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명곡 - 음악평론가 최은규가 고른 불멸의 클래식 명곡들
최은규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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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명곡 : 초보자 + 중급자도 즐겁게 지식을 쌓으며 클래식 역량을 키우는 독서

 

클래식은 공부해가면서 들어야 한다.

나른한 오후 낮잠이 들만한 햇살에 잠깐 턴테이블에 LP를 올려놓고 배경음악으로 들어도 뭐라 할 사람 없지만, 조금 더 감상에 빠지는 시간이 늘어가면 자연스럽게 학구열에 불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악곡의 구성이나 전개는 물론이고 각 악기의 특성과 배치에 대한 궁금증이 음악감상 도중 머리 속에서 질문을 지속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다.

뮤직비디오로 멜로디의 의미를 눈으로 보여주지 못하니, 비발디의 사계처럼 제목만 들어도 음의 색깔과 형태를 느끼는 작품이 아니라면 책을 들척거리거나 서핑으로 작곡가와 작품의 해설을 검색하게 된다.

음악의 있는 그대로의 느낌도 좋지만 배경지식과 설명이 곁들여진 감상은 조금 더 자신이 꿈꾸던 음악과의 만남을 성장시키게 된다.

 

다만 음악 해설 도서를 몇 권이나 사보았지만 몇 페이지를 넘기다 구석에 처박아주는 일이 자주 있다는 점이다.

일일이 음악과 페이지를 매칭시켜야 저자가 전달하는 지식이 제대로 흡수되지만 책에서 설명하는 저자가 표현한 음의 느낌을 느끼기 위해 매번 페이지마다 음반을 바꾸는 작업은 귀찮을뿐더러 모든 음원이 내방에 있을 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시대의 발전으로 스트리밍으로 어떤 음원이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책장에서는 QR코드를 이용해 설명하는 해설과 음악을 바로 연동시킬 수 있게 되었으니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는 소리다.

 

오늘 소개하는 “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명곡 “에도 페이지마다 곡에 대한 설명을 QR코드를 통해 음원과 연결시켜 입체적인 책 읽기가 가능하다. 글로 읽기만 하는 것과 실제 소리를 귀에 집어넣는 방식의 이해도 차이는 엄청나다. 당연하다.

아쉬운 건 20-30초 분량의 짧은 음원이다.  스포티파이나 멜론같은 자신의 음악 앱을 옆에 열어놓고 책 읽기를 추천한다.

 

크게 5가지 파트로 클래식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악기를 통해 작품에 접근하기

누구나 쉽게 빠져들 수 있는 협주곡으로 흥미를 높이기

관현악곡으로 오케스트라와 친해지기

웅장함을 주는 교향곡

끝판 왕 실내악

 

초보자나 공부없이 음악만 즐기던 사람들에게 체계적인 음악의 궤를 꿸 수 있는 순서다.

개인으로 생각하는 클래식의 최고 정점은 오페라로 정해 놔서 진도를 못 나간 게 다소 아쉽다.

 

몇몇 챕터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학창 시절 피리 하나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다.

음악듣기기에 대한 열정에 비해 기타나 피아노도 잠깐 배우다 포기했던 악기치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연주를 못하니 침 냄새 나는 피리 주둥이가 싫었다.

듣기에 무척 좋아하는 플롯과 사촌지간인 피리는 어린시절의 악몽 덕에 음반을 통해 만나는 일도 반갑지는 않은데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설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우하게 된다,

원래 플룻의 원형은 피리였고, 가로피리라고 불렸던 플롯이 현재의 이름을 독점하게 된 악기사는 소소한 재미를 준다.

금속으로 만들어 오케스트라에서 반짝임이 유별난 악기인데 왜 목관악기라고 배웠는지 헷갈렸던 기억도 떠오른다.

한계점이 분명했던 악기를 개량해낸 이의 공헌은 소리와 음색이 바뀌며 사람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음을 들려주는 발전의 증거로 박수 받아 마땅하다.

 


 

예전에 제일 좋아하던 피아노 협주곡은 차이코프스키 1번과 모짜르트 20번이었다.

특히 카라얀과 리히터가 협연한 인상적인 자켓의 차이코프스키 작품은 초창기 클래식음반을 구매하던 시절의 히트작이다. 응악잡지에서 라이선스 음반 발매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있었고 당시 종로 신나라 레코드 가게에서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듣지않는 LP박스 중가쯤 흑백 커버의 근사한 모습으로 숨쉬고 있다.

시절이 바뀌며 피아노 협주곡 제일 많이 듣는 작품은 요즘은 라흐마니노프 2번이다,

피아노의 격렬함과 악기로서 순수함이 가장 열정적으로 묻어나는 감상을 제공한다.

너무 유명한 1악장이 항상 나를 사로 잡는다,

첫번째 교향곡의 실패로 실의에 빠졌던 그를 다시 위대한 작곡가로 이끈 의학적 도움과 심리적 리딩은 영원한 고전의 대열에 작품을 위치하게 만들었다.

“All by myself”의 멜로디로 유명한 2악장도 이 음반을 자주 꺼내는 공로의 주인공이다. 

(아이러니한 건 2악장의 멜로디에서 더욱 애잔한 소리는 현악기가 내고 있다는 점이지만)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알아가며 오랫만에 듣는 명곡, 한번도 안 들어본 음원 QR코드와 스포티파이를 번갈아 가며 읽는 재미는 오래전 중고책방에서 자주 구매하던 월간 음악동아 사 모으던 시절과 비슷하다.

잡지에 소개되는 수많은 음반을 재킷만 구경하고 정작 소리로 들을 기회는 없었는데 요즘은 앱 하나로 해결한다. 베토벤부터 막스 리히터까지.

귀가 호강하는 시대지만 헤드폰을 울리는 공기의 떨림이 생겨난 탄생 비화를 알아가는 과정은 활자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땀과 같은 존재다.

망설이지 말고 페이지를 열고 지식을 넓히고 귀를 뚫어보는 것은 어떤가?

 

초보자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소개할 수 있지만, 사실은 조금 다르다.

전체적인 내용은 크게 어렵지 않지만 악기에 대한 설명이나 곡 전개에 대한 부분은 솔직히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다. 물론 다른 책들의 수준과 비교해서 조금 쉽거나 비슷한 수준이니 대안이 없으니 다른 책에 기대를 해보려는 마음은 접자.

읽기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은 그냥 통과해도 된다. 음악에 일단 집중하고 마음에 드는 음악의 역사적 배경이나 작곡가에 대한 신변잡기 정도만 이해하고 넘어가도 다음에 전곡을 듣게 되었을 때 읽었던 내용이 스멀스멀 머리 속에 차오르며 반가워진다.

그것이 음악의 세계에 한발자국씩 몰입되는 순간이다.

 

중급자들에게도 알지 못하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어가는 맛이 솔솔하다. 오랫동안 안 들었던 멜로디를 다시 한번 듣게 되는 추억살리기도 재미있다. 솔직히 몰랐던 음악 용어 익히는 작은 성과도 흐뭇하다.

무엇보다 짧은 음원들에 꽂히면 바로 음반 한 장의 길이로 시간을 채울 수 있다.

 

책으로 읽어도 즐거운 음악이 일상으로 가득 채워진다. 클래식 공부하면서 듣기는 너무 좋다.





*도서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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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언어 - 찰스 다윈부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까지 나비 덕후들이 풀어낸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비의 비밀,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웬디 윌리엄스 지음, 이세진 옮김 / 그러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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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언어 : 지상 최고의 미적 창조물 나비의 모든 것

 

 

 

가족들과 동해바다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춘천에 있는 제이드가든에 들렀던 적이 있다.

유치원생이던 딸아이는 동산 한가득 피어있는 꽃과 주변을 아롱거리며 날아다니던 나비에 푹 빠져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참으로 바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나비를 잡아달라고 졸라 대는데 막상 한 마리도 잡을 수 없었다.

어렸을 때 잠자리는 곧잘 두 손가락 사이에 꽂아서 장난을 치다 하늘로 돌려보내기도 했는데, 나비는 잡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비나 나방을 손으로 만지고 혹시라도 눈을 비비면 실명할 수 있기에 항상 조심하다 보니 굳이 잡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잠자리채로 잡은 나비는 그물 안에서 허둥대는 모습을 잠깐 보다 바로 놓아주었다.

막상 어른이 돼서 알고 보니 나비를 만지면 묻어나는 가루는 “인편 (비늘 가루)”라고 부르는데 눈에 들어가도 실명에 이르는 일은 없다고 한다. 눈이 충혈되고 알레르기 반응 정도는 유발할 수 있지만.

아, 어린 시절의 과학적 지식에는 왜 이리 거짓이 많다 말이냐.

 


나비는 예쁘다. 아니, 황홀하다.

비록 손으로 잡을 엄두는 내지 못했지만 자연사박물관에 가면 나비 표본 앞에서 한참이나 서성인다.

작은 녀석의 아름다운 무늬는 어찌나 사람을 유혹하고 종류는 또 어찌나 많은지 현관문 빈 공간에 두 마리 정도 표본을 사서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된다.

 

“자연은 발이 여섯 개 달린 것을 변태적으로 좋아한다.” 

첫 페이지에 새겨진 마이클 S.엥겔의 머리를 휘젓는다.

 

나비의 자태는 사람들의 영혼을 휘어잡는다.

나비의 생태학과 과학사로 가득 찬 이 책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스트레커 같은 사람의 일화는 이 작은 생명체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극단적인 사례로 등장한다.

취미라고 하기에는 지나친 광기에 가까운 수집은 유럽의 돈 많은 귀족들의 사치스런 놀음이었겠지만 스트레커는 이런 전제조건을 깨뜨리고 시카고 필드 박물관에 소장할 정도의 표본을 모을 수 있었다. 일반인의 수준을 넘어서 경이 스러운 기록이다.

그가 평생 나비 표본을 채집하고 집에 쌓아둔 나비의 사체 속에서 추구하던 이상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생명체의 신비로움에 매료된 고집스러운 늙은이라 무시할 수는 없다. 살아있는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경외가 숨어있다.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는 예쁜 색에 대한 끝없는 욕심도 보인다.

 

지구에 사는 생물은 1조 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상당수는 아직도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날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렸을 때, 거친 수풀 사이로 머리를 들이미는 페이스허거를 눈 앞에 목격한다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그 중 명명된 곤충은 무려 90만종이라고 한다. 사실 지구는 인간이 아니라 곤충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 중 인간에게 호감을 주는 몇 안되는 종이 바로 나비. 비싼 가격에 불법적인 거래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90만종의 예외성에서 기인한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재왕나비 애벌레의 사투에서 등장한다.

밀크위드 잎사귀에 부화된 애벌레는 진액을 열심히 먹어 대는데 문제는 진액의 끈적함은 애벌레를 포획하고 고사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더욱 아이러니한 점은 라텍스의 일종이 포함된 진액은 독성물질이기 때문에 성장을 위축시키는 치명성을 지니지만, 몸에 축적된 독이 새같은 천적으로부터 자기방어 기제를 만드는 과정으로 활용된다.

애벌레의 독성이 새들에게 저 녀석은 먹었다가는 배탈이 난다는 인식을 강하게 전달하여 살아남는 무기가 된다. 자연의 신비로움이 아닐 수 없다.

 

책을 읽어가면 우리는 단순히 외면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히고 블법채집까지 서슴없이 행하지만, 삶의 생존력과 번식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자연의 경탄 스러운 적응에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다.

수많은 시간 지구상의 급격한 변화에도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며 살아남는 개체들은 저마다의 강력한 생존 무기를 확보하고 자손들에게 전달하였기에 가능한 존재들이다.

 

나비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은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더군다나 작가는 장난기 가득한 문체로 생물시간에 빠지기 쉬운 졸음의 오류에서 깨워준다.

과학책이라는 딱딱함의 외형을 유쾌한 필력과 경이로운 나비의 신비로 맛난 책 읽기로 몰입하게 해준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법한 책이나 등장하는 괴짜들을 조심하자.

나비를 입에 넣어서 맛보는 과학자들의 에피소드는 아이들에게는 충격적인 모습일 수 있다.

 


*도서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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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베트남 - 느리게 소박하게 소도시 탐독 여행을 생각하다 6
소율 지음 / 씽크스마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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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베트남 : 베트남 소도시에서 사람 사는 맛을 느끼는 여행 에세이

 

딸아이의 쌀국수 사랑은 유별나다.

쇼핑몰에 놀라가거나 푸드코트에 들리면 일단 쌀국수 집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일주일 내에 먹은 이력이 없다면 일단 1순위로 대상에 올린다.

덕분에 있으면 먹고 없어도 문제없던 내 입맛도 쌀국수에 익숙해진다.

사실 베트남 음식은 쌀국수나 분짜같이 예전부터 널리 알려진 음식이나 최근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반미 말고도 독특한 문화에 기반한 생소하지만 매력적인 음식이 넘쳐난다.

 

저자가 소도시 길거리에서 마주친 남루한 식당의 맛이 서울 그 어떤 유명한 전문점보다 낫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술회하고 있는데, 대다수 세계 음식이 현지화되면서 오리지널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다행히 내 경우에는 친구가 홍대 앞 꽤 유명한 베트남 전문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현지에 가까운 맛을 즐길 수 있어 다행이다.

확실히 국내 프랜차이즈에서 내놓은 그릇보다는 때로는 걸쭉하고 때로는 담백한 조금은 다른 풍미를 전달해준다.

우리나라 제육볶음 같은 음식이나 설렁탕 같은 현지의 낯선 음식도 꽤 입맛에 맞다 보니 여행을 떠나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식당을 운영하는 친구는 베트남에 주재원으로 10년 넘게 있다 왔고 아내도 베트남 사람이다 보니 현지의 맛을 그대로 가져온 덕에 꽤 유명한 식당이 될 수 있었는데, 이젠 세계 음식을 소개해도 한국사람 입맛에 맞춘 평범함보다는 고유의 맛을 친숙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 도전이 필요하다.

 

베트남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음식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저자도 여행의 즐거움을 식도락의 일부분으로 즐기고 있어 공감이 간다.

남자들만 들어간다는 현지 커피숍에 들어갈 정도의 배짱이면 베트남 말을 몰라도 소도시의 구석 구석 방문하는 대범함이 어색하지 않다.

 

요즘이야 자유여행이 대세지만, 패키지 투어를 베트남으로 떠난다면 누구나 방문하는 뻔한 장소만 6~7일 돌아다니다 귀국하게 된다.

물론 첫 방문이라면 이런 방식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 나라의 매력에 푹 빠져서 2번 3번 반복하게 된다면 나만의 관점을 가지고 방문지를 설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책에 소개되는 지역들은 대부분 처음들어보는 지명이다.

길거리를 다니며 관광객 만나기는 어렵지만 지역민들의 진솔한 삶을 조망하고 그 안에 잠시나마 동화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기에 나쁘지 않다.

이 경우 언어의 문제가 제일 장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사는거 다 비슷하기에 손짓발짓 섞어가며 적응한다면 딱히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거창한 비즈니스 하는 것도 아니고 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잠자리를 찾는 일상의 작업이니 얼마든지 말이 통할 수 있다.

지방 소도시에 시장을 거닐거나 집 앞에만 나가면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찾는 소소한 즐거움은 베트남이란 나라가 가진 먹거리의 매력과 결합되어 소중한 경험이 된다.

나 홀로 여행객이 작은 도시를 배회할 때 치안의 문제는 항상 대두되는 문제니 이 점은 조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머나먼 타국의 소도시에서 만난 한국인에 대한 반가움이 오히려 화를 입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려를 하게 되는 측면은 분명 영화 탓이니 무시하자.

바위산을 땀 뻘뻘 흘리며 오르는 관광객도 무모해보이지만 (등산을 싫어하는 입장에서) 산 위까지 웨딩드레스를 입고 올라가 기어이 웨딩사진을 찍는 커플은 대단해보인다. 하지만, 산 위에 펼쳐진 용의 석상이 보여주는 웅장함이 담긴 사진을 보니 어라, 한번 갈만하겠는데 하는 생각이 스친다.

볼 것도 많고 갈 곳도 많은데 산을 왜 오를까 혀를 끌끌차려다 곰곰 생각해보니 외국 관광객이 한국에 왔을 때 서울이나 부산이라는 대도시의 첨단문화를 보는 일도 즐겁겠지만 설악산 자락을 다니며 절이나 유명한 경관을 보는 일정도 의미있겠구나 생각이 미친다. 화려한 네온사인보다 드넓은 대지 위의 풍광이 어쩌면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일일 수도 있겠다.


현재 사람들의 풍습과 생활모습, 그리고 여가를 즐기는 방법까지 섭렵한다면 여행의 의미를 조금 더 깊게 만들 수 있다.

다만 한가지 지적하면, 이 책은 베트남 여행을 떠나기 전 가이드북으로 삼으면 곤란하다. 일반적인 자유여행의 패턴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현지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고생할 가능성도 높다.

모험을 즐기고 사람들과 복닥거리며 하나가 되는 성향이 아니라면 다른 책을 선택해야 한다.

친근한 국가의 생생한 현장의 삶과 작가의 감상이 섞인 에세이로 받아들이고 소도시 여행이라는 새로운 방법에 도전하겠다면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다음 해외여행 목적지는 베트남으로 생각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친구가 베트남에서 식당을 해보는 도전을 준비하고 있어 어쩌면 같이 비즈니스를 만들어 볼 수도 있고 그냥 도와주는 차원에서 시장조사에 동참할까도 고려하고 있다. 고령화로 앞으로 침울한 미래가 베트남의 생기 찬 젊은이들과 비교되니 한편으로 우울하기도 하다.

사람 사는 맛이 사라지니 인구도 사라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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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과학 - 맛이라는 세계의 경이로움을 파헤치다!
밥 홈즈 지음, 원광우 옮김, 정재훈 감수 / 처음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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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과학 : 더 맛있게 음식을 즐기는 비법은 당신 마음먹기에 달렸다

 

코로나에 감염되면 맛과 냄새를 못 느끼는 후유증으로 상당 기간 고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나 역시 느지막이 확진자 목록에 이름을 올려놓고 다시 마주하기 싫은 시간을 방에서 뒹굴거리며 보냈지만 다행히 입맛 없거나 감각이 마비되어 음식 먹는게 고역인 일 없이 완치되어 다행이다.

 

살아가면서 인생의 즐거운 일 중 하나는 맛난 음식을 먹는 것이다.

긴 줄을 감수하고 유명한 맛집 앞에서 기대에 찬 표정을 짓기도 하며, 우동 한 그릇 먹겠다고 심야시간에 고속도로를 타는 경우도 있다.

바쁜 해외여행 일정에서 그 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을 어렵사리 체험하기도 하며 멋모르게 길거리 음식에 손 댔다가 배탈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듯 식도락은 누구나 하루를 채우는 24시간 매 순간마다 기대되고 즐거운 시간인 동시에 생명체로 생명을 유지하고 본능에 충실하게 위한 충전의 시간이다.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저염식 식사를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보름 정도 입원한 적이 있는데 배는 고픈데 소금간이 전혀 없는 식사시간은 고통이 점령하게 된다 나트륨 섭취가 제한되는 만큼 과일을 제외한 과자나 빵도 못 먹는 상황이니 사람이 더 미치는거다. 그만큼 우리가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첨가되는 영양소들은 적정선을 지켜야함에도 욕심에 맞는 수준의 맛을 즐기기 위해 부득이한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그렇다면 맛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입 안의 혀를 통해 맛을 구분해내고 즐길 수 있게 된다.

혀의 위치에 따라 단맛 신맛 짠맛 쓴맛이 느껴지고 떡볶이의 매콤함은 맛이 아닌 통증에 가깝다고 한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이다.

문제는 지금에서야 이 내용들이 다 틀리다는 과학적 진실에 대면하게 된다.

맛은 혀의 특정 위치가 아닌 전체적인 조화를 통해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린 시절 쓴 가루약을 덜 쓰게 만들어준다는 방법을 신봉했다는 오류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저자는 묻는다. 특정 음식을 선호하는 이유를 알고 있는지?

요즘은 연어 회와 레드 와인을 같이 먹는 일이 제일 즐거운 일과인데, 부드러운 식감과 몸에 좋다는 기름이 향긋한 포도주와 곁들여지며 담백한 목 넘김을 좋아한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니 그 느낌의 본질은 결국 뇌가 오감의 감각들을 한데 뒤섞어 결론을 내린 허상은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든다. 마치 메트릭스 세계 속의 스테이크처럼.

 


책에는 아주 독특한 실험 하나가 소개된다.

영국의 “울프하우스”라는 레스토랑에서는 유명한 요리사이자 예술가인 캐롤라인 홉킨스의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고객은 눈을 가리개로 가린 채 음식을 먹는듯 일반적인 식사와는 다른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먹는 걸로 장난치면 안돼요. 충고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각 단계별로 실제 제공되는 음식과 고객이 느끼는 맛이 다른 상황이 닥치니 놀라게 된다.

여기서 맛의 과학은 단순한 혀와 입 안에서 벌어지는 단순한 화학작용이 아니라, 시각, 청각, 후각, 촉각까지 총동원되는 신비의 축제가 열린다는 진실을 증명해낸다.

코맹맹이 상태에서 카레라이스를 먹을 때 맛이 별루였다는 기억이 이유가 있었던게로군 박수를 치며 감탄한다.

 

책을 읽어가면서 혼란스럽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게 되는 점은 맛은 조정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하얀 접시에 담긴 딸기가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는 실험에서 우리가 요리사라면 깨달아야 한다. 정성껏 만들어낸 요리의 데코레이션, 위에 붓는 소스의 색깔과 점도, 접시의 모양과 색을 신경쓰는만큼 요리의 가치와 고객들의 평가는 우상향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심지어 음식에 어울리는 음악과 요리할 때 나는 도마 소리, 그리고 고객 상호간의 달그락거리며 접시와 부딪히는 포크 소리와 재잘거리는 흥겨움이 맛의 깊이와 매력을 상승시킨다.

우리의 뇌가 우리의 맛을 결정하고 뇌의 레이더망은 신체를 둘러싼 세상을 향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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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 2023 - 불황을 이겨내는 부의 트렌드
<트렌즈(Trends)>지 특별취재팀 지음, 권춘오 옮김 / 일상이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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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 2023 :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희망과 공포의 모든 것에 인사이트를 찾아보자
 
해마다 연말이면 다음 해의 경제와 비즈니스를 위시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는 도서들이 줄지어 출판된다.
 
미래가 불안한 인간들에게 마치 신의 계시처럼 예언서를 들려주니 판매량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대로 정리할 책을 고르는 게 일일 정도로 다양한 출판물이 홍수를 이루기 때문에 트렌드 도서의 트렌드를 찾는 책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지금 대한민국이 경험할 수 있는 세계정세에서 기술이 발전과 비즈니스의 변혁을 아우르며 그 안에서 개인들의 노동과 생각들에 대한 예측까지 통섭할 수 있는 책을 소개한다.
 
네트워크화 된 세계경제의 불황은 이미 2022년에 시작되었고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달러 대 원화의 금리 역전현상까지 현실화되었지만 무턱대고 미금리를 쫓아갈 수도 없는 한국의 고민은 더 깊어 졌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불안감도 지금껏 겪어왔던 경제위기 상황에 준할 정도의 차가운 현실의 벽을 느끼게 만든다.
 
이럴 때일 수록 트렌드와 사화가 변화가는 방향성에 적극 대응하는 노력이 실패를 극복하고 어려움을 헤쳐갈 수 있는 혜안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글로벌 트렌드 2023은 3가지 파트로 나누어 트렌드에 대한 예측을 제시한다.
 
1부 세계경제
2부 신성장 산업
3부 일과 생활
 
에너지 위기에서 시작하여 피할 수 없는 고령화를 극복하는 과학기술에 대한 소개까지 스펙트럼 넓은 테마로 다양한 시각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점을 두어 읽은 테마 몇 가지를 소개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최근 전쟁 중 걸프전 이후 가장 피부에 와 닿는 전쟁이다.
처음 발발 자체도 가능성이 낮지 않냐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고, 발발 이후에도 금방 종전되리라 예측했지만 두 나라의 전쟁은 해를 넘기고 있다.
늘어지는 전쟁 양상은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예상보다 러시아의 전쟁 수행력은 형편없다.
우크라이나의 저항의지는 강하다.
EU의 친환경 정책은 헛소리고, 에너지 공급망의 의존성이 너무 크다.
미국은 더이상 효율적인 세계 관리를 하고 싶다.
 
전쟁은 피해야 한다는 현실적이고 본능적인 결론이지만 독재자의 무모한 선택에 따른 피해는 전지구적이라는 뼈아픈 결과만 도출했다.
책에 소개되는 러시아의 불가피한 선택은 한편 이해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입은 피해도 쉽게 복구하지 못할 듯하다.
이후의 세계정세는 아직 변수가 많지만 본문에 제시되는 방향성은 크게 틀리지 않는다.
러시아 실패를 목도한 중국의 경거망동은 자제되고 대만에 대한 압박은 허언증에 가까워진다. 러시아의 세계 강대국 대열에서 이탈되는 현상은 경제와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 군사력은 나약하다는 뉴 디펜스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세계화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고 각 국은 자국우선주의에 따라 정치 경제 군사적 행보를 결정하게 된다. 이에 따라 생산기지를 외국으로 돌렸던 제조업의 취약성을 인식한 강대국의 리쇼어링은 미국 중심으로 활성화된다. 최근 인플레이션 법의 발효도 궤를 같이 한다 볼 수 있다.
 


이런 세계적 경제 흐름은 중국의 저성장 기조아 맞물리며 중국의 정책방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은 최근 지속적인 적자전환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에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 내수시장의 확대로 방향성을 전환하며 원천기술의 확보에 집중할 수록 중국의 고립화는 피할 수 없다. 특히 반도체 등의 기술 유출에 철저해진 미국의 견제는 기술표준의 내재화에 중국 정부가 힘을 기울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이 과거에 했듯 기술의 갈라파고스화로 대외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만에 대한 협박이 빈 수레라 할 지라도 투자자들이 불안심리는 피할 수 없기에 대만은 물론 중국에 대한 투자지분이 한국으로 방향성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또다른 기회의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기술적 변화와 사회적 적용의 사례에 등장한 로봇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미 무인 시스템이 자영업자들의 창업 시장에 큰 흐름이 되었듯, 시스템 안에서 구동되는 로봇의 활용도는 음식의 서빙을 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투입 비용 대비 효율성은 아직 부족하지만 활용의 범위가 넓어질 수록 운영 및 구매비용은 절감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모든 기술의 발전이 실질적인 불편이 존재하는 분야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늘어나는 고령층의 인구에 대조적으로 간병인력 부족현상 심화는 로봇시장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는 시장이 될 수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물리적으로 이동하기 위해 꽤나 힘이 들지만 막상 간병인들도 고연령층이 많아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부분적인 기계의 물리적 도움이 보조된다면 당장 실용성을 인정받을 만큼 시장의 니즈는 확실하다.
의외로 하기 어려운 일인 옷 입히기가 별 것 아닌 작업이지만 거동 불편한 환자에게는 꽤나 힘든 과정이라는 접근도 탁월한 접근이다.
아직 개별적인 작업만 로봇이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복합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은 시장확대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비즈니스의 가능성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목은 미래항공모빌리티 산업이다.
sf영화에서 도시의 하늘을 가득 채운 비행교통수단들이 허공을 질주하는 장면을 보면 하늘길이 열려도 교통체증은 여전하겠네 라는 엉뚱한 상상이었지만 실현되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를 것이라는 막연함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책에 소개되는 내용을 쫓아가면 2030년대부터는 수직 이착륙기를 위시한 다양한 공중 탈 것들이 서울 상공을 가득 메울 수 있겠다 라는 현실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유인과 무인 두 가지 형태의 발전 방향은 각 교통수단의 운영 계획에 따라 정해지겠지만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가 코 앞에 와있는 만큼 결과적으로는 한사람이 10-20대의 비행기를 컨트롤 하는 형태의 사업화가 주를 이루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 밖에도 다양한 주제에 대한 미래예측이 소개되고 있다.
각 항목별로 앞부분에서는 시장 또는 이슈의 현황을 살펴보고 독자가 생소한 분야라도 앞으로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한다. 그리고는 후반부에서는 전반부에 등장하는 사실들을 기반으로 미래의 트렌드를 제시하는 형태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어 독자는 책 페이지를 따라가기만 해도 해당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질 수 있게 된다.
1년의 트렌드를 예측하기 보다는 향후 10-20년 이후의 세계의 모습까지 그려볼 수 있기 때문에 생소한 분야라도 흥미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으며 이미 알고 있는 분야와의 융합도 머릿속에 그려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복잡한 국제정서와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기조 하에 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미디어와 전문가들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되는 상황을 헤아려 보면 어려움이 크게 완화되기에는 어려울 듯하다. 다만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와 적극적인 대응은 기업은 물론 개인에게도 요구된다. 더욱 어려운 경제환경과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서는 각자 살아남을 수 있는 나만의 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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