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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포르투갈의 높은 산
좋은 글에는 향기가 난다. 눈에 보일 것처럼 진한 향기가 책에 가득 넘친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은 절망의 시기가 온다. 그리고 그 절망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절망은 천천히 오기도 하지만 때론 쓰나미처럼 몰려올 때가 있다. 1부의 주인공이 바로 그렇다. 그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힘들어 한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동앗줄과 같은 구원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 구원을 찾아서 떠난다.
산! 산은 거기에 있어서 오른다. 그리고 오르다 보면 여기가 아니라고 느낄 때도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구원을 얻기도 한다.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내면에서는 많은 사념들이 일어난다. 내면의 장벽들이 부서지기도 한다.
뒤로 걷는 자! 이 행위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애도의 의미일까?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 하는 저항 그리고 반발의 행동이다.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절망으로 미쳐버릴 것 같은 느낌이리라!
내면 깊숙하게 비수로 찔러오는 향기가 있다. 그리고 그 향기는 태양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산을 오른다는 건 예상보다 먼 길을 가는 걸음걸인 동시에 혼자서 하는 행위다. 혼자 힘으로 버틸 능력이 필요하다. 아파하는 자가 산을 오르는 건 치유를 향한 구원의 길이기도 하겠다.
지옥같은 길 위를 걸으면서도 멈추면 안 된다. 끊임없이 나아가는 1부 주인공의 이야기는 정신적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걸 시사한다.
2부의 주인공은 직업이 의사다. 죽음은 무엇인가? 죽음에 대해 깊이 파고들 수밖에 없는 직업이 바로 의사다. 저자는 그런 의사를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떤가? 여기에서 죽음의 의미는 옳고 그르다를 평가할 수 없다. 마음에 스스로 뜻을 세우면 그것이 자신만의 의미가 되겠다. 인류의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 하기에 여전히 헤매고 있다. 탐구하고 또 탐구하지만 모르겠다.
죽음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 죽음은 보편적인 일로, 사람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슬픈 일이다. 인생에 이미 들어와 있는 필연적인 연이다. 파격적이다. 집의 표현이 이럴 줄 상상도 하지 못 했다.
전체적으로 가볍지 않고 진중한 슬픔의 선율이 흐른다. 가시밭길 위를 걸어가는 슬픔이라고 할까? 하지만 그 끝에 희망이 있다는 걸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아파하는 가운데 나아가는 것이다. 아파하는 가운데 멈춰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빠르게 움직여야한다.
한 번만 읽어서는 책의 의미와 느낌, 그리고 향기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시간을 내어 문장을 정독하고, 몇 번 읽어야 책의 진정한 맛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근래 다시 한 번 책을 책장에서 꺼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