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그림책 보물창고 55
로버트 브라우닝 지음, 케이트 그리너웨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 이름으로 무척 자주 만난 케이트 그리너웨이.

그녀의 진짜 작품을 처음 만난다는 설렘이 컸었다.

너무도 오래된, 잘 알려진 이야기-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잘 아는 이야기이기에, 이 전설적인 화가가 어떻게 그려냈을까가 더욱 궁금했다.

 



 

표지에 등장한 피리 부는 사나이는 괴짜 마법사 같은 차림을 하고 있다.

뒤를 따르는 아이들의 표정은 다양하지만,

들떠 있든, 신이 나 춤을 추고 있든,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든.....

뭔가 기대에 찬 즐거운 재잘거림이 들리는 듯하다.

 

 

이 아이들의 마음은

근사한 그림책을 펼치기 전 우리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펼쳐보기 전엔 절대로 알 수 없는 신비롭고 흥미진진한 새로운 세계로

나를 데려다 줄 마법의 문을 마주할 때의 설렘 말이다.

 

어쩌면 무섭고 슬픈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표지 속 아이들의 축제 분위기에 동화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펼쳐본다.

 

'이렇게 멋진 곳은 아마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야.'라고

이 책을 쓴 시인 브라우닝이 얘기하는 하멜른.

그런 멋진 곳에 모든 것을 갉아먹고 망치는 존재가 있었으니...

 



우아하면서도 생동감 넘치게 그려낸 도시 곳곳의 모습들에서

시민들이 겪는 고통이 전해져온다.

원성으로 둘러싸인 시청.

자신을 '얼룩무늬 옷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고 소개하는 이상야릇한 사나이가 나타난다.

쥐떼 퇴치의 대가로 천 냥을 요구하자, 시민들의 원성에 벌벌 떨고 있던 시장과 시의원들은

오만 냥이라도 줄 수 있다며 반색한다.

 

거리로 나선 사나이. 그의 피리 소리는 쥐들을 불러모은다.



모든 쥐들이 강에 빠져 죽을 때 살아남은 한 마리 쥐가 전한

'쥐들에게 들린 피리 소리'를 읽어보면,

이 쥐들이 왜 그리 기뻐하며 따라갔는지 알 수 있다.

피리는 목표로 삼은 자들의 '천국'을 그들의 머릿속에 그려내는 것이다.

그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지......

 

기쁨에 넘쳐 있던 시장과 시의원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돈을 주는 것이 아까워진다.

기꺼이 주겠다던 오만 냥은 50냥으로 둔갑하고,

당연히 분노하는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시장은 비웃음을 퍼붓는다.

 

그리고, 피리 부는 사나이는 다시 피리를 불기 시작한다.

이 피리 소리를 따르는 이들은 의외로



아이들이다.

 

피리는  아이들을 기쁨의 땅으로 데려갈 것을 맹세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딘지 모를 곳으로 아이들은 사라져 버린다.

 



슬픔에 빠진 도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사라진 도시.

 

하멜른 최고의 적은 바로 그 곳의 권력자들이다.

탐욕에 눈 먼 그들은 약속 따위는 헌신짝처럼 버린다.

끝없는 약속과 끝없는 파기.

이 시대의 권력자들 또한 다를 것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들에게 마술의 피리는 바로 '돈'인 것이다.

세상 어디든, 깊은 강이든, 다시는 못 헤어나올 수렁이든

그들에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어리석은 인간...

탐욕에 눈 먼 인간은

쥐들보다 더 위험하고 어리석은 존재다.

 

나 자신 또한, 작지만 지켜오던 스스로의 약속들을

자꾸 깨고 있다.

뭔가 필요하다고, 난 누릴 가치가 있다고 자신을 설득하며.

 

마음 속 피리 소리를 멈출 때가 되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