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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쇼크 - 인류 재앙의 실체, 알아야 살아남는다, 최신증보판
최강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3월
평점 :
바이러스 쇼크 - 현재 시간 리얼타임 바이러스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
눈을 떴다.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곳은 어딘지?
차가운 바람에 살갗엔 뱀 비늘이 돋는다.
머리가 띵하고 뭔 지 알 수 없는 기억이 순간 순간 스쳐가지만 알 수 없는 영상들이 교차하는 것일 뿐이다.
갑자기 창문이 부서지며 여러 명의 군인들이 나타나 나를 제압한다.
이들은 누구인가? 뭐가 잘 못 된거지?
영화 "레지던트 이블"의 도입부.
엔딩 타이틀이 올라 올 때까지 찢어지지 않는 강력하면서도 얄팍한 옷을 입고 늘씬한 몸매를 뽐내며 등장하는 주인공 밀라 요보비치의 인상적인 첫 씬 만큼이나 오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영화 중간 부 실험실에 던져지는 유리병의 알 수 없는 파란 액체가 깨지며 유출되고 환풍구를 통해 연구소 전체로 퍼져 나가는 대목이다.
좀비 바이러스는 연구실의 방역망을 뚫고 전체를 오염시키고 비극의 단초가 된다.
음모론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런 과정을 통한 것은 아닐까 조심스러운 추측을 하며 이야기를 널리 퍼뜨린다.
정해진 레벨 보다 높은 고위험물을 다루고 있다는 실제 존재하는 연구소 이야기까지 거론되고 있으니 마냥 "썰"이라고 지나치기엔 뭔가 찜찜하다.
앞으로도 드러날 일 없겠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갖고 지켜봐야 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어떤 국가, 악당의 소행 또는 단순히 과학자의 실수라도 비극의 씨앗이 될 개연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현재 시점까지 우리나라의 방역활동과 감염 범위는 극히 통제적이다.
모든 사고의 근원지인 우한시의 답답한 당 우두머리나 크루즈 사업을 단숨에 박살낸 일본 방역당국의 무책임은 HBO 드라마 "체르노빌"에서 사고의 시작부터 초기 수습까지 자리 하나 지키기에 급급했던 당 간부들의 모습과 오버 랩된다.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의 암울한 첼로 소리만큼이나.
- 이렇게 중간에 써 두었던 날짜가 2.18일인데 오늘 2.24일은 방향이 바뀌어 판데믹 위기니 무섭다. -
인간이 바이러스라며 인류소멸 계획을 세우는 AI 이야기는 영회 속 단골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바이러스의 특징과 우리 인류는 유사한 부분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든다.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기생하는 방법이나, 변종하는 방법들.
더 심각한 것은 지속적인 생명유지를 위한 위험천만한 새로운 영역으로의 추구를 끊임없이 시도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바이러스 또는 인류 입장에서는 살기 위한 투쟁이겠으나 자연계 전체적으로는 종의 종말을 일으킬 수도 있는 극히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본능 아닌가.
새로 편집되어 출판된 도서이다 보니 책 표지를 열자 마자 이해하기 쉽게 디자인된 바이러스 발병 현황 세계지도가 등장한다.
요즘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근래의 창궐했던 바이러스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는 것만으로도 책의 가치가 돋보인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바이러스의 특징과 우리 인간이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또 미래에는 어떤 위험이 도래할 수 있는지 통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바이러스가 어떤 방식으로 확산되고 생존하며 그들의 존재방식을 진화해 나가는 다소 지루하고 장황한 페이지에 담겨있는 이야기지만 때가 때인만큼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특히 다른 종으로 새로운 영역을 확대해 나갈 때 스스로 열쇠구멍을 맞춰 변형해가는 대목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인간의 욕심과 무지에 따라서 위협이 발생하겠구나 하는 아찔함이 밀려온다.
이 난리를 만들어 놓고도 잠잠해지면 야생동물을 취식 하겠다는 중국인들의 몰상식한 태도는 옆동네에 살고 있는 우리의 방역능력이 막강해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작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프레디 머큐리의 비참한 마지막의 악역을 담당한 HIV 바이러스가 어떻게 우리를 공격하는지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도 일상의 위협을 당하니 필요해지는 지식인 셈이다.
4장, 5장에 걸쳐 저자는 우리의 앞에 놓인 위험요소들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설명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조기경보시스템이나 확산 방지를 위한 공동대처 등의 성과가 오늘 바로 이 순간 우리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중요한 건 책 뒷날개에도 적혀 있고 하루에도 여러 번 강조되는 개인 위생 부분이다.
화장실 변기 보다 키보드가 더럽다는 사실을 아는 것 보다는 하루 한번씩 알콜이라도 뿌려주는 지혜가 책을 통해 얻는 최소한의 선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