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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 앤 구떼 스타일 - 스타일리시 카페 데코레이션 & 레시피
조정희.이진숙 지음, 문복애 사진 / 비타북스 / 2017년 7월
평점 :
똑같은 카페인데 왜 장사는 차이가 그렇게 날까.
무엇이 그들을 전혀 다른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드는가.
스타벅스는 지속적으로 점포를 확장하며 젊은이들로 가득찬 풍경을 연출하지만, 어깨를 나란히 했던 토종업체들 일부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누군가는 아직도 맛이 쓰레기라며 외면 받는다.
(심지어 이 글을 쓰는 중 카페베네의 성공을 이끌었던 CEO는 세상을 달리하는 지경에 까지)
학창시절 이야기를 하겠다고 햇수를 세어보면 20이라는 숫자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거 참 슬픈 일이다.
카페에 대한 글을 시작하는데 나이 먹어감에 쓰기가 싫어지려고 한다.
인생이란 그런거다.
아무튼. 그 때의 카페는 그야말로 커피를 먹으러 가던 장소였다.
남자들 시시껄렁한 농담의 시간 때우기, 날 더우니 잠깐 열기식히기, 가끔 행복한 소개팅.
으쓱한 곳은 커플들의 은밀한 시선이 머무는 장소였고, 책을 읽는 사람도 곧잘 있었지만 노트북은 물론 전공서적 앞에 놓고 공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끔 외계에서 온 생물 바라보는 눈길로 바라보기도 했고, 거리낌없이 담배를 피워대던 시절이니 흡연공부의 집중력이 가능한 치들은 가끔 공부방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지금처럼 맛난다고 보증할만한 비쥬얼과 압도적인 가격표를 내세운 케이크나 샌드위치 등을 카페에서 먹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고 돈가스 파는 카페는 가끔있었을 정도?
무자비한 임대료로 하나 둘 오래된 명물들이 사라져가는 가로수길에서 처음 무언가를 만들어냈던 블룸 앤 구떼는 처음 창업을 시작하던 순간부터 남들과 다른 새로운 시도와 각오로 사업을 시작했다.
더우기 지금의 명물거리가 아니었으니 성공을 보장받기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었겠지만 호기로운 창업을 시작한 것이다.
20년 전에 친구들이 모이면 어디를 갔었는가 더듬어 보면 커피숍, 맥주집.
지난주에 친구들이 모이면 어디를 갔었는가 더듬어 보면 커피숍, 맥주집.
시간은 덧없이도 흘러갔지만 결국 사람들이 하는 행태의 큰 맥락은 변하지 않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밖에 나가면 차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신다.
가끔 노래방, 몸을 흔들러 클럽.
내용은 같은데 형태만 변할다.
다방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지금은 프랜차이즈들이 대세를 장악하였고, 차별화가 제대로 된 제한된 공간들만이 프랜차이즈를 넘어선 특화시장으로 남아있다.
제한된 공간으로 살아남았고 더우기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참 많을 것이다.
책검색에 카페란 단어를 집어넣으면 다양한 책들이 머리를 쏙 내밀지만, 운영 노하우를 알려주겠다는 내용이 많다. 장사하는 법.
제목 부터 남달랐으니, 내용도 다른 도서들 보다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늦은 밤 사람을 궁지로 내모는 중간 챕터의 요리 이야기는 단순히 카페의 운영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가게를 운영하는 철학과 고객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중간 중간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배고플 때 메뉴를 시키는 것 같은 편안함을 주고 있다.
주부들이라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한번쯤 소매를 걷어부치고 만들어볼만한 - 물론 만만찮은 - 다양한 베이커리와 요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해당 먹거리의 맛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다.
결코 밤 10시 이후에는 책을 건드리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카페에 얽힌 이야기와 요리법, 꽃에 대한 이야기,
사장님들이 지난 세월과 앞으로의 희망에 대해서 많은 영감을 독자에게 주고 싶어 못견디고 싶어한다는 사실은 책 곳곳에 묻어난다.
저런 열정들이면 세상에 성공못할 일이 무엇있겠느냐 생각도 들고.
제일 부러운 것은 이미 시작할 때부터 준비된 프로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어줍잖게 카페를 시작하기 위해 이 책을 참고로 보려는 마음은 접어놓아야할 것이다.
나만의 차별화는 결국 스스로 차별화되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책을 보고 따라할 성질이 아닌 것이다.
자신들의 특기를 살리고 뚜렷한 목표와 비전을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일단 모든 것의 출발은 나 자신으로부터 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