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에게 팝니다 - 90년생의 마음을 흔드는 마케팅 코드 13
김동욱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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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에게 팝니다 : 판매 방안 수립을 위한 실천적 조언서


작년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장식했던 도서 중 다소 놀란 것은 "90년대생이 온다."이다.
변화하는 상거래시장에서 밀레니얼 세대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들이 지향하는 곳은 어디인지.
그리고 기업과 사업자들은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통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보다 다양한 사례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당연히 두번째 책이 곧 등장하리라 생각했는데 역시 등장해서 반갑다.

요즘 "젊은" 얘들이 좋아하는 코드 13 가지에 대해 조목 조목 사례를 들며 설명한다.
사례를 통해 포인트를 짚어주는 방식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장점은 있으나 유행이 쉽게 바뀌기 때문에 책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는 아쉬움이 있다.
트랜드 도서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관점을 유지하며 서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먼저 저자가 이끄는 회사가 만들었던 우유 creative 사례는 편의점에서 팩에 커다란 글자가 하나씩 써있는 것을 보고 뭔가가 연결되겠구나 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사례로 볼 만 했다.
하나 하나 글자들이 해쉬태그를 위한 단어 구성이었고 모바일과 연계되어 이벤트와 연결되는 방식이라는 사실에 감탄을 했다.
예전 같았으면 디자인만 보고도 다양한 마케팅 활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콕 집어 생각했을 텐데, 그 정도까지는 생각을 못했던 나 자신에게 너 임마 감 떨어 졌어라고 누군가 속삭인다.
(전공이 이쪽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좋은 사례들은 접목시키고자 머리를 많이 굴렸으니 느낌이 팍 왔어야 했는데!)

"먼저 하는 것이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 낫다"
첫 번째 챕터의 제목이다.
직장생활의 지켜준 "룰" 중의 하나가 시대가 변함에 따라 변했다.
분명 마케팅 서적에서 공부한 건 first mover의 장점에도 실제 성공하는 사람들은 second 또는 third mover일 경우가 많다고 배웠다.
그런데 이 공식이 이젠 아니란다. 당연히 공식도 변한다.
하지만 약간은 다른 의미도 있다.
안경 스타트업 "와비파커"는 일단 사업을 질러놓고 고객의 의견을 빠른 수정을 통해 winner가 된 케이스다.
모든 단점들과 고객들의 선호도를 예쁘게 정리하고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투자를 받고...이럴 시간이 없다.
일단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다음 계속 모델을 바꿔가는 전략이 지금 시대에 맞다고 보는 것이다.
과거 보다 훨씬 빠른 복제의 시대인 이유도 있겠지만 핵심은 고객과의 끝없는 소통과 이를 통한 고객 만족의 극대화를 통한 독보적인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혼자 그려놓은 그림이 아니라 다수의 고객과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공동작업을 만들어나가고 이 과정에서 획득한 아이디어를 제품과 서비스 확장을 위한 리소스로 활용하는 fast 전략인 셈이다.
의류업계의 모든 것을 뒤집어 놓은 유니클로나 자라 같은 SPA 업체의 성공 스토리와 일맥상통하지 않은가?
다만, 이 책에서 더 중요하다고 제시하는 것은 이러한 행동과 전략의 기초는 파는 대상이 90년대생이라는 과거의 세대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을 이해하는 것과 그들에게 상품을 파는 것이 다르듯이, 일반적인 마케팅 전략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중심에 서있는 고객의 눈과 귀와 입을 정확히 쳐다 보라는 주문인 것이다.
단순한 상품이 아닌 경험을 포장해서 팔아야 하고, 이를 통해 고객들은 자신만의 경험을 획득함과 동시에 SNS를 통해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자랑은 자연스럽고도 강력한 마케팅 툴로 변신하여 고객들을 끌어 모으게 되는 방식이다.
한정판과 같은 희귀성 높은 상품이 고객의 특성을 잘 이해한 사고에 기초한 사례일 것이다.
애플샵에서 아이폰 신형을 구하기 위해, 또는 비디오 게임 한정판을 사기 위해 며칠 전 부터 샵 앞에서 노숙하는 젊은이들을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아주 오래전 기대작 영화 예매표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섰다는 어른들의 기억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보면 금방 이해할 텐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밀레이얼 세대들에게 중요한 것은 상품이나 서비스 그 자체도 있지만, 목적물을 획득하고 사용하는 사이에 "자랑"하는 컨텐츠를 통해 교류되는 공감과 경험이 더욱 중요하며, 이런 이야기거리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마치 인스타그램을 위한 별도의 포즈와 사진찍기 좋은 장소가 인기 좋은 것 같이.

위대하면 유명해지는 시대에서 유명해지면 위대해지는 시대로
이 미묘한 단어의 유희 속에 우리의 타겟 고객들이 생각하는 바가 잘 드러나 있다.
엽기적인 행동을 라이브로 유튜브에 올려 인기를 끌고자 하는 어리석은 행동들의 근원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유명해지면 돈 벌이도 된다. 새로운 직업이 생길 정도로 말이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켰던 No Japan 사례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그들의 특성은 놀랍다.
국내의 패션 사업을 장악했던 유니클로는 매장문을 닫고 있고, 덩달아 롯데그룹은 매출은 물론 브랜드까지 손상을 입었다.
관광업이 타격은 일본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고, 금새 사그라들거란 극우 일본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의 호언장담을 씹어 먹었다.
협력/협동이란 의식이 과거 보다는 약해진 세대이지만 공감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집요할 만큼 철저히 힘을 합치고, 테두리에서 벗어나는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응징"까지 할 각오가 되어 있다.

기업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냥 기존 세대들이 흘러온 것 처럼 사회의 메인 스트림에 그들이 수용할 것이라 믿으면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다는 현실을 깨달을 것이다.
고객이 변했다면 먼저 기업이 변해야 하고,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비즈니스 맨들은 그들의 특성을 직접 느껴보며 공감을 해야 한다.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fast mover가 될 기회가 code로 정리되고 사례가 안내되어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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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의 인문학 서재 - 투자의 고수는 무엇을 공부하며 어디에서 답을 찾는가
서준식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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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의 인문학 서재 : 고수에게 배우는 경제와 투자 이야기


투자를 잘하는 방법은 서점의 한 코너를 차지할 정도로 확실한 베스트셀러들이다.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돈 버는 방법을 -은밀하게- 알려주니 인기가 하늘을 찌를 수 밖에.
심지어 저자의 최대 투자처가 책 자체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니 투자를 통해 부를 이루고 싶은 사람들의 애타는 마음에 시퍼런 멍자국을 남겨놓기도 한다. 
직장 풋내기 시절부터 투자에 관심이 많았다면 현재의 삶이 좀 더 여유롭고 사치스러울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님 어쩌면 패가망신의 어두운 뒤편으로...
투자에 대한 불안은 초년생 시절 하나의 에피소드에 기인한다.
금융회사다 보니 자연스레 직원들의 관심사는 주식시장에 자주 쏠렸었고, 나름 투자 좀 한다는 선배들은 동료들에게 성공한 무용담을 자주 이야기했다.
투자한 주식이 조금 짭짤하다 싶으면 의례 거한 점심식사나 저녁 술자리로 이어졌고 구성원들은 모두 다같이 즐거웠다.
하지만, 막상 반짝 올랐던 주식이 곤두박질 치면? 
점심을 거하게 쐈던 선배는 시무룩한 얼굴로 일찍 퇴근을 해버렸고, 주변 동료들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주식 떨어졌다고 식사를 사준다고 한들 까먹은 돈이 얼마인데 좋아라 하겠는가? 원래 주식이란 그런 것인데...)
주식을 통해 얼마나 벌었는지, 지금까지 투자를 해왔으면 짭짤 했을 수도 있지만 소위 "앞에서 남고 뒤에서 깨진다."는 장사꾼의 한탄 처럼 보였다.
Low Risk, Low Return 성향의 나에게는 투자라는 것은 그다지 매력적인 돈 굴리는 방식이 아니었다.
조급한 성격은 우리 사주로 투자한 회사 주식도 오래 보고 장기 보유했다면 좋은 배팅이었을텐데 주가가 출렁거리기라도 하면 노심초사하는 성격이고 그런 상황 자체를 싫어하다 보니 오래 전에 Low Return을 받고 처분해 버렸다.
투자에 대한 지식도 부족해, 깡도 없어, 투자에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했으니...
더이상 투자에 관심을 기울여서는 안되는 부류인가 보다. 나는.

그렇다면 투자를 잘하고 투자로 부를 이루는 상황이 필요했더라면 어떤 교양을 쌓아야 하고 인문학적 지식을 갖춰야할까.
바로 이 책을 주목하게 된 이유이자 독서시간을 투자하게 된 이유다.
최소한 투자자에게 필요한 소양은 갖추고 싶거나 알고는 싶다라는 지적 욕심, 뭐 거창하게 표현을 하자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인생)투자자 아닐까라는 생각에 웃음을 지으며 책을 읽어 나갔다.

크게 3가지 챕터로 구성되어있다.
첫번째는 펀드매니저의 눈으로 바라본 경제사라는 챕터를 통해 경제사의 흘러온 역사를 하나 하나 스텝 밟아 나간다.
그리고 역사에서 꼭 알아 두어야 할 3개 경제학 베스트셀러를 소개하고 꼭 알아야 될 내용을 이야기해준다.
누구나 알만한 국부론, 자본론, 일반 이론.
경제의 본질을 이해하라는 저자의 의도이다.
사실 투자의 기본적 속성이자 금융시장이 돌아가는 토대가 경제학적 이론에 근거한 것이고 경제 관련 법령이나 트랜드가 반영되는 것이니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대학에서 전공을 했거나 사내에서 관련 교육 코스를 밟지 않았다면 독학으로 라도 공부를 하고 관심을 기울여야할 분야이다.
돈을 벌기 위한 접근이 아니라, 어부가 그물을 짜듯 행동의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는  지식의 근거와 투자자로서의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감이 좋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트랜드와 투자자들의 심리, 시기적 분위기 등 전반적인 판세를 읽기 위해서 경제학 원론의 이해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저자는 아담 스미스 부터 마르크스, 케인즈, 신자유주의 등 시간의 흐름에 따르는 이론과 실물의 변화 방향과 그에 따라 읽어야할 책들을 잘 정리 및 요약해서 독자에게 들려준다.
어, 이 이야기는 알고 있는건데...
경제학의 거대한 역사 흐름을 꿰뚫지 않으면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 것이고 또 그에 적합한 대처방안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론적 토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통해 요약된 내용을 토씨 하나 달달 외워 보는건 어떨까 싶다.

마지막으로 성공투자의 길을 가기 위한 실전적 제안을 제시한다.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주식,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하자
욕심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처음부터 투기를 바래서는 안될 것이다.
매우 작은 차이 하나가 큰 차이를 만들어내며 인생을 꽃 길로 이끌 수도 있고 악의 구렁텅이로 내몰 수도 있는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분산 투자 같은 요령도 뻔한 내용이라고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내용이지만 사실 그 사람의 투자성향을 올바른 이론적 도덕적 잣대를 가진 상태에서 판단한다면 당연히 따라야할 기본적인 룰일 것이다.
욕심을 안 가질 수 있겠는가?
사실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제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투자자가 투자자로 남아 여유있는 삶의 한 부분을 채워 나가고자 한다면 명심해야 할 덕목일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다루는 대목을 보면, 처음엔 10년. 그러다 20년. 어, 30년.
시간도 빠르게 지나가고 그 안에서 그들은 허둥지둥 대는 동안 시간을 잃어버렸다.
과거의 화려했던 경제 동물은 고령화 시대의 뒷방 늙은이 마냥 시름 시름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쉽지 않은 요즘 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의 대동맥이 힘차게 뛰기 위해서 올바른 판단과 경험을 가진 투자자들이 열심히 다람쥐 챗바퀴를 굴려줘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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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쇼크 - 인류 재앙의 실체, 알아야 살아남는다, 최신증보판
최강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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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쇼크 - 현재 시간 리얼타임 바이러스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

눈을 떴다.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곳은 어딘지?
차가운 바람에 살갗엔 뱀 비늘이 돋는다.
머리가 띵하고 뭔 지 알 수 없는 기억이 순간 순간 스쳐가지만 알 수 없는 영상들이 교차하는 것일 뿐이다.
갑자기 창문이 부서지며 여러 명의 군인들이 나타나 나를 제압한다.
이들은 누구인가? 뭐가 잘 못 된거지?
영화 "레지던트 이블"의 도입부.
엔딩 타이틀이 올라 올 때까지 찢어지지 않는 강력하면서도 얄팍한 옷을 입고 늘씬한 몸매를 뽐내며 등장하는 주인공 밀라 요보비치의 인상적인 첫 씬 만큼이나 오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영화 중간 부 실험실에 던져지는 유리병의 알 수 없는 파란 액체가 깨지며 유출되고 환풍구를 통해 연구소 전체로 퍼져 나가는 대목이다.
좀비 바이러스는 연구실의 방역망을 뚫고 전체를 오염시키고 비극의 단초가 된다.
음모론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런 과정을 통한 것은 아닐까 조심스러운 추측을 하며 이야기를 널리 퍼뜨린다.
정해진 레벨 보다 높은 고위험물을 다루고 있다는 실제 존재하는 연구소 이야기까지 거론되고 있으니 마냥 ""이라고 지나치기엔 뭔가 찜찜하다.
앞으로도 드러날 일 없겠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갖고 지켜봐야 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어떤 국가, 악당의 소행 또는 단순히 과학자의 실수라도 비극의 씨앗이 될 개연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현재 시점까지 우리나라의 방역활동과 감염 범위는 극히 통제적이다
모든 사고의 근원지인 우한시의 답답한 당 우두머리나 크루즈 사업을 단숨에 박살낸 일본 방역당국의 무책임은 HBO 드라마 "체르노빌"에서 사고의 시작부터 초기 수습까지 자리 하나 지키기에 급급했던 당 간부들의 모습과 오버 랩된다.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의 암울한 첼로 소리만큼이나.
- 이렇게 중간에 써 두었던 날짜가 2.18일인데 오늘 2.24일은 방향이 바뀌어 판데믹 위기니 무섭다. -



인간이 바이러스라며 인류소멸 계획을 세우는 AI 이야기는 영회 속 단골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바이러스의 특징과 우리 인류는 유사한 부분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든다.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기생하는 방법이나, 변종하는 방법들.
더 심각한 것은 지속적인 생명유지를 위한 위험천만한 새로운 영역으로의 추구를 끊임없이 시도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바이러스 또는 인류 입장에서는 살기 위한 투쟁이겠으나 자연계 전체적으로는 종의 종말을 일으킬 수도 있는 극히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본능 아닌가.
새로 편집되어 출판된 도서이다 보니 책 표지를 열자 마자 이해하기 쉽게 디자인된 바이러스 발병 현황 세계지도가 등장한다.
요즘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근래의 창궐했던 바이러스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는 것만으로도 책의 가치가 돋보인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바이러스의 특징과 우리 인간이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또 미래에는 어떤 위험이 도래할 수 있는지 통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바이러스가 어떤 방식으로 확산되고 생존하며 그들의 존재방식을 진화해 나가는 다소 지루하고 장황한 페이지에 담겨있는 이야기지만 때가 때인만큼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특히 다른 종으로 새로운 영역을 확대해 나갈 때 스스로 열쇠구멍을 맞춰 변형해가는 대목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인간의 욕심과 무지에 따라서 위협이 발생하겠구나 하는 아찔함이 밀려온다.
이 난리를 만들어 놓고도 잠잠해지면 야생동물을 취식 하겠다는 중국인들의 몰상식한 태도는 옆동네에 살고 있는 우리의 방역능력이 막강해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작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프레디 머큐리의 비참한 마지막의 악역을 담당한 HIV 바이러스가 어떻게 우리를 공격하는지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도 일상의 위협을 당하니 필요해지는 지식인 셈이다.
4, 5장에 걸쳐 저자는 우리의 앞에 놓인 위험요소들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설명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조기경보시스템이나 확산 방지를 위한 공동대처 등의 성과가 오늘 바로 이 순간 우리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중요한 건 책 뒷날개에도 적혀 있고 하루에도 여러 번 강조되는 개인 위생 부분이다.
화장실 변기 보다 키보드가 더럽다는 사실을 아는 것 보다는 하루 한번씩 알콜이라도 뿌려주는 지혜가 책을 통해 얻는 최소한의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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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익스체인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2
최정화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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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익스체인지” –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우유빛깔 SF

 



정통 SF와 트릭이 가득한 작품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환타지와 장르가 혼재되거나 서정적 또는 서사적인 부분이 강조되며 일반 소설과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아서 클라크나 아시모프는 오래된 이야기인 데도 좋아라 하면서, 어슐러 K. 르 귄이나 코니 윌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메모리 익스체인지는 판형부터 좀 남다르다.
104*182*17mm로 일반적인 책 사이즈가 아닌 에세이나 시집 같은 느낌. 세로로 책이 길다 보니 읽기에 손잡는 자세가 좀 어색하다.
한 줄의 글자수도 적다 보니 페이지 넘김이 자주 반복되어 불편함은 배가 된다
하드커버로 된 책표지도 적은 분량에 비해서 좀 과하다 라는 느낌에 어색하고, 하얀색 위주의 책표지는 뭔가 컬러 커버를 잃어버린 느낌이다.
책을 완독하고 나니 어라? 이거 의도된 설정인가?
책 읽기가 불편하니 내용을 받아들이는 기본적인 자세도 불편하다. 그러니 소설이 전개되어 가는 과정에 불편한 감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된다.
글자수도 작고 두께도 얇은 편이라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순간 한 페이지의 내용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아주 짧은 여유를 가지게 된다.
뭔가 색채가 부족해 보이는 책 커버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무의식적인 이미지를 강요하며, 마치 우유로 된 목욕탕에 잠겨 책을 보다가 그대로 몽롱한 자기 수면에 빠져들고 콧구멍까지 하얀 액체로 덮여가며 깊은 잠에 빠지고 있다는 착각과 그러고 싶은 욕망을 일으킨다.
나는 누구인가?
내 육신은 누구의 것인가.
내 의식은 무엇인가.
저자는 난민의 삶과 고통을 빗대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열린 주제를 허락한다면 인간의 정신 본질적인 의미를 묻는 소설이 아닌가요? 라고 되묻고 싶다.
각 장 마다 화자는 ""이고
 "" ""로 합병되고 또다른 ""는 소멸된다.

기억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소설이나 영화에서 주제로 활용된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등장해던 영화 "토탈 리콜"은 지워진 기억과 그 위에 거짓으로 만들어놓은 기억이 충돌을 일으키며 빨간 약을 본의아니게 먹게 된 스토리이고, 존 스칼지의 "노인전쟁"도 기억의 복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생을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거나 컴퓨터 처럼 기억의 copy-paste 기능을 활용한 조작이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장치가 되지만 그 와중에 일어나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풀기 어려운 숙제를 던져 준다.
가볍게 풀어가면 그냥 영화의 보조도구지만 철학적인 고민에 빠진다면 "나"에 대한 고민도 끝이 없는데 또다른 "나"의 고민도 들어줘야 하는 곤란한 처지가 된다.
이런 고민거리는 결국 존재론에 대한 인간의 지적 호기심이 왜 수천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지에 대한 공감을 깨닫게 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스토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만 화려한 액션은 없이 서정적이면서도 판타지 양념이 찹찹 뿌려진 기이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글의 서두에 이야기한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묘한 여운이 머릿속을 감돈다. 쓴 맛과는 달리 향은 오랫동안 콧 속을 맴도는 처음 보는 원산지의 커피처럼.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져서
진짜 "나는" 뭐지?
학창시절 개똥철학을 고민할 때 들던 질문이 자꾸 부딪친다.

대지의 향기를 맡으며 처음으로 육상으로 고개를 내밀던 THX-1138의 로버트 듀발이 오버랩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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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으로 보는 세계사 - 자르지 않으면 죽는다!
진노 마사후미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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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으로 본 세계사 : 역사는 반복되므로 바라보는 시각을 다변화시켜야 한다는 교훈을 깨닫다.

직장에서 사람 좋은 상사의 줄에는 서지 마라.
신입사원 때 맞 고참이 소주 잔을 기울이며 인생교훈이라면 건낸 이야기.
리더들을 평가할 때 용장, 맹장, 덕장, 지장 뭐 이런 단어를 매칭시키는데 "덕장"에게는 직장의 운명을 걸지 말라는 이야기다.
모든 것을 갖추고 뛰어나고, 직장에서 현재 잘 나가더라도 덕장은 말로가 안좋다는 것.
지랄맞게 직원들을 들들 볶고 때로는 인정사정 보지 않고 부려먹고 험하디 험한 계단을 다른 사람 머리를 밟고 허겁지겁 올라가야 "별"을 딸 수 있으니 말이다.
100% 맞는 원칙은 없으니 이 말도 마찬가지겠지만,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는 "빙고"
직장을 두군데 다니고 있지만 "인정". 뭐 이렇다.
이런 제목의 영화도 한 편 있다.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숙청의 역사를 훑어보니 마찬가지의 논리가 적용된다.
왕조를 일으키고 새로운 역사를 이루기 위해서는 리더 한 사람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
참모, 장수, 아래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똘똘 뭉쳐서 한마음이 되지 않는다면 게임 끝이다.
역사의 소용돌이를 함께 뚫고 죽을 동 살 동 버티고 버텨야 유일한 승자가 되는 역사의 당연한 귀결.
그렇기에 개국공신들의 위치는 존중받고 웬만한 실수 아니면 오랫동안 배를 탕탕 두드리며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역사는 그리 호락호락 흘러가지 않으니.......
개국공신은 불안한 초기 정치에 언제든 위협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고, 따르는 이들도 많기 때문에 "숙청"이란 이름으로 제거되지 않으면 언젠가 큰 화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사옵니다. 부인을 하다가도 정치 판세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때, 스스로 목숨을 버리며 충정을 보이는 이들도 더러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반역의 깃발을 올려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반란의 가능성이 농후한 공신들의 목을 날리는게 안정적인 왕조 유지를 위해 필요악이 되는 역사가 반복되다 보니 이는 필수적인 이론이 되었고, 지금 내치지 않으면 스스로 반역을 당하리라는 역사적 교훈이 신흥국가의 수장들 사이에 회자된다.
3족에 9족까지 멸하는 숙청을 통해서 중국과 유럽의 무자비한 역사는 비슷한 공식으로 흘러왔던 것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여러가지 방법 중 이렇게 테마를 가지고 실타래를 풀어가면 일반적인 통사를 통한 지식 보다는 놓치지 쉬었던 하나의 궤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씨줄과 날줄 처럼 두가지 책읽기가 병행된다면 역사 지식을 보다 체계적이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특히 테마로 역사를 정리하는 방식은 책읽기가 보다 흥미있는 방행으로 진행시킬 수 있기에 베스트셀러에 명함을 내기에도 유리할 듯 싶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볼 때 다소 생소한 "숙청"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새로운 시각의 역사,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역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해준다.

마오쩌뚱과 스탈린의 숙청, 아닌 학살은 상식으로 알고 있던 수준이 아니라는 경악스러운 사실에 놀라기도 했고, 그 와중에 중국의 권력이 어떻게 이동되어 현재에 이르렀는지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된 부분이 유익했다. 
공산주의 국가들의 이상과 전혀 다른 현실의 운영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히틀러가 역대 최악의 악당으로 뽑히지만, 자국민들에게는 더욱 악독한 두 사람이 천수를 다하고 권력을 내려놓았다는 사실이 소름끼치며 이 과정에서 등장했던 홍위병의 존재는 영화 "마지막 황제"의 피날레 등장한 붉은 깃발을 흔드는 아이의 서늘함과 연계되어 씁쓸하다.

원저자가 일본사람이라는 사실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해서든 중국이라는 현재의 전세계 랭킹 넘버 2를 망가 뜨리고 폄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결코 중국이 대권을 가져갈 수 없다는 이유중의 하나를 "숙청"이란 증거로 들이 밀며, 망해가는 왕조의 코스를 밟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 중국이 완전히 망해가는 코스를 밟고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젠 예전의 일본이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로 정치적, 경제적 쇠퇴가 눈에 띄는데 그런만큼 역사적 고증을 통해 중국과 다른 나라들을 깍아내리고 자신들의 역사와 현재가 우월하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단락들이 도처에 눈에 띈다.
번역서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타국의 역사를 깍아내리며 자신을 치켜올리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는 편이 아니다.
마침 코로나 바이러스로 중국의 정치적 파워가 흔들리는 점이 저자의 주장과 유사하고, 트럼프가 탄핵을 간신히 넘긴 부분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두 지도자의 일탈된 행동이 있더라도 두 나라가 바로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일본이 세계 넘버 원이 되고 싶다는 희망 회로를 돌리시는 건가요?)
숙청이라는게 당연히 좋거나 옳거나 판단할 문제는 아니며, 그로 인해 비명횡사해 간 사람들의 숫자의 의미가 중요하나, 상대적으로 오다 노부나가는 숙청을 했어도 그 정도는 중국에 비해 애교이고 온순한 숙청이었다라는 괘변은 아쉽다.
그러나, 새로운 테마를 가지고 역사를 파혜치고 특히 중국과 유럽의 내용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들려주는 재미는 아쉬운 대목을 모두 상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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