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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베트남 - 느리게 소박하게 소도시 탐독 ㅣ 여행을 생각하다 6
소율 지음 / 씽크스마트 / 2022년 10월
평점 :
그래서, 베트남 : 베트남 소도시에서 사람 사는 맛을 느끼는 여행 에세이
딸아이의 쌀국수 사랑은 유별나다.
쇼핑몰에 놀라가거나 푸드코트에 들리면 일단 쌀국수 집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일주일 내에 먹은 이력이 없다면 일단 1순위로 대상에 올린다.
덕분에 있으면 먹고 없어도 문제없던 내 입맛도 쌀국수에 익숙해진다.
사실 베트남 음식은 쌀국수나 분짜같이 예전부터 널리 알려진 음식이나 최근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반미 말고도 독특한 문화에 기반한 생소하지만 매력적인 음식이 넘쳐난다.
저자가 소도시 길거리에서 마주친 남루한 식당의 맛이 서울 그 어떤 유명한 전문점보다 낫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술회하고 있는데, 대다수 세계 음식이 현지화되면서 오리지널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다행히 내 경우에는 친구가 홍대 앞 꽤 유명한 베트남 전문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현지에 가까운 맛을 즐길 수 있어 다행이다.
확실히 국내 프랜차이즈에서 내놓은 그릇보다는 때로는 걸쭉하고 때로는 담백한 조금은 다른 풍미를 전달해준다.
우리나라 제육볶음 같은 음식이나 설렁탕 같은 현지의 낯선 음식도 꽤 입맛에 맞다 보니 여행을 떠나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식당을 운영하는 친구는 베트남에 주재원으로 10년 넘게 있다 왔고 아내도 베트남 사람이다 보니 현지의 맛을 그대로 가져온 덕에 꽤 유명한 식당이 될 수 있었는데, 이젠 세계 음식을 소개해도 한국사람 입맛에 맞춘 평범함보다는 고유의 맛을 친숙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 도전이 필요하다.
베트남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음식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저자도 여행의 즐거움을 식도락의 일부분으로 즐기고 있어 공감이 간다.
남자들만 들어간다는 현지 커피숍에 들어갈 정도의 배짱이면 베트남 말을 몰라도 소도시의 구석 구석 방문하는 대범함이 어색하지 않다.
요즘이야 자유여행이 대세지만, 패키지 투어를 베트남으로 떠난다면 누구나 방문하는 뻔한 장소만 6~7일 돌아다니다 귀국하게 된다.
물론 첫 방문이라면 이런 방식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 나라의 매력에 푹 빠져서 2번 3번 반복하게 된다면 나만의 관점을 가지고 방문지를 설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책에 소개되는 지역들은 대부분 처음들어보는 지명이다.
길거리를 다니며 관광객 만나기는 어렵지만 지역민들의 진솔한 삶을 조망하고 그 안에 잠시나마 동화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기에 나쁘지 않다.
이 경우 언어의 문제가 제일 장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사는거 다 비슷하기에 손짓발짓 섞어가며 적응한다면 딱히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거창한 비즈니스 하는 것도 아니고 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잠자리를 찾는 일상의 작업이니 얼마든지 말이 통할 수 있다.
지방 소도시에 시장을 거닐거나 집 앞에만 나가면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찾는 소소한 즐거움은 베트남이란 나라가 가진 먹거리의 매력과 결합되어 소중한 경험이 된다.
나 홀로 여행객이 작은 도시를 배회할 때 치안의 문제는 항상 대두되는 문제니 이 점은 조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머나먼 타국의 소도시에서 만난 한국인에 대한 반가움이 오히려 화를 입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려를 하게 되는 측면은 분명 영화 탓이니 무시하자.
바위산을 땀 뻘뻘 흘리며 오르는 관광객도 무모해보이지만 (등산을 싫어하는 입장에서) 산 위까지 웨딩드레스를 입고 올라가 기어이 웨딩사진을 찍는 커플은 대단해보인다. 하지만, 산 위에 펼쳐진 용의 석상이 보여주는 웅장함이 담긴 사진을 보니 어라, 한번 갈만하겠는데 하는 생각이 스친다.
볼 것도 많고 갈 곳도 많은데 산을 왜 오를까 혀를 끌끌차려다 곰곰 생각해보니 외국 관광객이 한국에 왔을 때 서울이나 부산이라는 대도시의 첨단문화를 보는 일도 즐겁겠지만 설악산 자락을 다니며 절이나 유명한 경관을 보는 일정도 의미있겠구나 생각이 미친다. 화려한 네온사인보다 드넓은 대지 위의 풍광이 어쩌면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일일 수도 있겠다.
현재 사람들의 풍습과 생활모습, 그리고 여가를 즐기는 방법까지 섭렵한다면 여행의 의미를 조금 더 깊게 만들 수 있다.
다만 한가지 지적하면, 이 책은 베트남 여행을 떠나기 전 가이드북으로 삼으면 곤란하다. 일반적인 자유여행의 패턴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현지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고생할 가능성도 높다.
모험을 즐기고 사람들과 복닥거리며 하나가 되는 성향이 아니라면 다른 책을 선택해야 한다.
친근한 국가의 생생한 현장의 삶과 작가의 감상이 섞인 에세이로 받아들이고 소도시 여행이라는 새로운 방법에 도전하겠다면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다음 해외여행 목적지는 베트남으로 생각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친구가 베트남에서 식당을 해보는 도전을 준비하고 있어 어쩌면 같이 비즈니스를 만들어 볼 수도 있고 그냥 도와주는 차원에서 시장조사에 동참할까도 고려하고 있다. 고령화로 앞으로 침울한 미래가 베트남의 생기 찬 젊은이들과 비교되니 한편으로 우울하기도 하다.
사람 사는 맛이 사라지니 인구도 사라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