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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 시골 양복점 오고리상사가 글로벌기업이 되어 전 세계인에게 ‘라이프웨어’를 입히기까지
스기모토 다카시 지음, 박세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1월
평점 :
유니클로 : 세계 최대 패스트 패션 기업의 일대기 - 흥미진진한 드라마 한 편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15/pimg_7835881634604242.jpg)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점심 시간이 조금 여유 있는 날은 빠른 걸음으로 서점을 한 바퀴 휙 돈다.
웬만하면 책은 구매해서 읽는 편이라 대형서점 모퉁이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일은 적은 편이고, 주로 신간 도서 중에서 표지가 마음에 들거나 제목이나 카피가 유혹하는 책들을 펼쳐 목차, 간단하게 한 두 페이지 읽고 머리 속이나 휴대폰에 저장해 놓는 편이다.
그중 10% 정도만이 대금으로 결제된다.
요 며칠 눈에 띈 책은 “유니클로”였다.
워낙 익숙한 브랜드이고 회사 홍보물처럼 강렬한 붉은 아니 빨간 로고가 책 표지로 등장하며 무더기로 쌓여 있으니 눈길을 외면할 수 없다.
두툼한 책 두께 역시 유혹은 쉽게 피해갈 수 없다. (두꺼우면 도전 욕망이 솟는 편)
한 사람의 일생을 책으로 엮어서 두툼한 종이에 적어 내기는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오래된 옛날 이야기를 주고받는 건너 방의 풍경처럼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 드라마로 그려진 책 한 권은 읽기에는 부담없이 좋을 것이다.
도쿄의 대형 쇼핑몰도 국내와 유사하게 대형 테넌트들이 주요한 입점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니클로, 자라, H&M 등 패스트 패션 브랜드
무인양품, 니토리, 다이소 등 잡화 브랜드
그리고 스타벅스
이들이 장사가 안되면 대형쇼핑몰의 공실도 늘어가고 방문객 수도 훅 빠질 성 싶다.
그만큼 위에 나열한 브랜드들은 한국이나 일본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의 주요 유통 성장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유니클로는 몇 년 전 일본상품 불매운동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경영진의 말실수로 고객들에게 더욱 욕을 얻어먹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매출을 많이 회복했다고 하지만, 그 이전 사람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유혹하고 새로운 개념의 의류 소매 경험과 빠르게 등장하는 신상품을 맛볼 수 있게 해준 영광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우후죽순 생겨난 후발 카피캣 페스트 패션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만족도에서 밀리고 있다 보니 과거 수준의 매출액 향상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은 보 잘 것 없는 탄광촌의 시장 한 귀퉁이 양복점에서 시작된 유니클로의 역사는 수많은 사람이 얽혀 있지만 당연하게도 사장인 야나이 다다시의 일대기를 전면에서 내세울 수 밖에 없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15/pimg_7835881634604241.jpg)
지방에서 도쿄, 그것도 명실상부한 사립 명문 와세다대로 진학했지만, 학창 시절의 그는 한량 그 자체였다. 지금은 일본 리테일 1위 기업인 이온의 전신 자스코에 취업하였으나,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 둔다. 하지만, 이 시기는 그가 평생 유통업에서 거대한 성과를 이루는 근간이 되었다.
제 3자의 눈에서는 아버지의 돈으로 무위도식하는 젊은 시절의 게으름뱅이였고, 그가 이루어낸 성과를 떠올리면 이래도 되나 싶었던 기본 성향이지만, 특이한 두가지를 찾아낼 수 있다. 하나는 집요함과 두번째는 독서이다.
젊은 시절 연애는 누구에게나 집요함이 뒤따르기 마련이지만, 그가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지금 봐도 어처구니 없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무뚝뚝하고 왜소한 체구를 가진 야나이가 우연히 여행길에 만난 - 그것도 아주 짧게 - 여성에게 다가서는 방식은 좋게 보면 집요한 성격이 드러났지만 한편으로는 상대 입장에서는 다소 두려운 접근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 차이 많은 여성의 언니가 대화를 통해 사람 됨됨이를 알 수 있을 정도의 기본 성향이 있었기에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수많은 책에 파묻혀 지식과 지혜의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점 역시 별 거 없어 보이는 학창시절의 부족함을 굴지의 대기업을 일구는 성공의 비결로 대치시키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세계 제 1의 의류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끝까지 추진하는 힘 역시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성공한 기업가이기에 너무 미화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가지고 읽어야 한다.
애플의 잡스 역시 부하직원들에게는 가혹한 마왕이었든, 야나이도 만만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일류 회사가 되었다는 찬사도 잠깐은 보류해야 한다.
노동자들에 대한 그들의 부적절한 태도는 책에서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고 용서 받고 이해 받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은 빛나는 성과를 이룬 회사이지만 몰락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창업자의 편향된 시각에 다양한 조직원들의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하지만, 일본 조직의 특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실패한 사업을 빼기의 하나 였다고 축소해 버리는 관점도 긍정과 부정 양면을 고려해야한다.
다만, 책은 책이고 기업의 실체에서는 실패 사업에 대한 각성과 분노는 그들만의 프레임으로 정리해 두었을 듯싶다. 자아비판을 통해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이 과정에서 실패자의 경험을 성공의 요인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은 사실 일반론은 아니다. 대다수 기업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실패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미국 진출의 성공 방정식은 자아비판이 아닌 다른 요소일 수도 있다. 다만 모든 상황은 개별적이다. 이 기업에 맞는 방식이 다른 회사에서는 틀릴 수도, 그 반대 일 수도 있다. 하나의 사례와 실패를 경험으로 변화시키는 유니클로의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한 개인, 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드라마 보듯 넘겨가는 재미는 두꺼운 책 부피와 상관이 없다. 적당한 벽돌에 술술 넘어가는 문장이라면 우리의 의식주 중 “의”의 방식을 크게 바꾼 기업의 일대기를 감상하는데 주저할 이유를 찾을 수 없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