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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맛은 사람 사이에 있다 -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의 음식과 인생 이야기
천샤오칭 지음, 박주은 옮김 / 컴인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궁극의 맛은 사람 사이에 있다
음식은 세뇌다. 얼마 전에 본 프로그램에서 들은 이야기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세상에서 엄마의 맛을 따를 수 있는 없다. 엄마가 만든 음식이 세계 최고라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자식들에게 엄마의 음식은 세상 어떤 요리보다 더욱 높은 의미의 맛을 지닌다. 그리고 그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진다.
중국에 대한 흥미와 함께 음식들을 알기 위해 책을 선택했다. 음식들과 함께 중국의 문화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cnn에서 볼 때는 사탄의 달걀처럼 보이는 함단은 대체 어떤 맛일까? 직접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이 함단이 중국인들 모두에게 환영을 받는 건 아니다. 저자의 아들도 한 번 먹어보고 괴상을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나라마다 다른 음식문화는 옳고 그르다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을 두고 시끄럽게 다툼을 하는 건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다.
중국과 중국 음식에 대해 알고 있으면 책을 읽으면서 더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겠다. 그리고 모른다고 해도 괜찮다. 충분한 설명과 함께 중국 특유의 문화를 알 수 있게 해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사는 나라가 다르더라도 마음은 통하는 법이다. 부모의 내리사랑은 헌신적이다. 손자의 철없는 대답은 내리사랑의 위대함을 잘 보여준다. 할머니의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남은 반찬이라는 대답! 좋을 걸 자식과 손자에게 먼저 먹이려고 하는 걸 볼 때면 언제나 고개가 숙여진다.
호텔이나 잘 나가는 음식점의 요리가 아니라 뒷골목이나 트럭이 털털 거리며 지나가는 도로 옆의 식당들 이야기들을 접할 때면 더욱 정감이 간다. 허름한 음식점에서 먹는 추억과 향수를 자극한다. 호텔 음식이 나쁘고 부족하다는 건 아니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찾아가지 않는 호텔보다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더욱 마음에 잘 들어온다는 이야기다.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한국 음식도 나온다. 한식 이야기를 보면서 중국에 한류가 퍼지기는 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고향음식은 언제나 향수를 불러온다. 저자의 고향 청무는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 다른 지역의 무가 더 달콤하고 맛있다고 해도, 고향에서 먹던 무의 맛은 남다르다. 어렸을 때 뇌리에 각인된 세뇌의 맛은 늙어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가장 좋은 의미의 맛으로 다가온다.
일반인들은 호텔 음식에 대한 동경이 있다. 항상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요리도 아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호텔 음식에 대해서 거리를 두고 있다. 음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차이라고 봐야겠다. 멋지고 환상적인 장소에서 일류 요리사가 만든 요리가 아닌 뒷골목에서 음식점 주인과 편안하게 느낌 있게 먹을 수 있는 맛! 그 맛은 느껴본 사람은 알겠다. 맛에 대해 전문가인 저자는 그 맛을 잘 알고 있다.
일반인들은 그런 맛을 너무 간과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가장 맛있는 맛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인간에게 있어 맛은 행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책이 잘 알려준다.
중국 요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좋았다. 그리고 더 좋은 건 저잣거리에서 맛의 풍미를 느껴볼 수 있다는 사실이겠다. 그리고 이건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에 공통적인 부분이다. 시간을 내서 저잣거리를 돌아다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