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 - 유튜브 채널 패전사가 들려주는 승리 뒤에 감춰진 25가지 전쟁 세계사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윤영범 지음 / 북스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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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 : 역사 교실에서 배우지 못하던 패전사의 아이러니한 결과들
 
 
 
역사 읽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요즘의 출판시장은 기쁨이 가득하다.
과거에는 볼 수 없는 형태의 시각으로 과거를 바라보거나 매니아틱한 장르를 슬쩍 얹어 흥미로운 해부 역사 결과물을 내놓기도 한다.
출판에 있어서는 미국과 함께 둘째라면 서러운 일본의 역사 코너가 남 부럽지 않은 세상이 온 셈이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고전 "로마 이야기"같은 대작이 나올 만한 성숙한 시장으로도 더욱 잰 걸음으로 움직이길 바란다.
유튜브만 없으면 성공은 확실한데, 아니 유튜브가 오히려 이런 가속화를 가능하게 할까?
패전사 전문 유튜버가 남다른 관점으로 기술한 책이 출판되었으니 후자가 적용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역사는 승자의 눈으로만 기록해왔다.
그러다 보니 아쉽게 패주한 영웅은 평가 절하되었고, 국가들의 이름은 사라지기도 했다.
천박한 자본주의의 폐해로 국가 소멸 위기에 내몰린 대한민국은 어쩌면 200년 후에는 지도 상에 존재하지 않는 민족이 될 수도 있다.
역사는 냉정하다.
패자에게 따뜻한 문장 하나 던져주기 힘들다.
그렇기에 절대절명의 순간 간발의 차이로 패배를 당한 이들의 슬픔은 역사 간간히 등장하지만, 그 이후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현대로 접어들면서 시간의 망각이 아직은 유효하지 않기에 1900년대 이후의 역사를 바꿀 만한 패전사는 작가의 노력으로 재조명 받게 된다.
 
승자의 역사는 많이 알고 있지만, 패자의 숨겨진 순간과 판단착오, 그 결과로 발생한 세계사의 방향전환은 앞으로 패배를 당해 처참한 몰골로 몰락할 수 있는 국가들에게는 따끔한 백신이 된다.
 
굴곡 진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에서 우리는 매력 가득한 패전사의 한 토막을 건져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진다.
 
책은 1부 2부로 나뉘어 안타까운 현장들에 얼굴을 디민다.
1부는 1900~1949로 인류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1,2차 세계대전 전후의 전투를 기록하고 있다.
2부는 1950~1999년으로 전후 냉정시대를 거쳐 베트남전 등 현대사의 헛발질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두를 장식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헛발질은 전쟁에서 패배를 하고 마음먹은 국가처럼 보인다.
물론 당시 군 당국은 최고의 노림 수로 선택한 전략들이었겠지 만, 항상 그렇듯 주변 상황에 대해 민감한 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채 내리는 결정들은 더이상 걷잡을 수 없는 패배의 수렁에 집어넣는다.
우리에게는 영원한 영국의 위대한 수상으로 알려진 "처칠"의 좀생이같이 모습, 그리고 그가 쏘아 올린 공이 영국에게 재앙으로 돌아오는 갈리폴리 전투는 허탈하기까지 하다.
프랑스는 그나마 양반이다. 마지노선을 구축하면서 독일이 설마 숲 속을 헤치고 탱크를 전격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지금은 관광지로 활용된다는 요새의 가십은 웃을 수도 없는 비극의 한토막이다.
 


한국전쟁의 알려지지 않은 전쟁들도 오만함이 가득하다.
대전, 운산, 현리전투가 소개되는데 하나같이 한국군과 미군의 헛수고가 가득하다.
전쟁영웅으로 일본에서 룰루랄라 감각을 잃어버린 맥아더가 중공의 역습을 과소평가한 대목은 70년이 넘은 지금 돌이켜봐도 아쉽기만 한 대목이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일본을 농업국가로 만들겠다며 한참 폼을 잡고 있던 장군에게 한반도는 어떤 의미였을까?
인천상륙의 위대한 영웅으로 그를 기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 과오는 없는가 다시 생각해볼 기회이기도 하다.
 
최후의 베트남전 작전이었던 마야게즈호 구출작전도 흥미롭다.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사건인데, 저자의 유튜브 동영상과 병행하여 보면 이해가 더욱 잘 될 것이다. 다른 패전들과 마찬가지로 오만과 정보부족, 그리고 고집은 쉽게 끝날 수 있었던 구출작전에 투입된 수많은 병력 손실을 보고 나서야 후회를 하게 된다. 작은 하나의 사건이 엄청난 희생을 불러일으켰지만 성공 작전임무 완수로 치장되는 정치권의 행태에 놀랍기만 하다.
 
 
비교적 근래에 벌어졌던 러시아의 패배는 체첸공화국에 대한 첫번째 전투에서 발현된다.
게릴라전에 익숙하고 애국심 강했던 약소국의 처절한 대항이 여론전까지 긍정 어린 시선으로 보게 만들면서 대국인 러시아의 무릎을 꿇게 만든다.
비록 2차 전쟁에서는 패배하고 지금은 대항할 힘도 잃었지만, 그들이 보여준 용기 있던 행동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 새롭게 조명을 받을 만하다.
저자가 이야기하듯 지금은 러시아와 함께 우크라이나와 싸우는 체첸인지지만, 언제 다시 독기를 품고 거대한 곰 등 짝에 비수를 꽂을지 지켜볼 일이다.
 
전체적으로 패전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황 인식 미스에 있다고 본다.
수많은 목숨을 관리하고 조국을 수호하는 지도부에서는 작은 첩보 하나의 진위여부를 판별하게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하나, 정신없는 전쟁통에 정상의 두뇌회전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결국은 비극의 파장을 맞이하게 된다.
이는 비 전투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적국의 미세한 움직임과 수많은 첩보에서 정보를 탐색하고 근거로 삼기 위한 노력은 경험뿐 아니라 본능적인 훈련이 되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국민은 국가에게 이런 민첩함과 기민함을 원한다.
몇십만원짜리 USB를 구입하며 혈세를 주머니에 챙기는 군인과 이를 묵과하는 정치인들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국가가 패전사로 뚜벅 뚜벅 걸어가는 길 막을 자 없다.
 
전쟁에 대한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있는 만큼 지도자료가 조금 더 많이 포함되었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패전으로 세계 전쟁사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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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仁祖 1636 -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유근표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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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 1636 : 조선 최대의 굴욕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지난 과거 한반도의 운명을 뒤흔들었던 아쉬운 대목들은 수없이 많이 등장한다.
조선 500년 왕조에서 군이라는 폐위된 왕은 딱 2명.
연산의 무자비한 폭정과 패륜은 반정에 대해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나, 광해의 실각은 아직도 많은 회자가 된다.
운명의 그날, 수많은 반란의 반복은 긴급하게 들어온 쿠데타의 정보를 평범한 소동으로 간과해버렸고, 결과는 비참했다.
강화에서 비명횡사해 간 세자부부의 비극 가득한 종말과 달리 장수의 길을 걸었던 폐왕이지만, 긴 세월 무덤덤한 표정이 과연 평온할 수 있었을까?
힘들게 왕권을 잡았던 탓에 무리한 변화와 왕권 확보를 선제 행동으로 보였지만, 훗날 반란군의 시각으로 쓴 역사서임에도 그의 억울함을 많은 역사애호가들이 인정한다는 점은 인조의 쿠데타는 결과론으로는 조선의 역사를 뒷걸음치게 만들었고, 남한산성의 굴욕은 당해도 싸다는 싸늘한 시선을 받아 마땅할 지 모른다.
 


병자호란으로 조선의 위엄과 가치가 땅에 떨어진 날 왕은 무엇을 준비하였고, 위기를 해쳐 나갔으며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냉철한 역사가의 펜은 진실과 왜곡을 분리하며 끝까지 조선의 무운을 빌어가며 기술되지만 읽는 독자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커다란 전쟁의 굴레를 결코 벗어날 수 없었고, 그 시대를 지배했던 세상의 흐름을 쫓지 못하는 어리석음은 결국 일본에게 나라를 통 채로 빼앗겼고, 왕조는 박살 났으며, 백성들은 무자비한 군화에 쓰러져 갔다.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쓸개집을 빨아가며 분노하고 각성해야 하나, 21세기 대한민국은 우둔했던 조상의 우를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가 눈을 비비며 바라봐야 한다.
역사의 피해자를 한낱 푼돈바라는 떼쟁이로 만들어버리는 결과물은 훗날 다시 나라의 운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누구도 지키려 일어서지 못하게 만든다.
목숨을 걸고 왕을 지키려 전국에서 올라오던 장수들의 굳은 의지가 독립운동가 집안은 대대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속 얼굴을 보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광해군이 당한 어이없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인조와 무리들이 병자호란 전 후로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 우리는 교과서 한 쪽에서 배운데 다 일지 모르겠다.
그나마 “남한산성”을 영화로 봤더라면 서슬 퍼런 화면 톤에서 “오징어게임”의 명랑함과는 다른 역사의 고뇌를 조금 맛보았을 지 모르겠다
역사는 강과 같아 관심을 갖고 파고 들수록 더 깊이 숨어있던 진실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알지 못했던 진실과 그로 인해 소용돌이치는 사건의 흐름은 수백년이 지난 자신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 짓는 혜안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물론 이 책은 역사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준다. 굴욕의 역사이지만 미천한 왕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던 신하와 백성들의 안타까운 무모함만큼이나 능력 없는 임금의 자괴심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의 승전보를 흥분되며 지켜볼 수 있는 대목들이 별로 없어, 역사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인기 없는 시대를 단순히 과거의 한 시대가 아닌 앞으로 대한민국이 맞이할 녹록치 않은 21세기를 예견하며 읽어본다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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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 경계 위의 방랑자 클래식 클라우드 31
노승림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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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경계 위의 방랑자) : 거인의 발자국을 추적하는 모험
 
오랜만에 CD랙에서 말러의 5번 교향곡을 꺼내 들었다.
LP를 앞 뒷면 뒤집어가며 듣던 시절은 CD덕에 70분 이상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21세기 스포티파이는 70년이라도 들려줄 기세다.
평상시 5번은 아바도와 베를린 필의 스트리밍으로 즐겨 듣지만 처음 손에 든 음반은 솔티 지휘, 시카고 오케스트라 에디션이다.
딱히 최고의 선택으로 뽑히는 음반은 아니지만 마술 피리에 꽂혀 솔티 경을 최고의 지휘자로 좌표 찍던 시절이라 말러의 첫 만남으로 선택되었다.
 
당시 클래식 음악 커뮤니티에서는 크게 흥했던 작곡가 두 명이 바그너와 말러였다.
지금도 제대로 듣기 힘든 링 사이클 구매한 후 인증하는 게 유행이었고, 뒤질 세라 말러의 교향곡 전집 중 누가 최고냐로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니 쇼스타코비치로 옮겨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음악이 단순한 감상을 넘어 이론과 이상이 조화되며 하나의 나를 구성하는 아이덴티티로 중무장하게 되면 프로야구 선수 별 응원가처럼 나만의 작곡가와 음반이 들러붙게 된다.
 
내게는 말러는 교향곡 5번이 딱 그렇다.
다소 지루하게 시작되는 관악의 느린 템포를 부서뜨리는 타악기의 강렬한 첫 음은 밤에 이 노래는 절대 들으면 안돼! 라는 룰을 심어 주긴 했지만 스피커 테스트에도 훌륭하고 회사 일로 기분이 꿀꿀할 때 기분을 달래 주고 용기를 심어주는 음악으로 곁에 머물렀다.
 
막상 작가의 일생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는 아쉬움은 책 한 권을 통해 해소하고자 선택한다.
트램으로 음악의 도시 빈에 위치한 말러의 묘지를 찾아가는 여정은 여기에서 출발선을 그었다.
역대 황가의 음악 애호와 자기 과시에서 시작된 빈이라는 도시의 음악 유산은 부르조아의 성장과 지금처럼 남들과 확연하게 구분 짓는 자신감의 영역을 확보하는데 활용된다.
많은 음악인들이 모여 들어 물주를 위해 연주하고 작곡했지만 말러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고독을 찾아가는 이유는 빈이라는 도시의 음악적 허영심을 외면하고 싶어서 일지 모르겠다.
 
화려한 빈 궁정 오페라극장이 건축되고 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역사는 책에 등장하는 화려한 외관과 내관 사진으로 충분하다. 그럼에도 당시 빈 사람들은 초라하다며 불만을 품었고 결국 건축가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에피소드는 꽤나 충격을 건내 준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서 오페라를 듣고 싶은 극장이 일년에 한번 씩 무도회장으로 변신한다는 귀족들의 놀이 문화에 혀를 내두른다.
이렇듯 기득권이 득시글거리는 사회에 멸시받던 유대인 지휘자가 입성을 하니 찬반양론이 뜨거웠다.
36세에 극장 음악감독에 취임할 수 있었던 건 황제의 선택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일단 감독 자리에 입성하자 온 빈 시민들의 화제 속에 말러가 등장했으니 아이돌 급이다.
 
바그너의 중후하고 묵직한 오페라를 두고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가 대립하던 시절이니, 말러의 등장도 연장선 상에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당시의 유행이던 수염마저 깎아버린 젊은 음악가에 대한 환호성 못지 않게 비난도 적지 않았을 테다.
 


과격 감독 말러의 독재는 적당하게 일을 하려는 당시의 빈 문화를 깔끔히 깨부순다.
단원 중 3년차가 최고참이 될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연주자들은 가차없이 내보냈고 본인이 직접 섭외한 성악가들도 예외는 없었다.
가혹함은 음악의 대한 진정성이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한 관객들은 인터미션의 휴식조차 용납하지 않으려는 말러에 반기를 들었다. 음악은 그저 장식품에 불과하던 황제도 이 기회에 말러를 집에 보낼 결심까지 한다. 하지만 오페라 극장의 새로운 부흥기를 기대하던 지지자들은 타협 안을 만들었고, 다과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만들고 휴식 시간을 갖는 결말을 짖는다.
 
이 공간이 말러의 이름이 붙어버리니 아이러니하다.
 
저자와 함께 하는 말러의 발자취를 쫓는 모험은 계속된다.
지휘자로서 명성을 떨쳤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작곡이 가장 중요한 소명이었다.
피아니스트가 지휘자를 꿈꾸듯, 지휘자는 작곡가를 꿈꾸었는지.
20세기 지휘자 중에 작곡가로 성공한 사람은 번슈타인 밖에 없지 않은가.
그만큼 안락한 지휘자의 삶을 원래 소망하던 작곡으로 변환하는 말러의 노력은 쉽지 않았다.
베토벤 이후 별다른 변혁의 물결을 만들어내지 못한 교향곡의 세계를 새롭게 바꾸려는 시도가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해괴망측한 소리일 뿐이었나 보다.
지휘자면 됐지 왜 자꾸 작곡을 하려고 하냐는 비아냥에 말러 자신도 좌절하고 악보를 없애 버릴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본래 원인이 바라던 음악의 세계를 갈구하던 말러의 노력은 베토벤 9번 합창이 만들어낸 심포니와 성악의 결합을 보다 완벽에 가까운 형태로 구현해냈고, 4악장으로 정돈된 곡의 흐름을 잘게 자르고 더욱 성대한 음악의 최고봉에 이르는 결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말러 교향곡은 웅장하다.
가슴을 뛰게 만든다.
그리고, 거대한 자연과 위대한 인류의 도약을 머리 속에 상기시킨다.
오랜 시간 말러의 교향곡을 즐겨 들었지만 작곡가로서의 그의 다사다난했던 삶을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근사했던 책 한 권이었다.
 
말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건 아니건 새로운 시각으로 그를 한 사람의 고뇌하는 고독한 인간으로 조망하며 거인의 발자국을 쫓는 모험에 참여하길 기대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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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해적의 세계사
다케다 이사미 지음, 이정아 옮김 / 생각의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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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제국주의의 전성기, 대항해 시대와 해적에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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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해적의 세계사
다케다 이사미 지음, 이정아 옮김 / 생각의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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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해적의 세계사 : 서양 제국주의의 전성기, 대항해 시대와 해적에 빠져들다
 
 
 
대영제국의 화려한 업적 뒤에 숨어있는 어둠의 권력은 세계사를 잘 살펴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는 내용이다.
현대사회에서 "해적"은 소설 속 환상에서나 모험심 강하고 거나하게 취해 사내 냄새 풀풀 나는 나름 멋들어진 집단으로 표현되지만,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서 활약하는 그들의 잔인함과 노략질은 긍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이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바다를 장악한 거대한 제국과 맞서 국력의 부족함을 채우기에는 결국 현대사회에서 국가와 기업이 손을 잡듯, 16세기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해적과 손을 잡게 된다.
여기서 전세계 바다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끝없는 암투와 모략이 세계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시발점이 된다.
 
한낱 해적에 불과한 위인을 국가가 선발하고 심지어 정규군의 수장으로 갈 수 있었던 근원은 영국의 지나치게 약한 국력 덕이었다.
 
해상이 세계 정복의 관건이었던 시대다 보니, 각 국가 별로 두각을 나타내는 흐름을 챙겨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익히 잘 아는 대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황금의 시대를 열었다면 이들이 미래에 대한 준비가 소홀한 틈을 타 네덜란드가 급부상하며 재치 있는 부를 획득한다.
뒤늦게 경쟁에 참여한 영국으로서는 네덜란드가 부럽기만 했는데, 이를 엎을 버릴 묘수로 악명을 떨치던 해적과 손을 잡는 일이었다.
 
지금도 런던 템즈 강 유역에 드레이크 선장의 배를 실물 크기로 전시해 놓고, 그의 동상을 만들어 추모하는 상황을 보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부족하기만한 국고 손실을 어둠의 세력을 묵인하기만 하면 3년치 예산을 한번에 챙길 수준이라면 그러잖아도 존재의 의심을 받던 여왕의 입장에서는 마다할 수 없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더욱이 호시탐탐 영국을 노리는 스페인과 프랑스를 위시한 카톨릭 구교 국가들의 속셈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말이다.
 
한가지 놀라운 역사의 한토막은 항해로 세계일주를 성공한 실제 주인공은 마젤란이 아니라 바로 드레이크라는 점이다.
중간에 목숨을 잃은 마젤란을 결국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으니 이 역시 영국 역사가 입장에서는 억울하겠다 싶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해적으로 악명을 떨치던 가문들도 마치 귀족 가문처럼 족보를 써내려 간다는 점이 놀라웠다.
부를 상속받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당연한 면도 있지만 그들이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고 확실한 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동인도 회사의 역사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는데 간략하나마 그들이 설립된 짧은 과정과 어떻게 세력을 확장했는지 다른 소위 "ㅇㅇ 회사"들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결국 영국은 자국의 영향력과 시장 확대를 위해 불법 세력과 손잡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점잖을 빼던 (?) 다른 국가들은 따라갈 수 없었다.
더군다나 예나 지금이나 상업에 눈 먼 자들의 탐욕은 세상 그 무엇보다 강력한 동인이 되는 만큼 같은 동인도 회사를 설립했던 경쟁 국가와도 한참 앞서가는 결과를 나을 수 있었다.
"신사의 나라"라는 거짓말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일도 능력이지만 말이다.
 
유럽 제국들의 식민지 각축전을 벌이면서 핵심이 되었던 상품들의 이력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향신료, 녹차, 아편, 직물 등 아시아의 특산품들이 유럽에서 고가에 팔리자 이윤을 얻기 위해 경쟁을 벌이면서 세계사는 요동을 친다.
그중 영국이 뒤늦게 세계를 제패하며 역사의 선봉에 설 수 있었던 막강한 해양력의 근본은 바로 해적들의 등용이었다.
또한 무역의 트렌드에 따라 재빨리 커피에서 홍차로 주요 무역품목을 갈아타는 대범함 역시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국가의 경쟁력이다.
 
영국의 악행이 21세기까지 지구 상 곳곳에서 충돌의 빌미를 제공했다면, 원인 중 하나는 대의를 위해 불의도 포용한 결단과도 맞물려 있다.
해적들의 잔인한 약탈이나 모험담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지 모르겠다.
이 책은 해적사인 동시에 대항해 시대사이기 때문이다.
해적의 역사를 통해 해양 제국들의 흥망성쇠와 세계의 돌아가는 상황을 설명했기 때문에 해적의 분량은 기대보다 적은 편이다.
하지만 전체의 흐름을 정리하며 바다를 통해 이루어진 인간의 탐욕과 착취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역사의 교훈을 새길 수 있기 기회이기도 하다.
바로 우리도 불과 백 년 전 대항해 제국 시대의 피해자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잖은가.
국가의 존망이 바닥에 떨어져갈 때, 적과 내통하는 내부의 악인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다시 한번 보지 않기 만을 바란다.
역사를 되풀이하는 민족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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