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가 되곤 있지만 너무 엽기적인 소재라 영화를 보기까진 좀 망설이긴 했다. 혹시 엽기를 넘어서 혐오스럽진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래도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생각을 접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영화를 보았다.
기분전환용이나 심심풀이용으로 볼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영화를 보고난 후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았다. 약간 질척질척한 기분이 가슴 한켠에 걸려 불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 인간의 본성을 정말 철저하게 파고들어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원하지도 않은데다, 억울하기까지 한 뱀파이어의 운명 속에서 무엇보다 거룩한 겉옷을 입고 누구보다 추하고 강렬한 욕망속에서 갈팡질팡하는 한 인간은 소름끼치도록 인간 본성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질감에서 느껴지는 씁쓸함. 그렇게 드러내어 보고 싶지 않았던 본성을 드러낸 느낌. 숨기고 싶었던 치부를 드러낸 기분이었다.
김옥빈의 캐릭터는 갈등하는 인간이 아닌 욕망 본연에 충실한 또 다른 인간을 보여준다. 영화가 환상과 현실이 혼합된 듯하지만 너무나도 캐릭터들이 인간 본연적이여서 섬뜩했다. 박찬욱 감독의 힘. 그 무서운 통찰력이 징하게 가슴에 박히는 영화였다.
하지만 난 판타지는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는 유희였으면 좋겠다. 현실이 아닌 판타지조차 이렇게 속속들이 현실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하는 건 유쾌하지 않다. 차라리 몰랐어도 좋았을 진실을 본 기분이다. 스스로는 호기심때문에 본 영화지만 굳이 남들에게까지 권하고 싶진 않다. 그 불편했던 기분을 전염시키고 싶진 않아서이다. 아니면 또 다른 인간의 그 밑바닥을 보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