알고 나서도 흥미를 잃지 않고 읽게 되는 홈스의 이야기들.

비밀을 밝히긴 전 "알고 나면 시시해질 거야."라고 홈스는 단언하지만 말이다.

오히려, 너무 유명하기에 식상하다 여겨졌던 그의 매력을 새로이 발견하며, 아무리 복잡하고 미묘해 보이는 사건도 순식간에 명쾌하게 풀어내는 그에게 거듭 감탄하게 된다.

어린 시절 이성적이고 냉정하기만 한, 전형적인 '영국 신사'였던 그에게서 유머와 온기를 순간순간 새로이 발견하는 것은

내가 어른이 되어 그의 속내를 읽게 된 까닭일까?

아니면, 그 시절엔 차갑던 사람도 따스하게 느껴질 정도로 세상이 각박해졌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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