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빛을 보내오는 사람들 - 김기석의 그림읽기
김기석 지음 / KMC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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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책이 불러오는 많은 생각에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럴 때 그림은 생각이 빠져나갈 돌파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 짝을 맞춰 차곡차곡 정리해 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리되지 못한 생각은 제대로 된 감상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림이든, 책이든 역시 삶에 자리 잡지 않으면 잊혀지긴 매 한 가지다. 

요즘 김기석 목사님의 에세이를 찾아 읽는다. 저자의 에세이는 대단한 독서가라 할만큼 엄청난 독서량이 느껴지지만, 생각이 넘쳐 덮치듯 다가오지 않아 좋다. 그저 일상의 잔잔한 언어로 내려앉는 감상이 편안하고 좋다. 글을 읽다 보면 이 분이 읽는 모든 지식과 이야기는 삶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철학적이거나 현학적이지 않지만 생각의 깊이가 느껴진다. 그럼에도 추상적이지 않고 삶의 실체를 이야기한다. 

그림을 읽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짚어가는 생각들이 참 찬찬하고 꼼꼼하다. 그림을 그린 이나 그림 속의 인물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이해도 깊다. 신앙과 인문 지식이, 삶의 고민이 한데 어우러져 좋은 향이 난다. 글만 있는 에세이에서도 느꼈지만, 그림이 있는 글에서는 더욱 그 향이 진했다. 

그대로 한 권을 쭉 읽어 내려갔지만, 그림 별로 찬찬히, 두고두고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가까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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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위 그리스도인 - 불안이 낳은 묵상
최병인 지음 / 지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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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앙인이 쓴 에세이가 궁금하다. 다른 그리스도인들은 일상에서 어떤 신학적 고민을 할까? 마침, 책 제목처럼 경계선 위에 선 믿음의 삶이 불안하다고 여기던 참이었다. 같은 마음인 걸까, 싶어 책을 홀린 듯 집어 들었다. 

'신앙함'을 담은 진지한 고민이 참 기꺼웠다. 그리고 정갈하고 단단한 문장들, 신앙 서적을 읽으며 문장도 탐미하듯 읽긴 오랜만이었다. 의미가 잘 정돈된 문장들, 신학적 의미를 담았음에도 철학적인 문장이 문학적으로 와 닿아서 참 좋았다. 휘리릭 읽어 내려가기엔 아까운 책이다.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모두 공감하는 고민이었다. 무엇보다 신앙이나 신학에서 고민이 생기면 읽던 책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달라서 참 좋았다. 일방적이지 않다. 신뢰할 만한 친구와 카페에서 진지하게 신앙 고민을 나눈 기분이 든다. 마음이 풍요로워졌다. 

설교집에 지친다면 이런 에세이로 '신앙함'을 고민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저자가 출판사 대표라니 뜰힘에서 나온 책도 찾아봐야겠다. 같은 결이었으면 좋겠다. 책을 출간한 지우의 책도 계속 챙겨 보고 싶다. 앞으로 내줄 책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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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은 샘을 품고 있다
이승우 지음 / 복있는사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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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작가의 소설을 정말 좋아한다. 소설에 간간이 나오는 성경 이야기를 볼 때마다 그의 신앙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 책의 부제목이 '신앙과 문학과 삶에 관한 사색'이기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펼쳐 들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가 책의 결과 달랐다. 

난 그의 신앙이 그의 문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했다. 문학과 신앙을 오가는 삶의 고민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냥 평범한 묵상집이었다. 간혹 설교 같기도 했다. 

실망스럽기보단 서운했다. 속내를 듣고 싶었는데, 이 정도만 해도 이야기해주겠다고 거리를 둔 느낌. 혼자 기대하고 혼자 서운했다. 아쉬웠다.   

문장도 아쉬움을 달래지 못했다. 작가 특유의 문장에서 느슨하게 풀어진 느낌이다. 소설에서 봤던 정교하고 짜임새 있는 문장과 구조의 향연은 맛보기 어려웠다. 고심해서 쓰는 소설과 편안하게 쓰는 에세이의 차이일까? 91년도에 썼던 책을 복간했다던데 너무 오래전 글이기 때문일까? 작가는 서툴렀던 당시의 순수함을 보아 달라고 했지만, 나는 그의 젊은 시절도 본질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맹렬함이 있었을 거라 기대했다. 
기대하지 않았다면 에세이답게 읽고 괜찮다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도 아쉽다. 그래도 여전히 이승우 작가의 전작 읽기는 계속 이어가려 한다. 여전히 좋아하는 작가다.  

  

하늘에 이르는 길은 존재에 이르는 길이다. 참된 삶이 거기 있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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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캠핑 - 멋과 기분만 생각해도 괜찮은 세계 딴딴 시리즈 3
김혜원 지음 / 인디고(글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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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의미와 목적이 부여되지 않는 일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무슨 일이든 목표를 위해 달리고, 소진되어 지치는 게 일상이다. 그저 즐겨보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그저 즐긴다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감이 슬슬 차올라 뭐라도 일을 만들고 만다.

 

이 책은 부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멋과 기분만 생각해도 괜찮은 세계'라니! 그래도 되나? 저자가 소개하는 세계는 내가 가보지 못한 낯선 세계였다. 글을 읽는 내내 저자의 기분 좋음과 자유로움이 느껴져서 부러웠다. 


긴장을 풀고 잠시 그저 시간의 흐름에 날 놓아줄 수 있을까? 잠시 하늘을 올려보고 흘러가는 구름을 향해 손을 뻗어 본 기분이다. 아직 저자만큼 그저 즐길만한 무언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책을 통해 내가 모르던 세계의 바깥 바람을 쐬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읽을 때 기분이 좋아질 만큼 저자가 글을 잘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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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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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하나님을 알라고 가르친다.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려 애쓰는 사이에 사람의 마음은 뒷전으로 밀린다. 인간에게 주어진 정답은 그저 '순종'이다. 그 간극에 놓인 수많은 인간적 고민과 분투를 건너뛰면서 오히려 맹신과 위선이 똬리를 튼 건 아닐까?


책을 읽으며 답답한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성경 이야기의 이면에 묻힌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이런 생각이었겠구나, 그들의 고민과 상처를 들으며 안도감이 드는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삶도 나처럼 고민과 싸움의 소용돌이 속이었다. 인정은 했지만, 이해는 하지 못해 속으로 삭히다 허기가 되어버린 빈 구멍이 있었다. 


지독하게 인간적인 그들의 이야기가 몹시 고팠던지 책을 펼치자마자 순식간에 읽어 버렸다. 듣고 나니 오히려 그들이 고민한 사랑이 무엇인지 더 절실하게 와 닿았다. 성경 읽기가 조금은 숨이 트였다. 

저자는 자신의 소설들이 위대한 원작을 가리키는 수줍은 손가락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 손가락을 덥석 붙잡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이야기를 잇겠다고 약속해달라 매달리고 싶기까지 하다. 

내 번역의 방법은 인간의 마음으로, 즉 소설을 통해 신의 마음, 즉 믿음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었다._작가의 말 중에서

탐식이라는 증상을 통해 표현된 영혼의 고갈, 무기력에 가까운 신중함, 이해하기 힘든 비현실적인 것에 대한 몰두, 혹은 삶에 대응하려는 의지의 결핍 같은 것_68%

인정은 하게 되었지만, 이해는 할 수 없어서 줄곧 힘들어하셨지.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인정은 하게 되었으므로 순종하면서도, 어머니의 그 지독한 허기와 식탐은 그 갈등이 스스로 만든 출구였을까, 어머니는 신을 ‘살피시는 분‘이라고 불렀어._64%

이미 늙어 눈이 어두웠던 아버지, 언제 죽을지 모르겠다던 아버지는 그러나 그 이후에도 이십 년 이상을 더 살았다. 죽음을 예감하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마음껏 축복하겠다던 이삭의 긴 생명 연장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아버지가 일찍 숨을 거우었다면 어쩌면 에서는 정말로 살인자가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막기 위해서였는지 아버지는 아주 오래 살았고, 그 사이에 에서는 시간과 함께 원한으로부터 풀려났다. 그리고 어쩌면 이삭은 자기 의도대로 되지 않은 그 축복 사건을 통해 최선을 뛰어넘는 최선, 법과 도리를 넘어서는 신의 섭리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아무리 자기 생각을 앞세워 바꾸려고 해도 신의 뜻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는 신의 뜻을 헤아리려는 시도를 멈추고 아버지처럼 온전히 복종하는 사람이 되었다. 음식에 대한 허기와 탐식도 그와 함께 사라졌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이삭이 죽을 때 두 아들이 그를 조상들 곁에 묻었다._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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