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 시골 양복점 오고리상사가 글로벌기업이 되어 전 세계인에게 ‘라이프웨어’를 입히기까지
스기모토 다카시 지음, 박세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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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 세계 최대 패스트 패션 기업의 일대기 - 흥미진진한 드라마 한 편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점심 시간이 조금 여유 있는 날은 빠른 걸음으로 서점을 한 바퀴 휙 돈다.

웬만하면 책은 구매해서 읽는 편이라 대형서점 모퉁이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일은 적은 편이고, 주로 신간 도서 중에서 표지가 마음에 들거나 제목이나 카피가 유혹하는 책들을 펼쳐 목차, 간단하게 한 두 페이지 읽고 머리 속이나 휴대폰에 저장해 놓는 편이다.

그중 10% 정도만이 대금으로 결제된다.

 

요 며칠 눈에 띈 책은 “유니클로”였다.

워낙 익숙한 브랜드이고 회사 홍보물처럼 강렬한 붉은 아니 빨간 로고가 책 표지로 등장하며 무더기로 쌓여 있으니 눈길을 외면할 수 없다.

두툼한 책 두께 역시 유혹은 쉽게 피해갈 수 없다. (두꺼우면 도전 욕망이 솟는 편)

한 사람의 일생을 책으로 엮어서 두툼한 종이에 적어 내기는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오래된 옛날 이야기를 주고받는 건너 방의 풍경처럼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 드라마로 그려진 책 한 권은 읽기에는 부담없이 좋을 것이다.

 

도쿄의 대형 쇼핑몰도 국내와 유사하게 대형 테넌트들이 주요한 입점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니클로, 자라, H&M 등 패스트 패션 브랜드

무인양품, 니토리, 다이소 등 잡화 브랜드

그리고 스타벅스

이들이 장사가 안되면 대형쇼핑몰의 공실도 늘어가고 방문객 수도 훅 빠질 성 싶다.

그만큼 위에 나열한 브랜드들은 한국이나 일본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의 주요 유통 성장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유니클로는 몇 년 전 일본상품 불매운동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경영진의 말실수로 고객들에게 더욱 욕을 얻어먹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매출을 많이 회복했다고 하지만, 그 이전 사람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유혹하고 새로운 개념의 의류 소매 경험과 빠르게 등장하는 신상품을 맛볼 수 있게 해준 영광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우후죽순 생겨난 후발 카피캣 페스트 패션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만족도에서 밀리고 있다 보니 과거 수준의 매출액 향상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은 보 잘 것 없는 탄광촌의 시장 한 귀퉁이 양복점에서 시작된 유니클로의 역사는 수많은 사람이 얽혀 있지만 당연하게도 사장인 야나이 다다시의 일대기를 전면에서 내세울 수 밖에 없다.

 


지방에서 도쿄, 그것도 명실상부한 사립 명문 와세다대로 진학했지만, 학창 시절의 그는 한량 그 자체였다. 지금은 일본 리테일 1위 기업인 이온의 전신 자스코에 취업하였으나,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 둔다. 하지만, 이 시기는 그가 평생 유통업에서 거대한 성과를 이루는 근간이 되었다.

제 3자의 눈에서는 아버지의 돈으로 무위도식하는 젊은 시절의 게으름뱅이였고, 그가 이루어낸 성과를 떠올리면 이래도 되나 싶었던 기본 성향이지만, 특이한 두가지를 찾아낼 수 있다. 하나는 집요함과 두번째는 독서이다.

젊은 시절 연애는 누구에게나 집요함이 뒤따르기 마련이지만, 그가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지금 봐도 어처구니 없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무뚝뚝하고 왜소한 체구를 가진 야나이가 우연히 여행길에 만난 - 그것도 아주 짧게 - 여성에게 다가서는 방식은 좋게 보면 집요한 성격이 드러났지만 한편으로는 상대 입장에서는 다소 두려운 접근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 차이 많은 여성의 언니가 대화를 통해 사람 됨됨이를 알 수 있을 정도의 기본 성향이 있었기에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수많은 책에 파묻혀 지식과 지혜의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점 역시 별 거 없어 보이는 학창시절의 부족함을 굴지의 대기업을 일구는 성공의 비결로 대치시키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세계 제 1의 의류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끝까지 추진하는 힘 역시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성공한 기업가이기에 너무 미화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가지고 읽어야 한다.

애플의 잡스 역시 부하직원들에게는 가혹한 마왕이었든, 야나이도 만만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일류 회사가 되었다는 찬사도 잠깐은 보류해야 한다.

노동자들에 대한 그들의 부적절한 태도는 책에서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고 용서 받고 이해 받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은 빛나는 성과를 이룬 회사이지만 몰락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창업자의 편향된 시각에 다양한 조직원들의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하지만, 일본 조직의 특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실패한 사업을 빼기의 하나 였다고 축소해 버리는 관점도 긍정과 부정 양면을 고려해야한다. 

다만, 책은 책이고 기업의 실체에서는 실패 사업에 대한 각성과 분노는 그들만의 프레임으로 정리해 두었을 듯싶다. 자아비판을 통해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이 과정에서 실패자의 경험을 성공의 요인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은 사실 일반론은 아니다. 대다수 기업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실패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미국 진출의 성공 방정식은 자아비판이 아닌 다른 요소일 수도 있다. 다만 모든 상황은 개별적이다. 이 기업에 맞는 방식이 다른 회사에서는 틀릴 수도, 그 반대 일 수도 있다. 하나의 사례와 실패를 경험으로 변화시키는 유니클로의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한 개인, 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드라마 보듯 넘겨가는 재미는 두꺼운 책 부피와 상관이 없다. 적당한 벽돌에 술술 넘어가는 문장이라면 우리의 의식주 중 “의”의 방식을 크게 바꾼 기업의 일대기를 감상하는데 주저할 이유를 찾을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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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보다 재미있는 디자인
최경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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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보다 재미있는 디자인 : 상업과 예술 사이를 바삐 움직이는 발상과 표현의 천재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미술과 디자인의 차이를 일반인이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나의 영역에서 자본주의의 성장에 따라 상업적인 지류가 생겨났고 한 번 갈라진 강의 흐름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별도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중문화를 고전 문화에 비해 한 단계 낮게 보는 경향은 비단 미술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쉽게 나타난다.

역사서가 왕가 위주의 국가 관점의 서술로 지금까지 쓰여 왔지만, 현대에 이르러 거대한 물결 자체였던 대중의 시간을 재조명하게 되었듯, 예술 분야가 단순히 상업적이란 이유만으로 하대할 이유도 없어졌고, 하나의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영역으로 위치를 차지하면서 내부의 순수예술 수준의 지적이며 미학의 완성도를 갖춘 무리도 등장할 수 있었다.

 

예슬이나 역사나 중요한 포인트는 누가 수용하느냐의 문제다.

지배자의 업적을 기술하여 권력을 굳건히 하려는 역사의 문체가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고 거대한 시간의 족적을 남긴 민중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현상과 동일하게 예술에서도 실제 고객 또는 관객과 호흡하는 소통이 본질의 추구하는 목적이 돼야 한다는 확신을 갖을 수 있게 된다.

 

미술 분야 역시 지극히 상업적인 요소가 절대 다수였던 디자인이 지금은 오히려 소비자의 정서를 공유하고, 지향점을 전달하는 능력이 확고 해지며 예술의 순수함을 무기로 삼아 새로운 관계를 맺는 상향의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책에서 소개된 다수의 사례들은 이런 측면에서 제품을 포장하거나 상징하는 디자인을 넘어 패키지 안에서 예술의 아름다움과 정서적 공감을 얻어내는 작품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주제에 맞게 배열된 실제 상품화된 디자인 케이스 스터디는 발상부터 신선하고, 어려웠던 제품의 특징과 소비자에게 소구하는 요소들의 핵심을 잡아내어 디자인을 보는 순간, 아 이거 사고 싶다, 어 이거 예술품이네, 아름답다, 좋다. 라는 감정들을 동시에 쏟아낸다.

종이 위에 작은 이미지로 봐도 감탄을 자아내는데 실제 상품 패키지로 손에 들고 바라본다면 또다른 놀라움과 소유욕이 몸을 지배하리라.

 


소개된 디자인 중 달콤한 초콜릿의 향기로 유혹한 사람은 “다카하시 유타”라는 예술가였다.

검은 초콜릿의 이미지와 정반대의 순백 껍데기는 상품과 대비되는 동시에 풍미를 상상하게 만들고 있다. 미니멀리즘의 현대 감각이 상업성을 내포하는 동시에 상품의 순수함을 표현하여 완전무결한 소비의 귀결점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패키지 하단에 동그란 점을 배치하여 초콜릿에 포함된 카카오 함량까지 알려준다.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숫자로 표현하는 방식도 획기적이지만, 까만 점의 인디게이터가 은유적으로 정보를 제시하는 역할도 흥미롭다.

 

연어 향기 간장의 패키지를 담당했던 “키쿠치 카즈히로”의 디자인과도 맥락을 같이 하지만 확실히 흑백 만을 사용하여 컬러를 쏙 뺀 담백함이 눈길을 더 강하게 잡아 끌고 있다.

 

마찬가지로 스파클링 워터 광고에 사용된 투명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강조한 “야마자키 세이터로”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패키지뿐 만 아니라 인쇄 광고는 배경의 초록을 강조하며 제품을 넘어 자연 속에서 인간이 건강하고 안락한 삶을 추구해야하는 이유를 담아낸 듯 하다.

푸르름이 가득한 숲의 한 복판에서 편하게 해먹에 누워 풀 향기와 함께 스파클링 워터의 상큼한 목 넘김을 즐긴다는 상상만으로 미술작품의 감상에 비견될 긍정 에너지를 온 몸에 받게 된다.

 


반핵 포스터로 소개된 부분은 아직도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일본인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어 잠깐 씁쓸한 느낌도 받는다.

 

경제 동물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붙일 정도로 너무나 상업적인 일본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광고주들의 선택을 받게 될 수준 높은 광고 디자인을 책으로 나마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과거 일본 패키지를 본 따서 제품을 내놓은 카피캣이 욕도 많이 먹던 어두운 대한민국이 이제는 오히려 앞서는 결과물을 내놓는 시대 변화가 놀랍기도 하다.

 

화려함에 눈길이 더 가는게 한국 사람들의 특징일지 모르겠지만, 절제된 미학을 기반으로 담담하게 고객들에게 구매를 제안하는 디자인의 간소함이 오히려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의 예술혼일지 모르겠다.

 

제품 디자인에 걸맞는 상품의 충실도가 따라 주기를 바라며, 기회가 된다면 책에 등장하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어 공감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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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도약 - 평범함을 뛰어넘는 초효율 사고법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전경아 옮김 / 페이지2(page2)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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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도약 : 한단계 성숙한 지식인이 되는 비법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에게는 두가지 능력이 있다.

글라이더와 비행기 능력이다.

글라이더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대로 떠다닌다. 수동적으로 지식을 얻는 방식이다.

그에 비해 비행기는 제대로 창공으로 이륙하기 위해 꽤나 많은 노력과 과학기술이 필요하지만 성능과 결과물은 훌륭하다. 지식을 단순히 습득하는 접근에서 초월하여 사물을 발견하고 발명까지 해내는 수준까지 올라가는 경우와 비교할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할 지 굳이 고민할 필요 없다.

다만 현실에서 지식을 비행처럼 날리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의 거대한 노력과 실행이 전제조건이다.

학교 교육에서 글라이딩에 익숙한 인재가 막상 회사에 입사하여 별다른 성과를 못 내는 경우 과연 “우수한 직원”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자문자답이 필요하다.

지식의 발견과 확장을 기본 무기로 장착하는 메커니즘을 설계하고 실행하기 위해 생각을 도약하고 점프 시켜 다른 차원의 수준으로 진입시키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

 

저자의 색다른 의견을 빌려보자면 수학 인재조차 여전히 수동적인 문제풀이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수학을 멀리 했던 입장에서 쉽게 말할 사안은 아니지만 학교교육에서 제시하는 수학교육 과정은 결국 정답이 있는 문제를 푸는 학습이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풀이과정을 설계하는 교육은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과제를 수행해야 할지 힌트를 주고 있다.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고 사고의 확장을 촉진하는 도구는 마음먹고 찾기만 하면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실행은 또다른 영역이라고는 하나 일단 조금이라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머리를 회전시킬 수 있는 장치들에 욕심을 가지면 어떨까?

 


이 책이 출판된 지 벌써 40년이나 흘렀기 때문에 몇 가지 도구는 생소하거나 구닥다리로 여길 수 있다. 이거는 옛날 방식이네, 옆으로 제 껴 놓으면 내 인생도 제 껴진다. 과거에서 활용되던 이유가 있고, 현대의 기술로 업그레이드한다면 오히려 경쟁자보다 독특한 기술을 하나 더 강점으로 획득할 수 있다.

사례 하나를 찾아보면, 스크랩하는 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신문이나 잡지 페이지를 오려서 일일이 정리하는 과정은 요즘 대학생들 입장에서는 시간 낭비일 수 있다.

아이패드와 굿 노트 앱 하나면 이미지, 텍스트,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요소까지 포함하여 클라우딩에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는데 가위와 봉투를 들고 번거로운 작업을 하라도 들이민다면 도망갈 수 밖에.

하지만 오래된 방식이라도 우리가 눈 여겨볼 두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스크랩을 전자 도구를 활용하더라도 어느 정도 정제한 상태로 저장할 지 아니면 일단 분류만 정하고 더미로 쌓아 올릴 지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고, 과거에 복사로 해결한 문제를 지금은 카메라로 대체했다면 다른 수집도구들은 어떻게 현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 있다.

물론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스크랩 도구가 비약적인 발전을 한 만큼 앞으로 또 얼마나 개선될지 기대감을 가질 수도 있다.

약간의 귀찮음만 극복하면, 파괴 없이 책 한 권을 PDF로 만드는 놀라운 세상이다.

지식의 확장도 그만큼 용이 해졌다는 의미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한 페이지 마다 꼼꼼히 챙기는 경우가 드문데, 얼핏 보면 에세이 같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인생의 도움말들이 노트에 요약해 할 정도로 심도가 깊다.

 

생각하는 힘을 한단계 더 높이겠다는 욕심이 있는 독자라면 고민없이 집어 들고 10페이지만 읽어보면 마지막 단어까지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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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에 혼자 사는 지혜 -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면 고독감은 사라진다
호사카 타카시 지음, 허영주 옮김, 김철중 감수 / 지상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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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에 혼자 사는 지혜 : 노년 행복의 시작은 나 자신의 자유를 만끽하고 생각을 전환하는데 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적당히 살다 적당한 나이가 되어 편하게 죽으면 되지 뭘 바라나?

기대 수명에 대한 희망고문 같은 뉴스가 등장하면 TV를 보며 중얼거리는 수많은 자기 대화 중 한 장면이다.

나이 60이 넘고, 80세에 이르게 되면 같은 의견을 갖게 될까?

하루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더라도 생명 연장의 꿈은 모든 대다수의 염원이다.

생명의 생존 본능은 그야말로 본능 아닌가?

잔여 기대수명이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릴 때야 죽음은 나와는 상관없는 영역이니 무슨 말이든 하겠지만, 점점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보다 많아지고 추억에 잠겨 시간 가는 줄 모르기 시작하면 끝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두려움이 슬쩍 엄습해온다.

 

담배 끊고, 술도 끊고,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채식주의 지향을 선언해 보지만, 이미 망가진 몸의 회복력은 기대에 못 미친다. 끝을 조금 더 연장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내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개인의 고군분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또다른 고민거리도 슬금 다가온다.

바로 혼자 살 게 된다는 현실이 투영된 장면이다.

독신주의 뿐 아니라 사별이나 황혼 이혼 또는 자녀들이 출가하면서 나 홀로 또는 부부 둘 만 덩그러니 집에 남게 되는 가족 구성원 변화는 60년 이상 겪어왔던 인간관계의 틀이 완전히 바뀌게 되고 사람간의 교류가 급격하게 축소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홀로 살아가는 고독과 생활의 불편함을 미리 준비하고 새로운 방식에 맞게 삶의 동작을 리뉴얼해야 하는 눈 앞에 과제와 마주하게 된다.

 


나약하게 나이 듦의 서글픔을 호소하기 보다는 지금까지의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의 자유로움과 노년의 행복을 찾아가는 종점을 향한 활동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다만 이런 일련의 과정이 국가의 보호막이 약하기에 개개인이 마련해야 한다는 경제대국과 걸맞지 않는 허점이라는 아쉬움은 떠나질 않는다.

특히 OECE 노인빈곤률 1위라는 얄팍한 사회안전 보호망 속에서 고독을 두려워하는데 앞서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면 일단 거기서 종활의 시작점을 잡아야 할 수도 있다.

 

노후 준비사항, 교제, 금전관리, 습관과 뇌 건강, 식습관, 편안한 마음가짐

 

저자가 바라보는 노후 관리의 포인트들이다.

 

분량이 길지 않게 각 포인트 별 관리 요소들을 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으므로 읽는데 부담은 없다. 다만 평범한 주장에서 아, 이런 것도 준비해야겠구나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칠 것이다. 과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항목까지 고려해야하니 서글픈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흔히들 절대 피하라는 “왕년에 내가 말이야.”라며 말머리를 시작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금칙 규정이 언급되는데, 실생활에서 의외로 이런 문구가 자주 붙는데 놀라게 된다. 회사에서 높은 직급을 가졌던 아니면 정말 멋진 활동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던 무슨 소용이 있는가? 결국 노년의 중요한 마음가짐은 과거의 영광은 물론 불운도 내려놓고 오늘에 집중하고 사회에 얽혔던 매듭을 풀어놓고 나이 듦의 “자유”를 만끽하면 된다.

 


혼밥이라도 “감사히 먹겠습니다” 인사를 하는 습관도 새겨들을 만한 주문이다.

지금이야 혼자 식당에 들어가 식사하는게 낯설지 않는 풍경이었지만 코로나 이전만 생각해도 꽤 눈치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여럿이 모여 밥 먹는 문화에 익숙한 우리이기에 혼자서 노년을 보낼 때의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은 숟가락을 뜰 때 가장 심해진다.

그럴 때 스스로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입으로 잘 먹겠다는 소리를 표현하는 순간, 어색함은 사라지고 식사의 즐거움도 배가된다. 하나의 작은 습관이 만들어졌지만 하루의 소중함이 같이 성장한다.

저자가 주장하듯, 노년에도 성장은 계속 되는 법이다.

 

아직은 고독의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 그들의 현재 모습, 그리고 나를 포함한 미래의 모습도 그려보는 기회였다.

10여년 전부터 시니어 시장의 성장세에 맞춰 기존 유통사들의 변화와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려는 노력을 꽤나 공들였지만 생각보다 상권 확대가 더딘 이유를 책의 진도가 나갈수록 다가온다. 여러가지 사회에 기인한 제약,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 단절,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스스로 고립의 방으로 걸어 들어가는 안타까운 상황들이 그려졌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는 열쇠 역시 본인에게서 시작하여 외부로 확장하는 유연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느껴진다.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점차 인간 관계와 사회적 단절이 다가온다면 너무 슬픈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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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존 - 질병 없이 오래 사는 사람들의 비밀
댄 뷰트너 지음, 류은경.김진태 옮김 / 브레인레오(brainLEO)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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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존 : 장수마을에서 나의 생명연장 도구를 발견하다!

 






적당히 살다 적당한 나이가 되어 편하게 죽으면 되지 뭘 바라나?

기대 수명에 대한 희망고문 같은 뉴스가 등장하면 TV를 보며 중얼거리는 수많은 자기 대화 중 한 장면이다.

나이 60이 넘고, 80세에 이르게 되면 같은 의견을 갖게 될까?

하루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더라도 생명 연장의 꿈은 모든 대다수의 염원이다.

생명의 생존 본능은 그야말로 본능 아닌가?

잔여 기대수명이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릴 때야 죽음은 나와는 상관없는 영역이니 무슨 말이든 하겠지만, 점점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보다 많아지고 추억에 잠겨 시간 가는 줄 모르기 시작하면 끝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두려움이 슬쩍 엄습해온다.

 

담배 끊고, 술도 끊고,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채식주의 지향을 선언해 보지만, 이미 망가진 몸의 회복력은 기대에 못 미친다. 끝을 조금 더 연장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내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개인의 고군분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늘 소개하는 “블루존”에서 익숙한 식단과 몸 가짐과 함께 사회적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블루존은 세계적으로 장수촌으로 유명한 마을들인데, 해당 지역에 유달리 건강하게 삶의 시간을 연장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다면 장수에 필요한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먹거리와 생활습관 같은 예측가능한 요소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마을의 환경 자체가 장수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다는 사실을 밝혀낸다면 개인 차원뿐 아니라 행정 지원이나 지역 자체의 물리적인 환경과 구성원들의 마음가짐도 변해야만 가능하다는 비결을 찾아낼 수 있다.

 


잘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스트레스가 기대수명을 짧게 만든다는 우울한 결말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지만, 지금까지는 자기 관리를 어떻게 하면 좋은 지 통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미뤄왔던 취미활동을 매주 일요일마다 실행에 옮기거나, 아침부터 시작된 지루한 회의 도중 질책을 받더라도, 지난달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낸 여행길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각양각색의 조언이 등장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직장 내에서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지나친 질책과 인신공격을 하지 않게 환경을 바꿔주는 방식 같은 직접적이고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근무여건을 바꾸는 게 우선 조건이 아닐까? 아무리 현실의 어려움이 버티고 있더라도.

 

이는 직장은 물론 작은 하나의 마을 환경. 지역, 더 나아가 국가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적용을 통해 구성원의 건강을 한단계 높게 관리할 수 있다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

 

책의 접근 방식은 앞서 이야기한 점을 고려하여 장수마을의 비결을 찾아가는 동시에 특정 조건을 부여했을 때 가시적인  생존력의 강화가 연계되는 지도 살펴보고 있다.






장수로 유명한 지역은 아마 다른 매체에서 한번쯤 들어봤을 듯하다.

지중해 지역은 식단이나 생활습관, 그리고 특유의 여유로운 삶의 자세로 모든 조건이 장수에 적합하다. 이러다 보니 별도로 환경을 애써서 구축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상의 단편들이 “좋은 삶”의 터전으로 녹아 든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단절은 쉽게 노화라는 산사태에 매몰되고 스트레스의 늪으로 잠식된다.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어느 정도 계약과 목적이 포함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누리게 된 긍정적인 면을 확대하고 흡수하여 정신의 평화로움을 구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과거의 인간관계 맺기와 다른 형태의 접근으로.

 


맥도날드에서 주문한 음식을 받기도 더 빨리 빨리, 앱을 통해 더 빠르게 주문하는 시대에 느릿 움직이는 일상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핵심은 급하게 움직였던 시계의 속도를 줄여도 된다는 점이다. 느려진 시간 속에서 가족들과 여유 있는 식사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번거롭더라도 요리를 하는 즐거움을 새로 느끼며, 인스턴트 음식을 자제하며 먹이사슬 낮은 단계의 식재료를 선호하는 선택만으로도 남은 생의 소중함을 연장시키는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놀라운 공감이 가능해진다.

 

여러 블루존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추적하다 보면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상상만해도 건강해지는 다수의 음식을 페이지를 넘기다 보물찾기처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구미를 자극했던 건 단연코 “멜리스 패밀리 미네스트로네”다. 

여러가지 채소를 스프로 만들어 먹는 음식인데 단짠이나 고기 같은 식욕을 돋우는 욕심 가득 찬 재료가 아니라 그야말로 들판의 향긋함으로 욕망을 제어하고 새로운 미각에 눈 뜨는 설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도 있다.

다진 - 양파, 당근, 샐러리, 마늘, 토마토, 감자, 회항, 파슬리, 바질. 그리고 불린 콩, 크린베리 병아리 콩, 여기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니 다채로운 채소와 콩의 조화가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

다만 이런 재료를 한꺼번에 쓸어 넣기에 냉장고의 평상시 준비상태가 많이 모자라다는 아쉬움에  쇼핑목록을 바꿔야 하는지 고민이 시작된다.

 

장수촌의 비결은 너무 뻔하기도 하지만, 막상 도시인의 바쁜 일상에서 실천하기 만만치 않다.

조사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의 평균연령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보고서를 본 적이 있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지나친 경쟁, 시샘, 정치 불안 등은 과연 그런 꿈같은 통계를 현실에서 만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이런 생각 마저도 부정의 기운이 몸을 감싸고 생명의 시간을 갉아먹는 좋지 않은 생각의 습관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건강한 책을 읽어 건강한 마음과 생활을 만들고 싶다면, 싱그러운 야채와 웃는 사람들의 사진이 가득 찬 책 속으로 다이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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