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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하는 마음 ㅣ 일하는 마음 1
은유 지음 / 제철소 / 2018년 3월
평점 :
출판하는 '마음'이라니, 보통 직업 관련 도서들이 정보를 이야기하는 반면에 이 책은 '마음'을 이야기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물성을 친구를 둔 친밀감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책을 읽는 시간을 한 인격과 만남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책에는 물성을 넘은 '마음'이 묻어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은유 작가는 책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마음, 책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애쓰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편집자, 번역자, 디자이너, 마케터, 제작자, 1인출판사 대표, 인터넷 서점 MD 등 다양한 역할들이 책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을 만날 수 있었다.
저자가 직접 쓴 책이 아니라, 인터뷰를 통해 듣고 전해주는 이야기는 아주 깊은 속마음은 살짝 비껴간 피상적이나, 형식적인 선에서만 그치는 걸 종종 보았다. 그래서 인터뷰집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은유 작가의 글이라 믿고 봤고, '역시'라는 생각이 든다.
각자가 일하는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책은 마치 눈에 그려지듯 선명했고, 마음은 비끼지 않고 진심을 전했다. 책을 읽는 이들에게 만드는 사람, 전하는 사람들의 진심이 느껴져서 정말 좋았다. 결국 같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통하는 유대감까지.
그들이 하는 고민에는 차마 책에 드러나지 않는 애환도 맛볼 수 있어 책의 숨겨진 마음의 본 듯 했다. 책장을 덮고도 여운이 남는다.
글의 총합이 책이 아니라는 것, 좋은 글이 많다고 좋은 책은 아니라는 것, 한 권의 책은 유기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와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든 것, 그 일을 과단성 있게 솜씨 좋게 해내는 사람이 편집자라는 것. 저자는 외부자의 시선을 갖기 어렵기에 편집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좋은 출판사보다 좋은 편집자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것. - P00
그의 번역 비결은 시각화다. 즉, 어떤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서 이해한다. 만약 어떤 우서에 ‘어떤 도구를 들었다‘라는 문장이 있을 때, 그 도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면 그 상황이 그려지지 않는다. 따라서 반드시 도구의 모양을 확인한다. 그래야만 ‘잡았다‘, ‘집었다‘, ‘들어 올렸다‘ 중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고를 수 있다. - P00
책도 하나의 상품이라는 것, 눈에 띄어야 한다는 것, 생산자의 손에서 소비자의 손으로 어떻게든 이전해야 한다는 냉철한 시장의 원리를 책도 피해갈 수 없다. 이 사실을 평범한 독자는 인지하지 못하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 P00
기어코 팔아내는 사람, 그것만 생각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 P00
도전적이고 참신하면서 안전하고 거부감이 없을 것, 그 선을 잘 타야 좋은 운영자가 된다. - P00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책, 그 책의 상품성과 완성도이다. - P00
날마다 같은 자리에서 뜨는 해처럼 그의 움직임은 성실하고 뜨거웠다. 일이 곧 자아의 펼침인 사람. - P00
어느새 해가 저물고 퇴근 시간이 다가온다. 꼭 내용을 살펴봐야할 책을 챙겨 회사를 떠난다. 물론 그 책을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책과 출판사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예의라고 생각해서다. - P00
남들이 발견 못 한 가치를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해 성공한다면 그건 매우 뜻깊은 일이지만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에요. 그보다는 보통의 셀러를 판매할 때 거기서 즐거움을 느껴야 해요. 그게 부질없다고 생각하면 못할 거예요. - P00
편집자는 거절당하는 직업이다. 대형 출판사 다닐 때도 늘 겪었던 일. 그걸 1인출판사라서 거절당했다며 억울해하진 않는다. - P00
글 좀 쓰고 기획력이 좋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편집자는 각각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소통력에 결단력도 있어야 하는 직업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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