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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요코하마 - 나의 아름다운 도시는 언제나 블루 ㅣ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6
고나현 지음 / 세나북스 / 2024년 3월
평점 :

한 달의 요코하마 : 나도 갈래, 요코하마, 타 볼래, 대관람차
한 달 살기의 여행.
직장인에게는 우주 여행과 비슷한 수준의 불가능한 영역이다.
언제나 겉옷 안주머니에 사직서를 품고 다니지 않은 이상.
자기가 좋아하는 도시에서 한 달의 여행을 제안받는 기분은 어떨까?
회의 일정 가득한 일반 회사원의 출장이 아니라, 도시에서 충분히 정보와 감상을 빨아들이고 글을 통해 다름 사람들과 공유하는 목적이라면 더 멋지지 않은가?
식도락과 쇼핑으로 점철된 일본여행의 틀을 벗어나 이웃의 한 일원으로 같이 대화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일상에서 발견하는 삶의 소소한 웃음을 발굴하는 멋진 일이다.
작가가 요코하마를 한 달 살기의 도시로 결정한 건 -물론 출판사의 제안이기도 하지만-10여차례 방문을 통해 도시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번 방문해도 놓치는 생활의 모습과 도시의 이면을 살펴볼 좋은 기회였으리라.
책에서 소개되는 각양각색의 상점과 볼거리들, 그 안을 채우는 사람들 과의 인연을 추격하다 보면 나도 가고 싶어 나를 설득하는 개미지옥이 새롭게 불타오르게 된다.
지난 3월 도쿄 여행에서 하루 25000보라는 기록에 남길만한 빨빨거리는 동선 덕에 하루 일정이 남았다.
계획에 없던 추가 하루의 시간을 어디에서 보낼 지 고민을 거듭했는데 그 중 한 곳이 요코하마였다.
숙소가 있던 신바시에서 4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였고, 어릴 적 읽었던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주인공 일행일 펼치는 모험담이 어린 마음에 동경의 도시로 각인되었던 탓이다.
도시를 상징하는 커다란 대관람차도 유혹을 하기 시작했고, 왜 일본까지 와서 중식을 먹어야 할까 의문스럽지만 가보고 싶은 차이나타운의 식당들도 만만치 않는 흡입력을 상기시켰다.
도저히 하루에 보고 싶은 만큼 다 돌아볼 수 없다는 압박으로 목적지는 시바마타를 가기로 정했지만 언젠가는 꼭 가보고 말 꺼야 다짐했다.
여행기를 따라 작가와 거리를 거닐면 우선 먹거리에 눈이 돌아간다.
막상 여행지에서 유명한 맛집 오픈런에 참여하려면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30분 정도가 나름대로 최대 웨이팅 가능 시간이다. 하지만 관광객이 덜 넘쳐나는 지역의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카페라면 조금은 수월하게 책에서 눈으로 보던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으니 체크리스트에 포함할만하다.
구수한 스콘과 따스한 홍차가 어울리는 카페의 사진도 방문일지를 긁적이게 만들고, 반갑게 인사하는 직원들만으로도 방문의 이유가 생기는 스푼 카레 집도 가보고 싶은 식당으로 마음 속에 등재된다.
사실 해당 지역의 프랜차이즈 음식점만 가도 어느 정도 맛 이상은 보장되기에 막상 여행길에서 음식점을 찾아 헤매는 일은 적은 편이지만, 책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는 신뢰도가 우월하게 높아지는 편이라 일단 최대한 스케줄에 맞춰 가보고자 한다.
여행에세이를 쓰려고 한다면 다른 사람은 모르는 요소들을 사전에 확보하고 책쓰기에 적합한 소재들을 발굴하기 위한 기획을 우선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바쁜 일정 속에서 정보를 파악하는 프로세스를 수행하기 쉽지 않다.
유명한 상점이지만 손님 하나도 없는 썰렁한 상황을 목도했을 때, 민폐를 끼쳐가며 사진을 찍어대는 버르장머리를 가질 바에 야 즉흥으로 접근방식과 대화내용, 꼭 찍어야 할 사진의 목적, 양해를 구하는 현지어 정도는 미리 준비하면 막강한 화력 지원과 맞먹는다.
사스케 이나리 신사로 가는 여정은 저자가 언급한 대로 여우에 홀린 듯 걸음이 떼어진다.
일본사를 겉핥기로 공부하다 만나는 가마쿠라 막부 시대의 시작을 여정 중에 집어넣는다면 역사의 흔적을 쫓아가는 관광이 될 수 있어 한번 기회가 된다면 쫓아보고 싶다.
앞서 이야기한 도쿄에서 남는 하루를 요코하마로 갈까 고민하다 중단한 이유 중 하나가 두 도시가 하나의 코스로 엮이다 보니 당일치기에는 무리가 따른 이유도 사실 있었다.
그 중 사스케 이나리 신사의 기원은 크게 와닿는 부분은 아니었지만 신사 내에 빼곡히 들어선 여우 쌍 인형의 기묘한 장면은 방문목적지로 빨간 압정을 꽂아두게 만든다.
여우상을 사람들이 참배와 함께 채워놓게 된 설화도 인상 깊었다. 짧은 두 컷의 사진이 여우에 홀린 듯 팬케이크와 커피를 주문한 저자의 심정을 읽게 한다.
요코야마 야마테초를 소개하는 페이지는 생소함이 느껴진다.
개항 초기 워낙 많은 외국인 교역이 이루어지는 도시다 보니 도시 곳곳에 오래된 건물들이 마치 유럽처럼 자리를 잡고 있으리라 기대는 되었는데 막상 방문한 두 군데 저택은 역사 속에서 외국인들이 사용하던 집이라 나름 고풍스럽고 이국의 느낌이 가득한데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게 아니라 이축을 해왔다고 한다. 심지어 시부야에 있던 건물을 가져온 케이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역사 가치가 있는 건물을 통 채로 옮겨 전시하는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석탑이나 작은 건물을 옮긴 사례가 있긴 하지만, 문제는 거의 새로 짓다 시피했을 텐데 문화 가치가 보존될 수 있을 까라는 의문이다.
개인 사택이라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여 의미를 가지고 오래된 어느 순간의 건물을 후손들이 바라볼 수 있는 기회는 좋지만 약간의 이격이 깔깔한 감정을 남긴다.
요코하마의 유명 관광명소인 차이나 타운에서 벌어진 쌍십절 축제는 이곳에 가려면 10월 일정을 잡아야 하는 이유를 확정한다.
일본 내의 차이나타운이 왜 관광안내서 앞머리에 등장하는지 다소 의아 했었다. 그만큼 세계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볼거리와 먹거리도 충분하게 채워져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중국 본토나 대만에서 보는 축제가 아닌 일본의 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행진은 한 지역을 한달 살아가면서 체험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한 달 살기를 한다고 책 한 권이 뚝딱 나오는 일은 없다.
저자는 워낙 요코하마라는 도시를 예전부터 좋아했고 10회 이상 방문하여 숨어있는 골목의 의미까지 빼곡하게 적어 넣을 사전 지식이 충분했다.
내가 좋아하는 한가지 공간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채우고 바쁜 여행일정과는 다른 평범한 하루의 일과에서 엿보고 참여하는 느낌은 색다르게 보인다.
꼭 가보고 싶은 카페와 음료들도 구미를 당기지만 내게 기회가 있다면 스몰 비즈니스의 기회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한 달 살기로 요코하마를 꼭 다녀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하루는 꼭 대관람차에서 넓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짭조름한 냄새를 맡으며 80일간 세계일주의 한 장면을 회상하고자 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