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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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산문을 읽는 일은 윤슬이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는 일 같다. 아름답다. 반짝거림이 흐르면서 고루고루 퍼진다. 글을 읽는 내내 여기저기서 반짝거림이 가슴을 간질였다. 글을 쓰는 사람이 시간을 느리게 만들고, 삶의 결을 꼼꼼히 만져볼 수 있게 만든다는 시인의 말처럼, 바쁜 삶의 걸음을 멈추고 멈춰서서 오래 들여다 볼 글이다. 

쓰는 일은 과정이 곧 결과입니다. 시시때때로 가치 체계가 변하는 사회에서 문학은 세계의 동태를 살피고, 인간 심리의 변화를 기록합니다. 쓸모를 따지기에 앞서 가치와 깊이를 가늠합니다. ... 쓰는 사람은 결코 목표를 향해 돌진하듯 써내려가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쓰고 싶은 대상 앞에서 망설이고, 자주 기다립니다. 매일 겪어온 아침을 처음 겪는 아침인 듯 다시 생각합니다. 당연한 것을 질문합니다. 많은 것이 적은 것이 될 때까지, 긴 것이 짧은 것이 될 때까지 두리번거립니다. 쉬운 길을 찾는 대신 다른 길을 만들어봅니다. 느린 속도로 불편함의 편에 서서 생각하고 움직이게 합니다. 모든 좋은 시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거든요. - P40

당신이 한밤중에 깨어 연필을 쥐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믿으세요. 자신이 얼마나 시간을 느리게 할 수 있는지, 그리하여 삶의 결을 꼼꼼히 그리고 만져볼 수 있게 만드는지, 자신을 믿기 바랍니다. - P40

사람을 아는 게 권력이 아니라 끌어안는 게 권력이다. 그 사람을 끌어안고, 품고, 아끼는 것. 그때야 그 사람에 대한 지분이 생기고, 무언가 말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그때 권력은 무지막지한 힘이 아니라 오히려 ‘힘을 풀고 풀밭에 누워 기다리기‘와 같은 권력이다. 사랑에 대해, 인생에 대해, 고독에 대해, 당신에 대해 내가 다 알지 못하더라도, 혹은 조금 안다 해도 ‘알은체‘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권력. 절대권력이지.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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