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
김윤성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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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 – 사색과 구도를 위한 공간으로의 여행






여행 갈 돈이면 맛난 거 사 먹고 책이나 한 권 더 사는게 효과적 아님?
오래전부터 가성비의 효능에 대해 공감을 했던 터라 같은 비용이라면 조금 더 오랜 기간 동안 소유하고 즐길 수 있는 방향을 지표로 살아온 인생이다.
몇 백만원 들여서 여행 가봐야 사진만 남을 뿐이지, 차라리 노트북을 쌩쌩 돌아가는 놈으로 골라라!
Sting 공연은 좋은데 10만원? 라이브 음반을 한 장 사고 다른 음반도 사면 10년은 즐거울 꺼야.
이런 식의 선택 방식이었다.
당연히 정답은 없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친구와 단 둘이 떠난 묵호 항 겨울 바다 여행, 폭설로 이틀이나 발이 묶여 여관방에서 뒹굴 뒹굴 했던 안 좋았던 추억도 패턴을 공고히 하는데 한 몫 했을 것이고.
직장 다니며 내 집 마련하는 게 더 급했고, 아이 좋은 유치원 보내는 게 더 중요했으니 국내 여행으로도 좋았다.

Dream Theater의 공연을 처음 예매하는데 대성공을 거두어 맨 앞 열에서 관람을 하게 되었다. 2008년 1월이다.
음반과 블루레이 디스크에서 듣고 보던 강렬한 음악을 정확히 1m 앞에서 볼 때의 감동은 그동안 살아왔던 가성비가 잘 못 측정되었다는 천청벽력.
여행도 마찬가지.
회사 돈으로 즐겁게 떠난 1박 2일 오사카 비즈니스 여행은 다른 이들처럼 관광지를 유람한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의 일상적인 하루를 뒤쫓는 추격전이다 보니 생활의 방식과 사고하는 틀이 어떻게 다르고 유사한지, 도시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책이 아닌 눈으로 보며 - 서울이나 오사카나 다 사람사는 동네 네....- 하는 또다른 경험과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사진에 담긴 뒷골목의 어두운 풍경과 명소로 알려진 다코야키 가게의 마지막 손님이 된 장면은 사진과 머릿속 기억의 합성으로 가성비가 우수한 경험으로 결론이 난다.
삶의 방식이 변곡점을 맞이 한.
직장에 메인 몸이고 아이 교육비로 인한 금전적 여유를 고려는 합시다.
그러나, 여행은 앞으로 남은 시간 또 하나의 사색의 공간으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

일단 책으로 연애를 시작해 봐 야지. 여행이라는 연인과.
여행 도서를 읽을 때 즐거운 마음은 이런 배경을 가지고 콧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저자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30여국 100개 도시 세계 곳곳을 다니는 이력을 보니, 나도 모르게 시샘이 흘러나온다.
여행 에세이.
이런 류의 책이 마음에 든다.
어차피 당장 내일 로마로 떠날 것이 아닌 만큼 로마 시내의 여행코스나 맛집 리스트를 찾는 것 보다는 로마라는 도시의 인상이나 여행가가 겪는 소소한 일상의 엿보기 같은 부분이 더욱 와 닿는 편이다.
책 제목처럼 여행의 한순간이 인생의 어떤 시간이나 부분을 은유하고자 "매칭"하는 작가의 노력과 시선에 동질감을 느끼고 싶은 탓이다.

목차에 나열된 도시 리스트만도 봐도 입이 딱 벌어진다.

스웨덴
아이슬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영국
독일
이태리
볼리비아(!)
몽골
일본
캐나다

볼리비아 같은 나라는 뜻밖의 선택이다.
사실 어디 붙어있는지도 몰라서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보고 서야 정확히 알게 되었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들이야 좀 낫겠지만 혼자 어슬렁거리며 다니기엔 부담스러운 텐데 용케 찾아갈 수 있었나 보다.
이미지 좋기로 기대했던 나폴리에서 곤경에 처할 뻔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외로 안전이라는 문제는 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나라는 관광자원에 조금 더 박차를 가해 지금도 잘하고는 있지만 보다 풍성한 볼거리와 체험할 수 있는 컨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맨날 한복 입고 고궁 체험하는 거 말고.

마르게리타의 원산지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피자를 먹고, 뻥 뚫린 지붕만큼 붕괴된 지방정부의 무능함을 생전 보지도 못한 여행가의 기록으로 알게 되고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퍼져 나갈 것이다. 
나폴리는 가지 마라. 과거만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볼 것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위험해. 피자는 피자헛에서 시켜 먹어.
부모 품을 떠나지 못하는 아이 같은 나폴리는 내 머릿속에 있던 이미지와 대체되어 평생 복구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에서 만난 오스트리아 소녀는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부딪히게 될 위험 보다는 강렬한 것이겠다는 생각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는 현자를 만난 양 소녀를 한껏 치켜세웠고, 불안함의 그늘을 여행에서 뽑아낼 방법을 고민하던 나 역시 때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끈다.
히이 하이킹을 할 때 방법을 알고 있던 소녀와 그저 단순히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어른 사이에 실질적인 안전망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헉헉거리며 고산지대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했던 볼리비아 이야기는 최근에 읽었던 다른 여행에세이에 등장한 마추픽추의 페루와 함께 잉카의 화려했던 문명을 꼭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끄집어 낸다. 욕망이 되어버릴 것 같다.
남들은 자주 가지 않는 다소 한적한 여행지에서 살아가는 사색을 얻고자 하는 저자의 여행은 그저 경험을 쌓고 이색적인 관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직장생활에 지치고 도시생활에 갑갑함을 느낀 현대인이 새롭게 삶의 활력소를 찾는 방법과 구도자를 자신의 내면에서 찾겠다는 간절함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깊은 수렁으로 떨어져 버린 우리나라의 관광 종사자들은 이런 다른 유형의 관광객에게 어떤 컨텐츠를 들이 밀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실천할 수 있는 변화의 시기로 재생산 되었으면 좋겠다.

자, 짐을 싸기 위해서는 먼저 통장 잔고를 확인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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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의 반격 - 이미 시작한 인류 재앙의 현장
비에른 로아르 바스네스 지음, 심진하 옮김 / 유아이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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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의 반격 : 그래도 아직 희망의 끈은 재앙 앞에 놓여있다.


지구 온난화는 환경론자들에게는 이젠 꽤나 진부해진 테마가 되었다.
(사실 지구 온난화는 기업가들과 환경론자들의 야합에 따라 조작된 것이다 라는) 음모론이 등장할 정도로 식상한 내용이기도 한데, 인간의 몸이 성인병에 무너지듯 하루 하루 보았을 때는 눈에 띄지 않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심각한 상황이 인지될 수밖에 없다.
 
BBC의 걸작 다큐멘터리 "살아있는 지구" 첫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북극곰 가족의 이야기를 보게 되면, 또한 혹독한 남극의 강풍 속에서 아기 펭귄을 지키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황제펭귄을 본다면 우리에게는 척박하지만 또다른 동물들에게는 꼭 필요한 공간이기에 지켜야할 또다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빙하가 다 녹으면 해수면이 높아져 일본은 사라진다 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 그렇게 되긴 할까?
이성적으로는 맞다 싶으면서도 에이 설마 하는 감성적인 생각들이 온난화를 막고 빙하를 지켜야하는 실질적인 요구를 애써 무시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할 것이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당연히 가라앉겠지.
방파제를 높이 쌓으면 안되나?
굉장히 피상적인 느낌으로 많은 이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단순히 녹는다는 것은 물론 또다른 시각이,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지구를 지탱하는 거대한 순환의 고리, 특히 물의 저장소 역할을 빙산들이 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캘리포니아가 천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빙산에서 시작된 물이 거친 여정을 통해 얻어진 산물이라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었다.
시에라 네바다에서 녹은 눈이 와인농장과 아몬드 나무, 그리고 골프장의 물이 되어간다는 이야기는 낭만적이면서도 과학적인 놀라움이다.
흑백 사진이라 아쉬웠던 요세미티 엘 캐피탄 사진 한 컷은 스토리가 얹힌 덕에 맥북 배경화면의 화려한 색감 보다 감동적이었고, 자연의 일상적인 평형을 유지하는 기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대자연 속의 물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된 계기는 "살아있는 지구"에서 담수의 중요성과 담수가 순환되고 유지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생명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영상이었다.
우리 몸의 피 순환이 생명과 직결되듯 대자연의 순환은 지구의 숨통을 쥐고 있다.
여기에 우리의 과오로 프로세스 깨진다면 인간뿐 아니라 지구에서 발을 붙이고 사는 모든 생명체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룡이 멸망하듯, 빙하기의 포유류가 육지를 차지하듯 변화하는 자연에서 살아남은 종은 수시로 바뀐다.
문제는 우리 인간만이 스스로의 명줄을 재촉하는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책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남극 최초 도달의 경쟁은 객관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스콧과의 경쟁에서 아문센이 승리하게 된 이유 - 도구 선택의 중요성 - 그리고 비극적인 종말 이야기는 오래던 학생용 위인전기 비슷한 책으로 읽었던 내용 보다 자극적이며 치열한 느낌을 준다.
무엇이 그들을 경쟁하게 했는지, 척박한 그 땅에서 그들이 본 것, 그리고 얻은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빙구빙의 위협적인 모습에 인간의 도전과 개척을 향한 헌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다.
 
영구동토층이 녹을 때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그 안에 있던 탄소가 대기중에 노출되고 다시 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는 부분이라고 한다.
(물론 숨어있는 박테리아 등에 의한 위협 또한 존재한다.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던 탄저병이 해동되어 벌어졌던 비극은 이미 발생되지 않았던가.)
비극적인 결과를 막기 위해 아직은 희망이 있다 한다.
그리고, 자연 속의 동물을 위시한 생명체들은 생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방어체계를 가동시키고 있다.
인간은 어떤 노력을 커다란 재앙을 막는데 일조할 수 있을까.
정말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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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제국 - 거대 기술기업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훔쳤는가
루시 그린 지음, 이영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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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제국 : GAFA 공화국은 다스 시디어스?


  • 시스의 강령 (Sith Code)
Peace is a lie, there is only passion.
평화는 거짓이며 오로지 열망만이 존재한다.

Through passion, I gain strength.
열망을 통하여 나는 힘을 얻는다.

Through strength, I gain power.
힘을 통하여 나는 권능을 얻는다.

Through power, I gain victory.
권능을 통하여 나는 승리를 얻는다.

Through victory, my chains are broken.
승리를 통하여 나를 얽매는 사슬은 부서지리니

The Force shall set me free.
포스가 나를 자유롭게 하리라.

스타워즈를 처음 보았을 때 혼란스러웠던 대목은,
멋진 라이트 세이버를 뽐내는 영웅들은 반란군이고, 검은 색 의상을 입고 쉭쉭 거친 숨소리를 내뿜는 악당 패셔니스트들은 공화국이라는 설정.
왜 레이어 공주는 나쁜 반란군인가!
역사에 성공한 반란군은 없다.
역사는 승자의 이야기인 만큼 성공한 반란군은 새시대를 열어 제 낀 영웅이니까.
 
미국의 현재를 이끄는 4개의 기업. 바로 GAFA라 불리는.
 
Google
Amazon
Facebook
Apple
 
혁신은 세상을 바꿔 버렸고, 오래 전 첫번째 데이트로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면 전날 극장에 가서 미리 부스에서 예매하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세어봐야 할 편리함은 모든 것을 뒤덮었다.
하지만, 가끔은 GAFA가 스타워즈의 공화국인긴 한데, 우두머리는 사실 다스 시디어스나 베이더는 아닐까 의심해 볼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세상에는 모든 일에 양면성이 존재한다.
좋은 일이 모두 선은 아니고, 모두에게 좋은 일은 아니 듯.
가치나 시대상황에 부합되지 않는 의외의 폐해가 숨어있을 수 있다.
따라서 미처 생각치 못했던 부정적인 요소까지 고려하여 사회가 발전해 나가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는 스텝이 꼬여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터미네이터의 사이버다인 연구소가 좋은 사례이다.
 
실리콘으로 대표되는 미국 혁신기업들과 스타트 업 기업들은 우리의 삶을 급박하게 바꾸어 버렸다.
치킨을 시키려면 스마트폰을 터치해야 하고, 생선 반 토막을 살 때도 스마트폰을 터치해야 하며, 집에 혼자 놀고 있는 댕댕이의 근황도 스마트폰을 터치해야 한다.
"이미 당신은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있다."
빅브라더를 우리가 돈을 주고 구입해서 매달 사용료를 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 축복과도 같은 혁신의 결과물들은 쓰임새만 바라보고 사용한다면 한없이 고마운 존재이다.
하지만 이면에 숨어있는 부분도 알고 있어야, 그들의 웃는 얼굴 뒤에 숨어있는 욕망에 대한 견제작동을 할 수 있는 법이다.
 
페이스 북의 계정이 털렸을 때,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고 있는가.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고 서로 물고 뜯는 댓글들이 비이성적인 폭주를 해도 네이버는 교통정리의 역할을 제대로 했던가.
아마존이 국내에 진출한다면 도대체 얼마나 되는 일자리가 날라갈 것이며, 그로인한 자본의 이동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디스토피아 영화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깨어 있는 소비자가 보다 건전하고 착한 기업들이 승리를 쟁취하는 비즈니스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네이팜 소녀의 참혹했던 베트남 사진이 페이스 북에 의해 삭제된 사건은 소셜미디어 나아가 온라인 미디어가 뉴스를 배포하는 상황이 된 작금의 현실과 문제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한 유명한 사례가 되었다.
5의 권력이라는 우스개 소리 같지만 무서운 별칭이 온라인 미디어 명판에 새겨진다면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취급해아 할까, 아니 어떤 취급을 받게 될까?
국내에서도 3월말부터 네이버 댓글 작성자 정보가 공개된다는데, 그동안은 사회적 갈등은 물론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행동까지 불러일으키는 부정적인 측면을 방관한 것인 아닐까?
 
더욱 문제는 다수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온라인 미디어에서 벌어지는 가짜뉴스의 양산과 한 쪽으로 치우친 시각의 보도기사들이 사라질 수 있겠느냐 는 것이다.
기존 언론조차 편향되고 왜곡된 보도에 비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을 때 그저 뭉개거나 한 귀퉁이 사과하고 끝내는데, 다양한 뉴스가 믹스 된 온라인에서 누가 얼마만큼의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이다.
지금까지도 공평하다고 주장하지만 악질적인 편집이 실제 가능했던 포털의 횡포는 사실 애교 수준으로 봐야할 정도의 혼란한 온라인 미디어의 현실에서 진짜뉴스를 어떻게 골라낼 것인가?
각종 선거에 국가간 개입과 조직이 판칠 수도 있는 페이스 북 등의 정치적 움직임은 결국 유저들의 고도로 숙련된 판단을 필요로 하는 시대이다.
 
인터넷을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사업을 페이스 북이 시작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는 그들의 선함에 박수를 쳤다. (internet.org)
하지만 저자는 마냥 좋은 일이라 보기에는 사업체로서의 페이스 북이 과연 순수한 마음일지 고개를 갸우뚱한다.
소위 "프리 베이직스"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을 누구나 접속할 수 있게 함으로써 낙후된 아프리카 및 후진국의 사람들을 인터넷에 접속하게 만들어주는 일인데 너무 민감한 거 아닐까 생각했으나, 책을 읽다 보면 "데이터"가 돈이 되는 세상에서 투자한 것 보다 훨씬 큰 수익을 긁어 모을 수 있겠다는 공감이 생겨난다.
인프라는 구축한 이들의 의도에 따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왜곡된 활동들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의 장악을 방지하기 위해 유럽은 계속 미국의 실리콘 기업들을 법정으로 불러들이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화훼이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후진국의 인터넷 접속이 기업들에게는 혜택으로 돌아가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집된 데이터와 가치는 미국으로 돌아간다."
저자의 이 짤막한 한 줄이 실리콘 제국들이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로 흑화 되지 않도록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조언으로 들린다.
 
보건과 교육 같이 국가의 기반으로 구축되고 영위되는 영역에 접근하는 실리콘 제국들의 행동을 지켜만 보지 말라는 저자의 주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며 각성을 요구한다.
 
"사회적 선사회적 선사회적 선, "
우리는 탐스슈즈의 기부문화를 확대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감동하고 선한 행동에 동참하기 위해 샵을 찾았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들의 선한 행위에 대해서는 존경을 표한다.
그런데 탐스슈즈의 매출이 갈수록 떨어지자 실리콘 밸리 사람들은 탐스슈즈의 스터티 케이스를 통해 기부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때 주의해야할 몇 가지 토픽들을 돌려보고는 했다.
행동하는 양심과 비즈니스 성공이라는 균형잡기 어려운 줄타기를 기업들이 제대로 해 내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사명일지도 모른다.
 
지금껏 GAFA의 눈부신 성장과 그들이 바꿔 놓은 세상의 편리함에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무한한 사진 저장공간을 제공해주어 어디에서나 가족사진을 손가락으로 밀어볼 수 있게 만들어 준 구글.
딸아이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이 늦게 도착하게 돼서 미안하다고 무료로 제공해준 아마존.
정보와 커뮤니티의 소식 보따리를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 페이스북.
국내 이통사들의 횡포에서 와이파이 프리를 만들어주고 손 안에 컴퓨터를 가져다준 애플.
 
고마움에 눈물이 줄줄 나고 제국의, 공화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원하는 거수 경례를 붙이려고 했는데, 책 한권이 네가 보는 모습 그게 다가 아니다라고 악마의 속삭임을 들려주며 제다이의 근황을 슬쩍 알려 줬다.
 
소비자가 깨어 있어야 기업은 보다 건전하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할 것이다.
기업의 최대목표는 생존과 수익의 창출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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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 - 전화기 너머 마주한 당신과 나의 이야기
박주운 지음 / 애플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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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상담원, 주운씨. - 진상은 자기가 진상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쁜 사람이란 거다.
 
오래전 모 홈쇼핑 상담원과 크게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
무더위가 시작되고 갓 태어난 아이가 산후조리원에서 나오기 전 날 토요일에 에어콘이 배송 설치될 예정이었다.
아침부터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오후가 훌쩍 지나가도 연락이 없어 문의했더니 설치가 연기되었 단다.
뭐라고
설치 기사가 전날 며칠 늦어질 거라고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안 받았다는 설명.
휴대폰 전화기록이 없는데 뭔 소리냐며 항의를 하였고 난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관리자까지 바꿔줘요! 상황이 되었다.
신생아 여름에 덥지 않게 하려고 보름전에 구매하고 1주일 전부터 게시판과 전화를 통해 설치 날짜를 딱 맞춘 건데 핑계만 대고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알고 있다.
콜센터는 누가하나 책임지고 보상을 하거나 늦게 라도 당일 설치를 해줄 권한도 없고 능력도 없다는 것.
전쟁의 총알받이. 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다 취소하라고 성질 내고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 당일 삼성플라자에서 익일 설치 약속을 해주는 바람에 문제는 해결했다. 고마워요!)
독하게 마음먹고 클레임을 걸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그거 쉽게 되는 거 아니다
콜센터 관련된 업무를 해보았고 지금도 가끔은 악마같은 고객들 상대하는 유통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소위 진상 짓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문적인 지식까지 연마하여 괴롭히는 고객도 있고 밑도 끝도 없는 억지를 부리는 사람도 엄청 많다.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같은 이야기를 무한 반복한다.
잠깐 주말 당직으로 콜상담을 해본 적도 있는데, 대부분의 고객들은 서툰 상담일지라도 이해해 주고 문제를 삼지 않는데, 끝없이 자기 주장만 하고 혼자 답답해하는 고객도 몇 명 보았다.
이야기 좀 들어 보시라니 까요! (사실 이렇게 성질 낸 적이 두어 번 있고 마무리는 잘 해서 컴플레인을 받지는 않았다~)
책에 등장하는 수박을 제수용으로 사용하고 맛이 없다며 환불하는 고객은 부지기수고 심지어 유통기한 초과된 제품을 새로 주문한 상품과 바꿔 치기 한 후 성질 부리는 고객도 있다 한다.
유통기한 관련된 건은 해당 유통사가 벌금 꽤나 크게 얻어 맞는다 심각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강짜를 부리는 것이다.
교통사고 관련한 나이롱 환자도 이런 진상 고객 아니겠는가
그나마 이쪽은 형사고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있으니 다행이지만.
 
뚜렷한 미래계획 없이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된 저자는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쉽게 때려 치고 나오고 후회하고 하는 일을 반복한다.
당장 필요한 소득을 위해 콜센터라는 3개월짜리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한 일을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5년이 지나갔는데. 일이 만만치 않음에도 그건 적성에 맞았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참고 참고 참고)
콜센터 일은 사실 사람 성향을 많이 따라간다.
Inbound 또는 Outboud의 분야 선택도 성향을 반영한다.
상품을 구매하거나 추가적인 서비스를 받기위해 전화를 걸게 되는 Inbound는 직접 영업을 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취하는 형태가 아니다 보니 금전적이나 업무적인 안정감이 있다.
하지만 고객의 비위를 맞춰주거나 무리한 요구를 해결하는데 애를 먹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 가는 것이다.
Outbound는 공격적인 영업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욕심이 많은 유형이 지원하게 되는데, 직접 대면 영업보다는 언어의 유희를 통해 사람에게 어필할 자신이 있다면 꽤나 짭짤한 비즈니스 영역이다.
인사를 건네자 마자 바뻐요 하고 끊거나 때로는 쌍욕을 하고, 걸자 마자 통화를 끝내 버리는 일에 내성만 생긴다면 해볼 만하다.
콜센터의 영역은 AI의 등장으로 어쩌면 일자리로의 가치가 축소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인간적인 감성터치가 이루어지는 분야라 일상적이고 루틴한 업무 성격이 아닌 분야에서는 앞으로도 유효한 일자리가 될 수도 있다.
콜센터가 특히 저자가 근무하는 Inbound 영역은 내가 일이 신나서 하거나 계약을 많이 따내서 인센티브를 받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수동적이기도 하고, 하루 하루 정해진 할당량을 쳐내는데 모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말 근무 라던가 실수를 해결하는 과정 등 상담원 입장에서 따분하고 불만이 가득한 에피소드가 자주 소개된다.
그리고 막돼먹은 고객들의 적나라한 모습들도 보여준다.
요즘은 상담원의 인격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이나 법적인 장치들이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어 예전만큼 진상 잔혹사가 펼쳐 지긴 어렵겠지만, 그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말 한마디라도 도움을 준 상담원에게 건 낼 수 있는 여유가 점점 없어지는 우리의 자화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5년간 일을 한 콜센터를 떠나며 저자는 작가로서의 길을 선택한다.
그 결실로 이 책이 나온 것 같다.
"나름대로의 목표를 삼고 팀장의 멋진 제안도 뒤로 한 채 10년의 세월에 발목 안잡힌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콜센터의 실질적인 업무와 그들이 하루를 살아가는 일과를 에세이처럼 부지런히 써간 모양새를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12월 25일 티켓 2장을 잘 못 취소하여 애를 먹었던 이야기는 고객 입장에서도 상담원 입장에서도 난처한 상황이었으리라 안타까움이 있었다.)
콜센터 관련 업무를 한다리 건너 편에서 협업을 하며 내가 바라보았던 상담원의 일상과 업무.
관리자와의 관계와 갈등, 그리고 싸움.
* 같은 고객 + 나쁜 고객들.
그러나 오늘도 대한민국의 콜센터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분주히 통화가 이루어진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상담원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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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그레이 - 시니어 여행 전문가 한경표의 유쾌한 세계 자유여행 안내서
한경표 지음 / 라온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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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그레이 : 노년의 여행을 어떻게 조립할까.

인구 고령화에 따른 실버 비즈니스, 아니 시니어 비즈니스에 대해서 꽤 오랫동안 조사와 고민을 해왔다. 
(요새는 시니어 비즈니스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다. "실버"는 늙었다는 느낌이 강한 단어로 인식한다.)
지속적인 고령화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부의 재분배 및 고객의 숫자 측면에서 비즈니스의 핵심 타겟을 바꾸게 만들었고 지금껏 없던 분야가 새로이 생성되거나 기존 비즈니스도 속성이 변하는 일종의 "사회적 변곡점"이 되고 있다.
고령화 하면 딱 떠오르는 나라, 일본
우리 비즈니스를 확장해볼까? 하면 떠오르는 나라, 중국.
벤치마킹하기 제일 좋은 나라도 우리 곁에, 검증된 모델을 활용하여 시장을 키울 수 있는 나라도 우리 곁에 있다.
지리적 문화적 중간 위치에서 한 몫 단단히 챙길 만하나, 아쉬운 건 우리의 고령화 그래프 기울기가 너무 가파르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이 사업의 발전 속도는 거북이 유사한 속도로 진행중이다.
7년 전 오사카에서 그래도 시니어 비즈니스는 일본이지! 하며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찾아간 최대의 실버 전문샵의 아기자기함에 실망을 했었고, 아직도 그 상점이 그나마 제일 큰 샵 일 것이다. 우리나라 보다 발전된 형태의 여러가지 비즈니스의 원형을 보았지만 그쪽이나 우리나 변화된 모습이 거의 없다.

비즈니스 환경의 느긋한 변화에도 그나마 재빠르게 움직이는 분야는 관광업이다.
경제적 여유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경험에 대한 갈망과 SNS 등을 통한 정보공유 및 감정 공유가 활발히 이어지면서 단순히 깃발 들고 우르르 몰려다녔던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다양한 포맷의 여행 상품들이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 제안하고 실행하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마이리얼트립 같이 현지 체류인의 가이드 역할이 부각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여행일정을 앱을 통해 확인하고 나만의 계획을 짜는 일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위한 사전 조사는 책이 제일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효과가 더욱 크지만 당장 내일 떠나게 될 때 책 한 권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면 이동하는 중간 중간 리얼트립 가이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여행서적도 이런 고객의 니즈에 맞게 관광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내용에서 테마 별 집중 탐색 기획이 가미되거나, 에세이나 사진집 형태의 다소 여유 있는 서술을 볼 수도 있다.

과거의 시니어 보다 경제적으로는 여유 있고, 보다 활동적이며, 문화적인 욕심과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최고조에 이른 지금 시기의 시니어 여행 비즈니스는 향후 20년 정도는 활황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장교 출신의 여행을 좋아하는 저자가 일상적인 여행 방식이 아닌 시니어를 위한 여행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여행을 통해 새로운 세계와의 연결, 나 자신의 발견, 그리고 시니어들이 앞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제안까지 포함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책을 넘겨보면 어마 어마한 여행기록에 놀라게 된다.
일상적인 관광지를 돌고 오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트래킹을 때로는 하루 종일 차를 몰고 다니며 현지인들이 갈 법한 수준의 디테일한 여정을 만들어 내고 있다.
동남아에 가볍게 다녀오는 코스도 소개되고 있지만 록키 산맥을 누비고 캐나다 와인으로 유명한 - 어쩌면 일반 관광객에게는 아마존의 오지 같은 느낌의 킬로나까지 다녀오는 일정을 소화해낸다.
관광 에세이가 맞다고 주장할 수 있을 만큼 여행지에서 개인적으로 부딪히는 이야기도 차근 차근 재미있게 들려준다. 자주 접할 수 없는 세계 곳곳의 볼거리와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면 배낭을 주섬 주섬 챙기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히게 된다.

아쉬운 부분도 물론 있다.
평상시 접하기 어려운 명소들의 사진이 좀 더 큼지막하게 있었으면 좋겠다.
한컷 두컷 정도가 한 페이지가 할애되면 좋았을 것 같다.
정 지면상 어렵다면 별도의 웹사이트 링크 등의 방식은 어떨지?
(물론 저자의 SNS 계정을 통해 사진을 볼 수는 있지만 책과 링크되는 역할로서는 조금 아쉬움이 있다. https://www.instagram.com/kyungpyohan/?hl=ko)
빽빽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좋은 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여행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도서이므로 사진의 중요성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각 여정에 대한 일정표와 보다 자세한 소개도 있었으면 쉽다.
많은 곳을 소개하려는 저자의 의도에도 가이드 역할 로서의 내용이 조금 더 필요하다.

여행전문가로서 여행에 임하면서 준비할 내용들이 첫 장에 잘 요약되었고, 가까운 동남아 부터 록키와 잉카의 심장 쿠스코와 마추픽추까지. 유럽의 특색 있는 도시들의 이야기를 현직 여행전문강사 답게 가이드를 해주는 의미 있는 책 읽기 였다.
이젠 여행을 책이 아닌 발로 하도록 준비해야할 시기가 온 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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