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책세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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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내가 궁금하던 질문이었고, 답을 찾던 차라 책을 집어 들었다. 불교의 선문답처럼 생각할 거리를 안은 인용구들을 자기 생각과 함께 던져 놓았다. 낯설어서 당황했다. 서사까지 기대한 건 아니지만 글의 기승전결도 없다. 하지만 묘하게 흐름이 있다. 모자이크 같은 전개 방식을 통해 새로운 글 읽기 체험을 선사한다. 마치 현대 미술 작품 앞에 선 느낌. "그냥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예술에 지나치게 헌신했다"던 저자는 정말 이 책에서 예술을 했다. 

내가 찾던 답은 찾았을까? 저자의 말대로라면 "당신의 삶은 기대했던 대로 흐르지 않는다. 여기에 예술이 끼어든다..."


모든 비평은 일종의 자서전이다. - P10

당신의 삶은 기대했던 대로 흐르지 않는다. 여기에 예술이 끼어든다... - P262

칼렙은 예술가가 되고 싶었지만 삶에 지나치게 헌신했다. 나는 그냥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예술에 지나치게 헌신했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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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1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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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에 이 책을 읽으라는 사람들의 말을 따라 읽은 적이 있다. 그땐 추천한 사람들이 그 나이에 읽고 깨닫길 바랐던 어떤 의미를 발견하진 못했다. 다만 가슴은 좀 뛰었던 것 같다. 데미안은 곧 내 안에서 사라졌고, 난 그저 살기에 바빴다. 

나이를 들어 보니 성장기 때가 아니어도 사람에겐 알을 깨야 하는 시기가 또 찾아온다. 내 세상을 깨뜨리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하는 때가 인생에 한 번은 아니었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찾듯 내게도 데미안이 필요했다. 짧은 소설이지만 온통 시적인 은유로 덮인 문장을 곱씹다 보면 하루에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어렸을 때도 이렇게 읽었을까? 

그땐 내 안의 분열과 고민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 내 곁을 스쳐 가는 세상의 흐름에도 민감하지 못했다. 세상의 흐름과 내 안의 흐름이 일치하지 않아서 부대끼는 불안에 치열하게 맞서지도 못했다. 싱클레어처럼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맞섰다면 나는 나만의 색을 찾은 예술가가 되었을까?

예술가가 단지 그림이나 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줄 아는 예민한 능력자들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삶이 아름다워지려면 세상을 나만의 방식으로 위로할 줄 아는 나만의 예술이 필요했다. 그 방법을 찾아나가는 길에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이야기가 도움이 된다. 조금 더 일찍 이 사실을 깨달았다면, 10대의 질풍노도를, 20대의 사랑의 열병을, 30대의 세상의 도전을, 40대의 삶의 풍파를, 50대의 세상의 변화를 겪을 때마다 이 책을 다시 읽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삶은 늘 날 가두는 세상을 깨뜨려야 살아남는 도전의 연속 같다. 

헤세는 나중에 자신의 글을 통해 ,그의 삶에는 데미안이 아닌 피스토리우스만 있었을 뿐이지만, 그를 통해 데미안을 만들어 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데미안 같은 고전들을 피스토리우스처럼 다시 통과하며, 나도 나만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세상은 여전히 깨뜨리기엔 견고하고, 새롭게 세우기엔 연약하다. 어쩌면 처음부터 깨뜨린 적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젠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 P110

나는 오로지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에 따라 살아가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어째서 그리도 어려웠을까? - P7

이제 무엇이 올까? 나는 다시 싸움을 계속하고, 그리움을 견디고, 꿈을 꾸고, 혼자일 것이다. - P189

헤세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이런 구절을 읽을 수 있다. "삶에서 내게 데미안은 없었고 피스토리우스만 있었어. 다만 나는 그것으로 데미안을 만들어냈지."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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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 독서링 - 호두나무 독서링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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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링이 책 읽기에 편하다길래 샀다. 아크릴과 비교해보니 나무가 더 가벼워서 나무로 골랐다. 집에 와서 사용해보니 독서링 구멍이 내 엄지보다 많이 컸다. 손가락에서 너무 헛돌아서 고정하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는 점이 불편했다. 구멍이 작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한 손으로 책을 잡을 수 있는 건 정말 좋다. 다만 내 손가락 굵기와 맞는 걸 좀 더 알아봤어야 했나 보다. 그리고 가벼운 것보단 다소 무게가 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도 무거운데, 독서링도 무거우면 어깨가 아플 것 같아서 가벼운 걸 샀는데, 잡아주는 힘이 약하다. 익숙해지면 다 괜찮아지려나. 일단은 열심히 사용하면서 적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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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수업 - 삶이 변화되는 로마서 공부
이인호 지음 / 두란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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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예배에 다녀오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새벽 기도가 내 가족과 지인 들의 평안을 구하는 데 그친다면 옛날 어머니들이 정화수 떠 놓고 드리던 기도랑 뭐가 다를까? 내 믿음이 무엇을 향하고 있지? 문득 들이닥친 질문에 난 답을 하지 못했고, 내 기도는 길을 잃었다. 마음이 답답했다.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나라, 사명, 무수히 들은 말들은 내면의 바깥에서 맴돌기만 할 뿐 내 기도에 간절함을 더하지 못했다. 그저 이론으로 익힌 피상적인 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 모든 대의는 내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되지 못했다. 기도가 부끄러워지고 신앙도 기쁨을 잃었다. 난 회의의 늪에 빠졌다. 어디로 가야 할까? 어떻게 믿어야 하지?

이 책은 서문에서 은혜와 복음의 목적을 이야기한다. 나의 피상성에 방향을 짚어주는 이정표를 발견한 기분. 아, 이거다. 싶은 마음이었다. 내용도 역시 그랬다. 내 믿음이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 처음부터 끝까지 그분만을 믿는 믿음. 복음은 그렇게 살라는 가르침이 아니라, 소식이었다. 처방전과 처방 약으로 비유한 복음과 율법의 차이는 내가 어디에 얽매여 살아 왔는지 가르쳐 주었다. 무엇보다 성화가 영향력이 아니라 복음의 목적이어야 한다는 말씀은 방향 없이 떠돌던 신앙에 길을 내주었다. 순종이 어려운 율법을 지킴이 아니라 성령의 도우심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씀도 뻔하지 않았다. 어떻게 복음이 몸을 통해 순종으로 이어지는지 알려주는 부분은 정말 비어 있는 믿음에 살을 채워주는 말씀이었다. 공부할 때 기초가 부족하면 응용이 안 된다. 기초를 다시 잡아줘야 응용문제도 풀 수 있다. <복음 수업>의 설명은 믿음을 삶에 응용할 줄 모르는 신앙의 어린아이에게 기초를 다져주는 복음이었다. 믿음의 공백이 말씀으로 채워지면서 단단해지는 은혜가 넘친다.

믿음은 한번 들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복음을 반복해서 들어야 구원 받는 생명으로 날마다 새로워진다는 말씀도 마음에 와 닿았다. 이미 들은 복음이라고 난 그동안 복음을 반복해서 듣는 일을 소홀히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복음을 제대로 반복해서 듣는 일이 믿음을 견고하게 세우는 일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 복음을 듣지 않고 내 마음대로 믿으면서 내 안의 육신은 죄의 자기 중심성을 드러내며 믿음을 반석 위가 아닌 모래 위로 옮겨 놓고 있었다. 

이제 새벽에 나서는 길이 믿음의 고백으로 채워지고 있다. 복음을 묵상하는 하루에 성령님의 동행을 구하며 산다. 여전히 나약하지만, 날마다 복음을 들음으로 주님을 향한 믿음의 발걸음이 조금 더 단단해지길 구한다. 그리하여 자기 중심성을 넘어서 구주이자 주님께 순종하는 삶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로마서의 복음이 얼마나 귀한 말씀인지 깨닫게 해준 <복음 수업>에 깊이 감사하고 싶다. 책을 읽고 주변에 사랑하는 이들에게 읽어보라고 선물하고 있다. 피상적인 복음이 아닌 제대로 아는 복음이 얼마나 믿음에 풍성함과 기쁨을 주는지 그들과 함께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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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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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가 팟캐스트에서 낭독할 때 듣고 마음에 남았더랬다. 그 후에도 몇 번 여러 사람이 소개하는 목록에 이 책이 있었다. 궁금했으나 품고만 있다가 앤드류 포터의 신작 [사라진 것들]을 먼저 보았다. 삶의 미묘한 느낌을 이토록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면서 바로 이 책을 찾아 나섰다. 먼저 읽은 책의 느낌이 너무 세서 그런가, 이 책은 내게 그리 강렬하진 않았다. 하지만 묘하게 내내 아스라히 사라지지 않는 느낌이 있다. 기억에 남는 삶의 한 순간, 누구나 느꼈을 법한 어렴풋한 감정을 생생하게 박제해 놓는 느낌. 살아있는 느낌을 벽 한 켠에 붙여놓고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잔상이 짙고 느낌은 아스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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