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그레이 : 노년의 여행을 어떻게 조립할까.
인구 고령화에 따른 실버 비즈니스, 아니 시니어 비즈니스에 대해서 꽤 오랫동안 조사와 고민을 해왔다.
(요새는 시니어 비즈니스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다. "실버"는 늙었다는 느낌이 강한 단어로 인식한다.)
지속적인 고령화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부의 재분배 및 고객의 숫자 측면에서 비즈니스의 핵심 타겟을 바꾸게 만들었고 지금껏 없던 분야가 새로이 생성되거나 기존 비즈니스도 속성이 변하는 일종의 "사회적 변곡점"이 되고 있다.
고령화 하면 딱 떠오르는 나라, 일본
우리 비즈니스를 확장해볼까? 하면 떠오르는 나라, 중국.
벤치마킹하기 제일 좋은 나라도 우리 곁에, 검증된 모델을 활용하여 시장을 키울 수 있는 나라도 우리 곁에 있다.
지리적 문화적 중간 위치에서 한 몫 단단히 챙길 만하나, 아쉬운 건 우리의 고령화 그래프 기울기가 너무 가파르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이 사업의 발전 속도는 거북이 유사한 속도로 진행중이다.
7년 전 오사카에서 그래도 시니어 비즈니스는 일본이지! 하며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찾아간 최대의 실버 전문샵의 아기자기함에 실망을 했었고, 아직도 그 상점이 그나마 제일 큰 샵 일 것이다. 우리나라 보다 발전된 형태의 여러가지 비즈니스의 원형을 보았지만 그쪽이나 우리나 변화된 모습이 거의 없다.
비즈니스 환경의 느긋한 변화에도 그나마 재빠르게 움직이는 분야는 관광업이다.
경제적 여유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경험에 대한 갈망과 SNS 등을 통한 정보공유 및 감정 공유가 활발히 이어지면서 단순히 깃발 들고 우르르 몰려다녔던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다양한 포맷의 여행 상품들이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 제안하고 실행하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마이리얼트립 같이 현지 체류인의 가이드 역할이 부각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여행일정을 앱을 통해 확인하고 나만의 계획을 짜는 일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위한 사전 조사는 책이 제일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효과가 더욱 크지만 당장 내일 떠나게 될 때 책 한 권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면 이동하는 중간 중간 리얼트립 가이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여행서적도 이런 고객의 니즈에 맞게 관광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내용에서 테마 별 집중 탐색 기획이 가미되거나, 에세이나 사진집 형태의 다소 여유 있는 서술을 볼 수도 있다.
과거의 시니어 보다 경제적으로는 여유 있고, 보다 활동적이며, 문화적인 욕심과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최고조에 이른 지금 시기의 시니어 여행 비즈니스는 향후 20년 정도는 활황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장교 출신의 여행을 좋아하는 저자가 일상적인 여행 방식이 아닌 시니어를 위한 여행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여행을 통해 새로운 세계와의 연결, 나 자신의 발견, 그리고 시니어들이 앞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제안까지 포함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책을 넘겨보면 어마 어마한 여행기록에 놀라게 된다.
일상적인 관광지를 돌고 오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트래킹을 때로는 하루 종일 차를 몰고 다니며 현지인들이 갈 법한 수준의 디테일한 여정을 만들어 내고 있다.
동남아에 가볍게 다녀오는 코스도 소개되고 있지만 록키 산맥을 누비고 캐나다 와인으로 유명한 - 어쩌면 일반 관광객에게는 아마존의 오지 같은 느낌의 – 킬로나까지 다녀오는 일정을 소화해낸다.
관광 에세이가 맞다고 주장할 수 있을 만큼 여행지에서 개인적으로 부딪히는 이야기도 차근 차근 재미있게 들려준다. 자주 접할 수 없는 세계 곳곳의 볼거리와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면 배낭을 주섬 주섬 챙기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히게 된다.
아쉬운 부분도 물론 있다.
평상시 접하기 어려운 명소들의 사진이 좀 더 큼지막하게 있었으면 좋겠다.
한컷 두컷 정도가 한 페이지가 할애되면 좋았을 것 같다.
정 지면상 어렵다면 별도의 웹사이트 링크 등의 방식은 어떨지?
빽빽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좋은 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여행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도서이므로 사진의 중요성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각 여정에 대한 일정표와 보다 자세한 소개도 있었으면 쉽다.
많은 곳을 소개하려는 저자의 의도에도 가이드 역할 로서의 내용이 조금 더 필요하다.
여행전문가로서 여행에 임하면서 준비할 내용들이 첫 장에 잘 요약되었고, 가까운 동남아 부터 록키와 잉카의 심장 쿠스코와 마추픽추까지. 유럽의 특색 있는 도시들의 이야기를 현직 여행전문강사 답게 가이드를 해주는 의미 있는 책 읽기 였다.
이젠 여행을 책이 아닌 발로 하도록 준비해야할 시기가 온 듯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