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맥주 이야기
무라카미 미쓰루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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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맥주 이야기 : 시원하게 풍덩, 마셔라! 세계사와 맥주
 
 


0시 30분.
손흥민이 출전하는 토트넘 경기를 보기 딱 좋은 시간대다.
새벽에 열리는 경기는 다음날 출근 걱정을 제외해도 커다란 문제가 하나 발생한다.
90분 경기를 함께 할 맥주와 안주를 즐기기에는 부담스러운 시간!
그래도 새벽 경기는 아닌 만큼 전반전에 가볍게 음주를 즐기고 후반전은 약간 풀어진 정신을 알콜의 힘을 빌려 추스르며 일어서서 열심히 응원 몸동작을 허공에 질러대며 소화까지 잘 시킨 다음 편안한 잠자리에 들 수 있다.
솔직히 오늘은 다음날 휴무다 보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술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선배들의 강권으로 억지로 마시는 술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막내로서 어쨌든 술자리의 여러가지 상황을 조율하는데 힘든 측면도 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초년병의 철모르는 소리였다. 요즘은 과거처럼 술문화가 직장과 따로 노는 형국이긴 하나, 스트레스와 문제해결에 에너지를 소비한 상황에서 청량음료 같은 맥주 한 잔과 치킨은 축제와 다름없는 흥겨움을 준다.
코로나를 지나며 회식은 더욱 사적인 일들에 밀리기 시작했고 나름 주당들도 혼술 또는 집술의 저렴한 가성비 매력에 빠졌다. 대화와 소통의 자리는 축구나 OTT가 대신해주며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학생 때와 다르게 직장 생활의 풍요로운 예산은 2차로 세계 맥주집이나 호텔 지하에 있는 거대한 맥주 펍도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매번 같은 종류의 생맥주만 즐기던 나에게 다채로운 풍미를 선사한 브랜드마다 병 모양도 개성 있는 만남의 즐거운 일상이 되었고, 기름진 치킨의 세계에서 벗어나 기름기 쫙 뺀 학센이나 마요네즈에 찍어먹는 샐러리 스틱도 훌륭한 안주거리가 된다는  또다른 차원의 안주 미식에 발을 내딛었다. 웰빙 안주라니!

맥주는 통풍에 치명적이다.
고기와 술을 짧은 반복주기로 즐기다 보면 요산수치의 상승으로 가장 끔찍한 고통을 주는 질병 중 하나인 통풍과 조우하게 된다.
그나마 덜 아픈 상태에서 질병에 맞닥뜨린 이후 약을 통해 수치를 조절하며 알콜 섭취량만 적당하게 조절하면 문제는 없지만, 과거 처럼 맥주를 무한정 즐길 수 있는 도전은 불 가능해진다.
사람이란 억제할 수록 욕망을 느는 편, 맥주는 한 두 캔 정도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맛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습으로 변해간다.
맥주를 원한만큼 못 마신다면 맥주의 역사를 책을 통해 더듬거리는 기회로 충당해보자는 엉뚱한 관계를 만나기도 한다.
맥주의 원조로 독일 역사에서 각 중요한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맥주는 독특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에서 시작된 맥주의 역사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면죄부가 교회의 부정부패로 연결되자 이에 반발한 루터의 종교개혁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정당성을 따지는 압박 강도 높은 자리 -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 앞 - 로 스스로 몰아넣었다.
아무리 개혁을 주장하는 신념의 인물이었지만 쉽지 않은 자리였다.
땀이 흐르고 긴장감이 역력한 그에게 주어진 맥주 한 병은 어쩌면 세계사의 방향을 송두리채 바꿔 놓은 변곡점을 만들어놓고 야 만다.
살짝 취기가 오른 루터는 내면에 숨어있던 분노와 머리에 정리된 논리를 적절히 조합하여 위기의 순간을 기회의 한 방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이후 다행스럽게 불경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게 되어 자유롭게 방면된 그는 역사의 한 구석에서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는 업적을 이루게 된다.
단순히 맥주 한 잔의 힘이라고 하기에는 취할 일도 없으니 갸우뚱한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원액이 더욱 걸쭉하게 들어가 있고 알콜 도수도 8%가 넘는 수제 맥주라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할 수 있다.
열량 가득한 고품질 맥주는 비록 맛이 훌륭하지는 않다고 하나, 식사를 대용할만한 힘을 내게 만들어준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목구멍으로 털어놓고 싶은 충동이 든다.          
벨기에에 위치한 오르발 수도원을 방문하여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생생한 장면이 머리속에 전달한다.
거대한 공장에서 공산품 뽑아내는 공정과 달리 생 홉을 넣고 숙성기간을 가지는 전통주조 방식은 맥주에 대한 자부심 가득한 생산자들의 당당함과 닮아 있다.
더 많은 생산 기회가 있음에도 왜 한정 생산만 하느냐는 작가의 질문을 머쓱하게 만드는 답변은 "우리는 전통 제조의 방식을 이어가는 게 목적이지 맥주를 통한 이윤창출은 아니랍니다."였다.
많이 효율화 되었지만 그럼에도 책에 설명된 긴 제조공정을 유지하는 이유는 결국 맛을 지키기 이해서라는 이야기고, 시음을 통해 전달되는 풍미가 대화를 통해서도 느껴진다.
 


그런데 왜 이렇게 경건한 종교 수행의 장소인 수도원이 맥주 주조의 최선봉에 나서게 되었을까 라는 물음표가 떠오른다.
루터의 얼굴이 커다랗게 라벨에 인쇄된 맥주를 소개한 책 앞부분의 맥주 역시 "made in monastert" 였잖아?
로마 정복자들이 마시던 와인은 고급술로 통했지만 게르만족의 맥주는 저급한 상품으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카를로스 대제의 활약 이후 전쟁의 승리에서 축복하는 술로 맥주가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게르만족의 자랑스러운 술로 위상을 높인다.
아울러 기독교 세계의 중심 기관으로 수도원이 지역 거점 역할을 하며 양조 역시 그 일환으로 제조가 시작된다. 정치의 중심 역할을 위해 고관대작의 의전용으로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수도사들은 절약하고 성실한 태도로 삶의 모습을 종교에 투영한 삶을 살아간다, 대부분.
때에 따라 등장하는 탐욕 가득한 일탈자들을 굳이 꺼낼 필요는 없지만 이상의 모습이 아닌 현실의 모습을 바라본다면 또다른 풍경을 엿볼 수 있다.
순례자와 방문자들에게 제공할 음식과 맥주를 준비하는 수도원의 역할 이면에는 마을이나 지역에서 세금처럼 납부하는 물건들의 관리도 필요하다. 경제의 흐름과 정치의 중심으로 수도원이 위치하는 상황에서 각 지역의 중심과 균형을 맞추는 일은 필수 코스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양조업은 지역경제와 교회 정치의 교집합을 굳건히 할 수 있는 멋진 비즈니스 기회였고 이를 통해 부의 축적과 양조기술의 발전은 수도원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흥미로운 상황으로 전개된다. - 더우기 홉을 맥주에 집어넣은 최초의 양조기술자도 만날 수 있다.
 
책의 처음 시작부터 알아봤다.
맥주가 역사의 가열찬 흐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우뚝 세울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중세 교회가 맥주 생산자의 역할과 분배자의 활동을 지속 수행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교회의 역사 변곡점에서 맥주 스토리는 재미있고 중요한 주인공 역할을 맡게 되었고, 마치 100살 할아버지가 현대사 곳곳에서 뜻하지 않은 활약을 펼친 소설의 한 토막이 연상되는 흥미로운 주제로 다가올 수 있었다.
 
치킨 한 마리 놓고 소박한 맥주를 즐기는 직장인들의 소소한 저녁 풍경이 드라마에서 인상적으로 표현되는 느낌처럼, 허기와 영양실조로 곤궁하게 살아가던 중세인들에게 영양분 가득하고 에너지 원천이 되는 맥주는 물과 더불어 생명수의 역할을 완벽해 해낸 노을 뒷 배경 소박한 식사의 자리를 빛내는 주인공이었다.
맥주의 역사가 유럽의 역사 이면에서 자신의 역할을 눈부시게 해내는 장면들을 연상하며 책장을 넘겨가는 재미가 필요하다면 당장 편의점 맥주 한 캔을 옆에 두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어떨까?
서민 정서 가득한 "마술피리" 아리아가 곁들여져도 좋은 밤의 여왕, 맥주를 위하여!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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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교과서 4 : 직원편 - 직원을 변화시키는 사장의 교육과 장사 철학 장사 교과서 4
손재환 지음 / 라온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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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교과서 4 직원편 : 진상인가 파트너인가? 직원과 함께 성장하기




힘들다.

정말 힘들다.

세상에서 사람을 다루는 일은 비교할 수 없는 난이도를 보여준다.

내 배가 아파 낳은 자식도 마음에 쏙 들게 행동하지 않은데 금전으로 묶여 고용주와 피고용주의 사이는 망망대해가 가운데 놓여있는 닿을 수 없는 거리다.

드물게 마음 잘 맞고, 미래의 숫자를 두둑하게 만들어주는 예외의 경우도 목격하겠지만, 헤어지는 순간까지 이익을 벗어나 순수한 동료애로 끝맺기에는 쉽지 않다.

정치의 입김이던, 세태의 변화이던 세대 간의 갈등과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사회 전반의 보편의 이름을 갖는 문제로 고착화되는 요즘 시대는 직원을 하나 들이고 임금을 지불한 만큼의 효과를 찾아오기 쉽지 않게 된다.

키오스크나 로봇을 이용해야 손익을 맞출 정도로 악화된 장사의 수지타산에서 한 명 두 명 힘들게 고용하는 직원과의 호흡은 더 긴밀해져야하고 조심스럽다.

사장의 비법을 4권에 걸쳐 소개하는 저자가 마지막 책 주제로 직원을 뽑은 이유는 마지막 고비이자 가장 어려운 단계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식당에 들어갔는데 일하시는 분 둘이 구석 식탁에서 열심히 숟가락을 정돈하고 있다.

"어서오세요." 인사만 메아리칠 뿐 얼굴도 돌아보지 않는다.

자리에 잡고 메뉴를 물어보니 그제서야 한 분이 어정쩡하게 일어나서 묻는다.

"뭐 드실 거예요?"


사장은 직원들을 채용하고 교육할 때, 일의 본질에 대해 명확히 설정을 해줘야 한다.

당연하지만 고용된 입장에서 업장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은 "일"의 범주다.

따라서 숟가락을 정돈하고, 바닥이나 상 위를 걸레질하고, 음식을 만들고, 고객 응대하는 모든 과정은 동일한 업무이고 임금을 지불 받는 할 일에 포함된 행동이다.



과연 그럴까?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어야 하듯, 주업무와 보조업무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식당에 들어갔을 때 빠른 고객응대와 조리, 그리고 서비스가 일련의 패턴으로 작동하고 만족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고객은 재차 방문할 이유를 얻게 되고 가게는 선순환의 패턴으로 움직일 수 있다. 숟가락 정돈하는 일과 고객 응대하는 일이 동일선상의 동일한 가치를 얻는 업무라고 직원들이 생각하면 정작 필요한 시점에 제대로 된 대응이 원활치 않고 고객불만족과 객수 하락으로 가는 지옥 행 열차를 탑승한다.

일의 개념을 명확히 잡는 작업은 직원들의 효율을 높이고, 고객에 집중함으로써 매출의 증대와 사업의 영속성에 기여할 수 있다.

잡일은 차라리 알바를 뽑던 키오스크를 쓰는 아웃소싱을 선택하라는 저자의 충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태가 바뀌어 월급에 대한 인식과 체감하는 수준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에 공감된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가는 반작용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옆 나라 일본과 비교해도 최저시급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돈벌이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직원의 최소화를 통해서만 주인의 이익이 그나마 나아지는 팍팍한 현실은 아르바이트보다 버는 돈이 적은 편의점주의 탄식에서 엿볼 수 있다.

8시간 일해도 수중에 떨어지는 돈이 적으니 16시간 일하고 인건비를 줄여야 그나마 돈벌이가 될 정도의 경쟁은 천편일률의 유통구조가 낳은 비극일 수 있다.

더군다나 월 2백만원 정도 받느니 다른 일을 하지라며 종적을 감추는 직원들을 바라보는 사장의 답답함이나 오랜 경력을 쌓은 직원이 신입의 겨우 두 세 배 정도의 임금을 받는 격차의 감소는 사장 입장에서는 직원을 다루는 사장의 아픈 구석일 수밖에 없다.

작은 주인의 역할을 부가하고 많이 벌어 나누어 갖는 이상적인 형태의 고용구조는 현실에서 쉽지 않다. 7명이 더 벌고 더 나눠 갖는 구조의 매장이 운영되기 위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일은 책에서 가능한 일 아닌가라고 반문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조금 덜 가져가거나 인센티브 등으로 일시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우리가 모두 사장이고 동반자라는 의식을 심어주고 그만큼 대우를 해주었을 때 진정한 팀웍이 발휘되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장면에서 우리는 환호할 수 있다.




좋은 소식도 있다.

사람의 자리를 로봇이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 어색했던 패밀리 레스토랑의 접시 치우기 로봇이 이젠 익숙해진다.

오히려 서빙 직원을 대폭 감소시켜 테이블 위에 접시가 쌓여가던 경쟁점 레스토랑 보다 로봇이 다소 늦더라도 테이블로 찾아오는 방식이 더 빠르다.

효율성의 극대화를 로봇이 대체한다.

물론 감성의 터치 부분은 줄어든다.

아니다, 인력의 효율 운영은 하급이 일은 로봇이 처리하고 오히려 감성 대응과 터치가 필요한 부분에서 노련한 직원이 대응하여 매출 향상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선택은 사장의 몫이다.

업태에 따라 활용도는 달라지겠지만 키오스크가 이젠 익숙한 주문 방식으로 변한 것처럼 환경은 바뀐다.

일의 프로세스를 자동화와 아웃소싱으로 변화시키고 실제 존재하는 사람의 직원에게 좀 더 집중하고 같이 가게를 키워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 다루기가 제일 힘들다.

하지만 마음 고생 많이 했던 필자의 경험은 장사를 준비하는 독자들에게는 다른 채널에서는 만날 수 없는 귀한 충고와 지침이 되 줄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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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부의 대전환 - 인구경제학이 찾아낸 미래 비즈니스 모델 총정리
전영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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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부의 대전환 : 세계가 주목하는 고령화 사회 롤 모델, 위기와 기회의 공존

 

 

인구 절벽 계산식을 두들겨보면 그야말로 정신이 아찔하다.

국가 소멸이라기 보다 국가 멸종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의 충격이다.

책에서는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생각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평생 달의 밝은 면만 보았지만 뒷 면도 존재하고 있다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감히 우주선을 쏘아 올려 보지 못했던 지역을 탐색하는 시도를 하지 못하듯, 뉴스에서 들리는 공포에만 집착해 드라마틱한 변화에서 기회를 낚아챌 행운을 놓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 냉정한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울하다.



한세대만 지나도 눈에 띌 수준으로 추락하는 인구수에서  살아남는 전략과 기획을 적어가는 일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통계로 밝혀지는 인구의 변화 속에서 세대간 명암이 소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그래프를 읽는다 해도 실행에서 성공으로 이끄는 힘은 내수 경기가 활발하고 내수 소비자가 많는 좋은 상황에서 노력과 비할 바 없는 어려움에 봉착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인구 감소로 인한 부의 대전환 시기에서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한 개인과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

MZ세대의 생각과 행동패턴을 이해하지 못하면 장사를 접으라는 날카로운 일침이 지금 우리에게 놓여있었다면, 앞으로는 70년대생으로 대변하는 신인류의 특성을 잡아내지 못하는 젊은 이들에게는 시련만 닥칠 고뇌의 대물림이 될 수 있다.

통계와 자료를 통해 학술 접근의 결과물을 읽고 세계 유례없는 출생률 감소 나라에서 선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찾아내고 국가의 경쟁력을 확대하는 노력이 없다면 한반도는 일본의 5번째 섬이 되거나, 만주의 중국인들이 남하하는 험한 꼴을 면치 못할 지 모른다.

 



새로운 형태를 가진 콤팩트시티에 대한 인사이트는 앞으로 아파트 공화국의 변화행태를 미리 짚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앞서 제시한 아파트 1층과 옥상 공간을 기존과 다른 접근법을 통해 공공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아이디어의 확장판 같은 개념이다.

그동안 서울의 과밀화로 외곽으로 뻗어 나가며 경기도의 70%를 아파트로 바꾼 트렌드는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선심성 정책으로 가득 찬 복잡한 도시철도 노선도를 보면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현재 상태의 출퇴근 인원을 생각해도 낮시간대 텅 빈 객차가 예상되는데 점차 이용객이 줄어들었을 때 제기능을 할 지 의문스럽다.

예를 들어 동탄은 사실 서울 출퇴근은 포기하고 수원이나 용인 등의 직장인 베드타운으로 구성된 도시인데 GTX로 서울 근접거리가 되는 상황이 지역민들에게는 편리하겠 으나 처음 도시계획의 목표와는 멀어지는 상황 아닐까 의구심이 된다.

1인가구 증가와 소형 가구가 대다수를 차지하게 될 시점에서 그렇게 먼 거리에서 출퇴근하는 일이 열차 운행이 가능할 숫자가 채워질지 걱정스럽다.

일본 사례처럼 구도심의 수직화를 통해 좁아진 권역내에서 모든 사회활동이 가능한 형태의 트렌드가 선도할 경우, 외곽 도시들의 몰락은 불가피하다. 이런 부분은 완급조절을 통해 급격한 부동산 시장 외곽을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70년대 신세대들의 중년 소비자로 전환은 많은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는 새로운 영역이다.

이미 60년대 생들의 소비행태는 과거와 다른 패턴을 보여주었다. 임영웅이라는 트롯가수가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며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얼마든지 비용지출이 가능한 방향성을 확인한 이상, 앞으로 70년대생들이 경제 풍요로움을 바탕으로 본인들의 삶의 가치를 충족시키려는 욕구를 수용하는 상황에 따라 비즈니스의 기회는 확대될 전망이다.

더욱이 실질적인 베이비부머 세대로 탄탄한 인구 구성 밀집도는 새로운 자본주의 롤 모델에 적합한 국가 형태를 구성하는데 적합한 실험군으로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자신을 희생하여 가족을 부양하는 과거의 모습과는 다른 양상의 시니어 비즈니스는 고립된 커뮤니케이션이나 세대간 단절이라는 사회 부정 요소에 대응하여 자신들만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대가 기대될만하다.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가 빠른 대한민국이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꾸려가는 벤치마킹의 표준이 될 기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긍정의 요소를 빨리 흡수하고 실행하는 자가 성공 목걸이를 거머쥐게 될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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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요코하마 - 나의 아름다운 도시는 언제나 블루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6
고나현 지음 / 세나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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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요코하마 : 나도 갈래, 요코하마, 타 볼래, 대관람차

 

 

한 달 살기의 여행.

직장인에게는 우주 여행과 비슷한 수준의 불가능한 영역이다.

언제나 겉옷 안주머니에 사직서를 품고 다니지 않은 이상.

자기가 좋아하는 도시에서 한 달의 여행을 제안받는 기분은 어떨까?

회의 일정 가득한 일반 회사원의 출장이 아니라, 도시에서 충분히 정보와 감상을 빨아들이고 글을 통해 다름 사람들과 공유하는 목적이라면 더 멋지지 않은가?

식도락과 쇼핑으로 점철된 일본여행의 틀을 벗어나 이웃의 한 일원으로 같이 대화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일상에서 발견하는 삶의 소소한 웃음을 발굴하는 멋진 일이다.

작가가 요코하마를 한 달 살기의 도시로 결정한 건 -물론 출판사의 제안이기도 하지만-10여차례 방문을 통해 도시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번 방문해도 놓치는 생활의 모습과 도시의 이면을 살펴볼 좋은 기회였으리라.

책에서 소개되는 각양각색의 상점과 볼거리들, 그 안을 채우는 사람들 과의 인연을 추격하다 보면 나도 가고 싶어 나를 설득하는 개미지옥이 새롭게 불타오르게 된다.

지난 3월 도쿄 여행에서 하루 25000보라는 기록에 남길만한 빨빨거리는 동선 덕에 하루 일정이 남았다.

계획에 없던 추가 하루의 시간을 어디에서 보낼 지 고민을 거듭했는데 그 중 한 곳이 요코하마였다.

숙소가 있던 신바시에서 4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였고, 어릴 적 읽었던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주인공 일행일 펼치는 모험담이 어린 마음에 동경의 도시로 각인되었던 탓이다.

도시를 상징하는 커다란 대관람차도 유혹을 하기 시작했고, 왜 일본까지 와서 중식을 먹어야 할까 의문스럽지만 가보고 싶은 차이나타운의 식당들도 만만치 않는 흡입력을 상기시켰다.

도저히 하루에 보고 싶은 만큼 다 돌아볼 수 없다는 압박으로 목적지는 시바마타를 가기로 정했지만 언젠가는 꼭 가보고 말 꺼야 다짐했다.

 



여행기를 따라 작가와 거리를 거닐면 우선 먹거리에 눈이 돌아간다.

막상 여행지에서 유명한 맛집 오픈런에 참여하려면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30분 정도가 나름대로 최대 웨이팅 가능 시간이다. 하지만 관광객이 덜 넘쳐나는 지역의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카페라면 조금은 수월하게 책에서 눈으로 보던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으니 체크리스트에 포함할만하다.

구수한 스콘과 따스한 홍차가 어울리는 카페의 사진도 방문일지를 긁적이게 만들고, 반갑게 인사하는 직원들만으로도 방문의 이유가 생기는 스푼 카레 집도 가보고 싶은 식당으로 마음 속에 등재된다.

사실 해당 지역의 프랜차이즈 음식점만 가도 어느 정도 맛 이상은 보장되기에 막상 여행길에서 음식점을 찾아 헤매는 일은 적은 편이지만, 책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는 신뢰도가 우월하게 높아지는 편이라 일단 최대한 스케줄에 맞춰 가보고자 한다.

 

여행에세이를 쓰려고 한다면 다른 사람은 모르는 요소들을 사전에 확보하고 책쓰기에 적합한 소재들을 발굴하기 위한 기획을 우선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바쁜 일정 속에서 정보를 파악하는 프로세스를 수행하기 쉽지 않다.

유명한 상점이지만 손님 하나도 없는 썰렁한 상황을 목도했을 때, 민폐를 끼쳐가며 사진을 찍어대는 버르장머리를 가질 바에 야 즉흥으로 접근방식과 대화내용, 꼭 찍어야 할 사진의 목적, 양해를 구하는 현지어 정도는 미리 준비하면 막강한 화력 지원과 맞먹는다.

 



 

사스케 이나리 신사로 가는 여정은 저자가 언급한 대로 여우에 홀린 듯 걸음이 떼어진다.

일본사를 겉핥기로 공부하다 만나는 가마쿠라   막부 시대의 시작을 여정 중에 집어넣는다면 역사의 흔적을 쫓아가는 관광이 될 수 있어 한번 기회가 된다면 쫓아보고 싶다.

앞서 이야기한 도쿄에서 남는 하루를 요코하마로 갈까 고민하다 중단한 이유 중 하나가 두 도시가 하나의 코스로 엮이다 보니 당일치기에는 무리가 따른 이유도 사실 있었다.

그 중 사스케 이나리 신사의 기원은 크게 와닿는 부분은 아니었지만 신사 내에 빼곡히 들어선 여우 쌍 인형의 기묘한 장면은 방문목적지로 빨간 압정을 꽂아두게 만든다.

여우상을 사람들이 참배와 함께 채워놓게 된 설화도 인상 깊었다. 짧은 두 컷의 사진이 여우에 홀린 듯 팬케이크와 커피를 주문한 저자의 심정을 읽게 한다.

요코야마 야마테초를 소개하는 페이지는 생소함이 느껴진다.

개항 초기 워낙 많은 외국인 교역이 이루어지는 도시다 보니 도시 곳곳에 오래된 건물들이 마치 유럽처럼 자리를 잡고 있으리라 기대는 되었는데 막상 방문한 두 군데 저택은 역사 속에서 외국인들이 사용하던 집이라 나름 고풍스럽고 이국의 느낌이 가득한데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게 아니라 이축을 해왔다고 한다. 심지어 시부야에 있던 건물을 가져온 케이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역사 가치가 있는 건물을 통 채로 옮겨 전시하는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석탑이나 작은 건물을 옮긴 사례가 있긴 하지만, 문제는 거의 새로 짓다 시피했을 텐데 문화 가치가 보존될 수 있을 까라는 의문이다.

개인 사택이라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여 의미를 가지고 오래된 어느 순간의 건물을 후손들이 바라볼 수 있는 기회는 좋지만 약간의 이격이 깔깔한 감정을 남긴다.

 

요코하마의 유명 관광명소인 차이나 타운에서 벌어진 쌍십절 축제는 이곳에 가려면 10월 일정을 잡아야 하는 이유를 확정한다.

일본 내의 차이나타운이 왜 관광안내서 앞머리에 등장하는지 다소 의아 했었다. 그만큼 세계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볼거리와 먹거리도 충분하게 채워져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중국 본토나 대만에서 보는 축제가 아닌 일본의 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행진은 한 지역을 한달 살아가면서 체험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한 달 살기를 한다고 책 한 권이 뚝딱 나오는 일은 없다.

저자는 워낙 요코하마라는 도시를 예전부터 좋아했고 10회 이상 방문하여 숨어있는 골목의 의미까지 빼곡하게 적어 넣을 사전 지식이 충분했다.

내가 좋아하는 한가지 공간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채우고 바쁜 여행일정과는 다른 평범한 하루의 일과에서 엿보고 참여하는 느낌은 색다르게 보인다.

꼭 가보고 싶은 카페와 음료들도 구미를 당기지만 내게 기회가 있다면 스몰 비즈니스의 기회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한 달 살기로 요코하마를 꼭 다녀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하루는 꼭 대관람차에서 넓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짭조름한 냄새를 맡으며 80일간 세계일주의 한 장면을 회상하고자 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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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4 - 한국 속의 일본, 일본 속의 한국 공존을 위한 네 번째 이야기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4
강상규.이경수.동아시아 사랑방 포럼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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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4 :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먼 이웃 일본의 문화 이면, 우리의 교훈
 
 
 

인간본성은 선에 있을까, 악에 있을까?

동양철학에서 성선설, 성악설은 긴 시간의 논쟁을 뛰어넘어 가식의 논쟁거리로 전락했을 지 모르겠지만 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군의 잔혹한 행태는 성악설의 손을 번쩍 들어주기도 모자랄 지경이다.

731 부대가 한국인, 중국인을 대상으로 참혹한 의학실험을 거침없이 수행해낸 기록은 일본인 전체의 악마성으로 확대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최소한 당 시대 일본인들을 사로잡은 악령의 존재는 의심할 수 없다.

도시 어디를 가도 한국어가 들리는 후쿠오카는 지금은 우리에게 익숙한 관광지가 되었지만, 규슈 제국대학에서 벌어진 미군 8명에 대한 생체실험의 참혹한 장면과 오버랩 될 때 솜털이 곤두서는 아찔함을 느끼게 된다.

격추된 적군의 군인들을 살의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적개심은 도쿄 대공습 이후 일본 대도시 곳곳이 잿더미가 되어버렸으니, 군부의 추악한 욕심을 떠나 피해를 입은 민간인들에게는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연구의 경쟁과 살아있는 인간을 해부할 수 있는 학문적 희열을 위해 감행한 그들의 참혹한 결정은 결코 후세대가 잊지 말아야 할 인간의 최소한의 도덕마저 져버린 결과물이다.

그 와중에도 미국인과 한국인에 대한 단죄가 차별되는 약자의 설움도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한국전쟁으로 인한 어수선한 상황에서 인간의 선을 넘어버린 생체실험의 범죄자들이 감형을 받았다는 역사의 비참함은 탄식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잔혹함을 현재에도 경계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카모토 료마는 한번쯤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인물이다.

일본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고, 근현대사의 일본의 시작점을 알린 인물이다.

대봉정환?? 의 기초를 다졌고 결과를 이끌어냈으며, 다가올 미래에 일본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정도로 그의 업적과 존경의 이유를 듣기는 했으니 대단한 양반이었구나 훅 들어올 정도의 존재감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같이 이름만으로도 역사적 업적이 떠오르는 한국형 인물과는 궤를 달리해서 그런 걸까?

또 한편으로는 개화기 시절 조선의 새시대로의 진입을 제시했던 위인이 없었다는 찢어지는 아픔이 비교돼 그럴지도 모르겠다.

정권 다툼으로 갈팡질팡하며 제대로 된 방향을 못 잡은 원인도 있겠지만, 초기 외세의 압박에 무릎을 꿇고 외세를 몰아내자며 핏대를 올린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에도 막부를 무너뜨리며 명예혁명을 일으킨 쓰시마와 죠슈번의 정치적 외형을 료마를 통해 투영시키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계획은 아니었을까 상상도 해본다.

료마를 소개한 챕터에서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를 잡는다.

지역마을이 스토리텔링이 일본 지역마다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는 부분이다.

얼마전 도쿄 여행에서 반나절을 들여 다녀온 시바마타 역시 같은 맥락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60년대 드라마를 배경으로 마을은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냈고 레트로 감성에 즐거워하는 관광객을 도쿄역에서 50분 넘게 걸리는 거리를 모자란 여행일정에서도 다녀올 힘을 가지게 된다.

막상 가보면 기대만큼 대단한 매력은 없지만, 보상심리 탓인지 작은 마을에 이야기거리가 넘쳐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정겨움이 남아있다.

지역 소멸 시대에 지자체가 관광을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생각한다면 쓸데없이 커다란 조형물 만드는데 돈을 쓰기보다 자신들의 색채가 잘 입혀진 스토리텔링을 고민해보는 게 어땠을까 아쉬움의 지평을 넓혀보게 된다.

 

 

고등학교 외국어 선택이 일본어였으면 좋았을 텐데,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나라, 회전 초밥 집에서 먹고 싶은 녀석을 맘껏 주문할 수 없을  때 떠오르는 절망이다.

직장생활을 하면 여가시간에 일본어를 배워볼까 책을 구입하기도 했지만 작심삼일의 덫에서 헤어나오지는 못했다.

어순이나 발음이 우리와 비슷하거나 같은 경우가 많으니 세계 모든 언어 중에서 가장 빠르게 익힐 수 있는 언어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지만 결국 자신의 의지가 테스트되는 상황에서 도망칠 뿐이다.

요즘 유튜브에는 한일 부부가 비슷한 단어나 표현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쳐다보게 되는 컨텐츠도 자주 소개되는 편이다. 지리가 가까운 나라에서 오 천년을 지나며 사이좋게 지낼 수는 없었고 언제나 으르렁 대던 사이지만 가까운 인접 언어의 특성을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듯하다.

더욱이 치욕스러운 강점기를 통해 말을 없애려던 그들의 야욕이 일부는 생활 속에 도사리고 100여년 가까운 세월을 견뎌낼 것이다.

한국의 욕이 K-드라마 열풍을 타고 세상을 떠돌듯 우리의 강한 언어의 힘이 일본인들의 의식 속에서 두려움으로 커질 수 있다면 좋겠다.

책에 내용중 일본인들은 "바가지요금"을 씌우지 않는다는 문장이 눈에 걸렸다.

혐한 식당들이 가끔 온라인에 공유되지만 그런 가게 중 한 군데서 일본어를 못한다는 덕에 30% 정도 요금을 더 냈던 기억이 있던 내게는 그들도 결국 사기꾼도 있고, 정직한 상인도 있는 평범한 사회의 구성원일 뿐이라는 씁쓸한 웃음을 지어낸다. 외국인에게 돈을 더 뜯어내던 초밥집 사장은 자기 종업원들이 무슨 짓거리를 하는지 구글 리뷰를 잘 봐주길 바란다.

 



뱃길로 조선사람들이 일본을 찾아가는 경로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가는 일본 도시 중 하나인 후쿠오카이다.

나리타 공항 같이 대형공항의 우람찬 건물에 비해 제주도 정도 규모의 비행장에서 느낀 첫 인상은 우리나라 지방도시 한 군데를 방문한 친근감과 아기자기 함이었다.

실제 하카타역을 중심으로 텐진 같은 쇼핑몰 거리가 즐비한 관광도시지만 막상 돌아다녀보면 4박 5일 이상은 볼거리 없는 작은 도시기도 하다.

민비를 시해한 칼을 보관한 칼을 보기 위해 후쿠오카를 방문한 저자의 느낌에 공감할 수 있었다.

물론 민비가 저질렀던 각종 악행들을 떠올려보면 국모라는 타이틀이 드라마를 통해 잘 포장되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실상을 머리가 크게 되어 알 수 있었지만, 한 국가의 왕후를 타국의 낭인들이 무자비하게 살해한 역사적 불쾌감은 굳이 거기에 찾아가서 검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까라는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

진짜 칼이 있었다면 언젠가 나도 한번 신사를 찾아 여행의 코스를 짜게 되었을 지 모르겠지만, 역사의 흉악한 모습을 일본이 모시는 신사에서 떠올리기는 싫다.

혹자는 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새로운 미래를 위한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역사는 지나간 시간의 산물인데 왜 대학입학이나 각 종 직업 시험에 필수 과목으로 자리 잡고 있을까? 과거를 단순한 사건의 흔적으로 치부해버리는 국가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지난 과오를 바로잡고 부족함은 채워 나가야 한다. 상대방이 잘못하고 부적절하게 행동한 부분에 대해 확실한 사과를 받은 이후에 악수를 통해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옆집에서 우리집에 불을 질렀는데 사과와 보상 없이 사이좋게 지내자고 악수를 내밀 때, 웃으며 손을 흔들 수 있는 당신이라면 인정하겠다만.

일본 여행은 즐거움을 준다.

우리와 너무 닮아서 또 그 안에서 다른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다채로운 먹거리나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쇼핑의 순간이 저렴한 비용으로도 해결되는 매력이 있다. 내 주머니를 털리긴 해도 영혼이 털리지는 않아야 한다.

일본의 향기로운 매력 안에 숨어있는 그들의 긍정과 부정의 이면들을 깨닫고 새로운 기회와 상호발전의 노력을 하기로 한다. 단, 확실히 사과를 할 수 있게 요청도 해야 한다.

인근의 마을 사람들과 우호관계를 수립하고 더 큰 적을 향해 싸울 필요가 있을 때는 협력이 필요하지만 항상 내 뒤통수를 취는 건 그들이라는 점 잊지 말아야 한다.

차이를 깨 달아가는 과정은 문화의 습득이라는 만족도도 높지만 경계심을 갖기 위해서도 긴요한 작업이라는 구구절절한 이유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4권까지 출판된 일본문화 이야기는 즐거운 책읽기의 일환이지만 중간 멈칫 무거운 발걸음이 나오는 언짢은 감정에 휘말리게도 한다.

그렇게 멀지만 가까운 나라는 경계심과 경외심 중간 어디쯤에서 만나게 될 지 모른다.

수작업으로 디테일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취미의 나라였던 일본의 다양성이 거대한 시대의 조류에 따라 자신들만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다는 도큐핸즈 시부야 점에서 퇴락하는 모습에서 어쩌면 우리는 인구절벽만 아니었다면 일본을 확실히 제압할 수 있었겠다 라는 복잡한 심정도 가지게 된다.

 

앞으로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묘한 관계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공유할 기회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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