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해적의 세계사
다케다 이사미 지음, 이정아 옮김 / 생각의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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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해적의 세계사 : 서양 제국주의의 전성기, 대항해 시대와 해적에 빠져들다
 
 
 
대영제국의 화려한 업적 뒤에 숨어있는 어둠의 권력은 세계사를 잘 살펴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는 내용이다.
현대사회에서 "해적"은 소설 속 환상에서나 모험심 강하고 거나하게 취해 사내 냄새 풀풀 나는 나름 멋들어진 집단으로 표현되지만,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서 활약하는 그들의 잔인함과 노략질은 긍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이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바다를 장악한 거대한 제국과 맞서 국력의 부족함을 채우기에는 결국 현대사회에서 국가와 기업이 손을 잡듯, 16세기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해적과 손을 잡게 된다.
여기서 전세계 바다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끝없는 암투와 모략이 세계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시발점이 된다.
 
한낱 해적에 불과한 위인을 국가가 선발하고 심지어 정규군의 수장으로 갈 수 있었던 근원은 영국의 지나치게 약한 국력 덕이었다.
 
해상이 세계 정복의 관건이었던 시대다 보니, 각 국가 별로 두각을 나타내는 흐름을 챙겨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익히 잘 아는 대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황금의 시대를 열었다면 이들이 미래에 대한 준비가 소홀한 틈을 타 네덜란드가 급부상하며 재치 있는 부를 획득한다.
뒤늦게 경쟁에 참여한 영국으로서는 네덜란드가 부럽기만 했는데, 이를 엎을 버릴 묘수로 악명을 떨치던 해적과 손을 잡는 일이었다.
 
지금도 런던 템즈 강 유역에 드레이크 선장의 배를 실물 크기로 전시해 놓고, 그의 동상을 만들어 추모하는 상황을 보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부족하기만한 국고 손실을 어둠의 세력을 묵인하기만 하면 3년치 예산을 한번에 챙길 수준이라면 그러잖아도 존재의 의심을 받던 여왕의 입장에서는 마다할 수 없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더욱이 호시탐탐 영국을 노리는 스페인과 프랑스를 위시한 카톨릭 구교 국가들의 속셈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말이다.
 
한가지 놀라운 역사의 한토막은 항해로 세계일주를 성공한 실제 주인공은 마젤란이 아니라 바로 드레이크라는 점이다.
중간에 목숨을 잃은 마젤란을 결국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으니 이 역시 영국 역사가 입장에서는 억울하겠다 싶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해적으로 악명을 떨치던 가문들도 마치 귀족 가문처럼 족보를 써내려 간다는 점이 놀라웠다.
부를 상속받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당연한 면도 있지만 그들이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고 확실한 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동인도 회사의 역사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는데 간략하나마 그들이 설립된 짧은 과정과 어떻게 세력을 확장했는지 다른 소위 "ㅇㅇ 회사"들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결국 영국은 자국의 영향력과 시장 확대를 위해 불법 세력과 손잡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점잖을 빼던 (?) 다른 국가들은 따라갈 수 없었다.
더군다나 예나 지금이나 상업에 눈 먼 자들의 탐욕은 세상 그 무엇보다 강력한 동인이 되는 만큼 같은 동인도 회사를 설립했던 경쟁 국가와도 한참 앞서가는 결과를 나을 수 있었다.
"신사의 나라"라는 거짓말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일도 능력이지만 말이다.
 
유럽 제국들의 식민지 각축전을 벌이면서 핵심이 되었던 상품들의 이력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향신료, 녹차, 아편, 직물 등 아시아의 특산품들이 유럽에서 고가에 팔리자 이윤을 얻기 위해 경쟁을 벌이면서 세계사는 요동을 친다.
그중 영국이 뒤늦게 세계를 제패하며 역사의 선봉에 설 수 있었던 막강한 해양력의 근본은 바로 해적들의 등용이었다.
또한 무역의 트렌드에 따라 재빨리 커피에서 홍차로 주요 무역품목을 갈아타는 대범함 역시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국가의 경쟁력이다.
 
영국의 악행이 21세기까지 지구 상 곳곳에서 충돌의 빌미를 제공했다면, 원인 중 하나는 대의를 위해 불의도 포용한 결단과도 맞물려 있다.
해적들의 잔인한 약탈이나 모험담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지 모르겠다.
이 책은 해적사인 동시에 대항해 시대사이기 때문이다.
해적의 역사를 통해 해양 제국들의 흥망성쇠와 세계의 돌아가는 상황을 설명했기 때문에 해적의 분량은 기대보다 적은 편이다.
하지만 전체의 흐름을 정리하며 바다를 통해 이루어진 인간의 탐욕과 착취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역사의 교훈을 새길 수 있기 기회이기도 하다.
바로 우리도 불과 백 년 전 대항해 제국 시대의 피해자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잖은가.
국가의 존망이 바닥에 떨어져갈 때, 적과 내통하는 내부의 악인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다시 한번 보지 않기 만을 바란다.
역사를 되풀이하는 민족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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