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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평점 :
브릿마리, 어디에 갔는가?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다 보니, 책의 선택에 있어서도 개인적인 차이는 극단적이다.
베스트셀러에 1년 내내 상위순위를 오르락 거리고 일단 읽어 본 사람들의 눈에 뽕뽕 하트가 그려져도 내가 싫으면 나의 세상에 그런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특한 책커버 아트웍에 교보문고 어느 점포를 가도 여기저기 무더기로 쌓여있는 인기있는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
그쪽 나라 스릴러 작가들은 좋아라하면서도 막상 이 양반의 소설은 사기는 사는데 페이지 수가 잘 안넘어가는 그런 체질적으로 안맞는 작가이다.
오베씨도 그랬고, 할머니를 사랑하는 소녀도 그랬고, 고집불통 브릿마리도 그렇다.
사람들의 캐릭터도 진저리 날 만큼 싫은 스타일이고, 억지로 짜내는 듯한 웃음포인트도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희한하게 국내에 소개된 세권의 책이 다 책꽂이 꽂혀있으니 이건 뭐랄까, 대학리포트를 위한 교재를 사는 느낌이려나.
보랏빛 커버에 예의 독특한 책표지는 마음에 든다. 서체는 좀 지겹지만.
그리고 한장 한장 브릿마리라는 독특한 할머니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본다.
하.
역시 이번에도 이 작가와는 안맞아.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의 책과는 달리 열장 정도 읽으면 다른 활동에 관심이 쏟아진다.
책 읽는 속도는 주토피아의 나무늘보 보다 약간 빠른 정도.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작품은 앞선 작품보다는 조금 빠르다.
우리나라 공무원 보다 훨씬 친절한 등장인물에 대해 늘어놓는 할머니의 불평들과 본인이 상대방에게 어떤 민폐를 끼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행동들은 즐거운 이야기거리가 아니라 곤혹스럽고 이해도 안되고 재미도 없는 문장의 나열에 불과하다.
특정한 상품이나 행동에 집착하는 행동은 편집증 초기 증세임이 분명하고, 평상시 내가 생활하는 세계와는 너무 동떨어져있어 책을 읽는 내내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이야기가 진행되고 브릿마리의 과한 행동들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해 책의 마지막 장이 다가올 수록 조금은 밉상에서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에서 어린 주인공에게 느꼈던 감정의 기복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지만, 독특함에서 오히려 친근감이 느껴지는게 동감인지 동정인지는 애매하지만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은 어드벤쳐의 속성을 갖고 있다.
자기만의 세상에서 정해진 룰에 의한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이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며 타협을 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배크만의 소설방식과 이야기방식에 이미 익숙한 독자에게 권하고 싶지만, 잔혹하고 핏물이 팡팡 튀기는 스릴러물을 좋아하거나 에코같은 복잡함을 선호하시는 독자는 피해가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