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의 반격 : 그래도 아직 희망의 끈은 재앙 앞에 놓여있다.
지구 온난화는 환경론자들에게는 이젠 꽤나 진부해진 테마가 되었다.
(사실 지구 온난화는 기업가들과 환경론자들의 야합에 따라 조작된 것이다 라는) 음모론이 등장할 정도로 식상한 내용이기도 한데, 인간의 몸이 성인병에 무너지듯 하루 하루 보았을 때는 눈에 띄지 않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심각한 상황이 인지될 수밖에 없다.
BBC의 걸작 다큐멘터리 "살아있는 지구" 첫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북극곰 가족의 이야기를 보게 되면, 또한 혹독한 남극의 강풍 속에서 아기 펭귄을 지키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황제펭귄을 본다면 우리에게는 척박하지만 또다른 동물들에게는 꼭 필요한 공간이기에 지켜야할 또다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빙하가 다 녹으면 해수면이 높아져 일본은 사라진다 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 그렇게 되긴 할까?
이성적으로는 맞다 싶으면서도 에이 설마 하는 감성적인 생각들이 온난화를 막고 빙하를 지켜야하는 실질적인 요구를 애써 무시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할 것이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당연히 가라앉겠지.
방파제를 높이 쌓으면 안되나?
굉장히 피상적인 느낌으로 많은 이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단순히 녹는다는 것은 물론 또다른 시각이,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지구를 지탱하는 거대한 순환의 고리, 특히 물의 저장소 역할을 빙산들이 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캘리포니아가 천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빙산에서 시작된 물이 거친 여정을 통해 얻어진 산물이라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었다.
시에라 네바다에서 녹은 눈이 와인농장과 아몬드 나무, 그리고 골프장의 물이 되어간다는 이야기는 낭만적이면서도 과학적인 놀라움이다.
흑백 사진이라 아쉬웠던 요세미티 엘 캐피탄 사진 한 컷은 스토리가 얹힌 덕에 맥북 배경화면의 화려한 색감 보다 감동적이었고, 자연의 일상적인 평형을 유지하는 기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대자연 속의 물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된 계기는 "살아있는 지구"에서 담수의 중요성과 담수가 순환되고 유지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생명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영상이었다.
우리 몸의 피 순환이 생명과 직결되듯 대자연의 순환은 지구의 숨통을 쥐고 있다.
여기에 우리의 과오로 프로세스 깨진다면 인간뿐 아니라 지구에서 발을 붙이고 사는 모든 생명체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룡이 멸망하듯, 빙하기의 포유류가 육지를 차지하듯 변화하는 자연에서 살아남은 종은 수시로 바뀐다.
문제는 우리 인간만이 스스로의 명줄을 재촉하는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책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남극 최초 도달의 경쟁은 객관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스콧과의 경쟁에서 아문센이 승리하게 된 이유 - 도구 선택의 중요성 - 그리고 비극적인 종말 이야기는 오래던 학생용 위인전기 비슷한 책으로 읽었던 내용 보다 자극적이며 치열한 느낌을 준다.
무엇이 그들을 경쟁하게 했는지, 척박한 그 땅에서 그들이 본 것, 그리고 얻은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빙구빙의 위협적인 모습에 인간의 도전과 개척을 향한 헌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다.
영구동토층이 녹을 때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그 안에 있던 탄소가 대기중에 노출되고 다시 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는 부분이라고 한다.
(물론 숨어있는 박테리아 등에 의한 위협 또한 존재한다.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던 탄저병이 해동되어 벌어졌던 비극은 이미 발생되지 않았던가.)
비극적인 결과를 막기 위해 아직은 희망이 있다 한다.
그리고, 자연 속의 동물을 위시한 생명체들은 생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방어체계를 가동시키고 있다.
인간은 어떤 노력을 커다란 재앙을 막는데 일조할 수 있을까.
정말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