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 - 유튜브 채널 패전사가 들려주는 승리 뒤에 감춰진 25가지 전쟁 세계사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윤영범 지음 / 북스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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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 : 역사 교실에서 배우지 못하던 패전사의 아이러니한 결과들
 
 
 
역사 읽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요즘의 출판시장은 기쁨이 가득하다.
과거에는 볼 수 없는 형태의 시각으로 과거를 바라보거나 매니아틱한 장르를 슬쩍 얹어 흥미로운 해부 역사 결과물을 내놓기도 한다.
출판에 있어서는 미국과 함께 둘째라면 서러운 일본의 역사 코너가 남 부럽지 않은 세상이 온 셈이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고전 "로마 이야기"같은 대작이 나올 만한 성숙한 시장으로도 더욱 잰 걸음으로 움직이길 바란다.
유튜브만 없으면 성공은 확실한데, 아니 유튜브가 오히려 이런 가속화를 가능하게 할까?
패전사 전문 유튜버가 남다른 관점으로 기술한 책이 출판되었으니 후자가 적용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역사는 승자의 눈으로만 기록해왔다.
그러다 보니 아쉽게 패주한 영웅은 평가 절하되었고, 국가들의 이름은 사라지기도 했다.
천박한 자본주의의 폐해로 국가 소멸 위기에 내몰린 대한민국은 어쩌면 200년 후에는 지도 상에 존재하지 않는 민족이 될 수도 있다.
역사는 냉정하다.
패자에게 따뜻한 문장 하나 던져주기 힘들다.
그렇기에 절대절명의 순간 간발의 차이로 패배를 당한 이들의 슬픔은 역사 간간히 등장하지만, 그 이후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현대로 접어들면서 시간의 망각이 아직은 유효하지 않기에 1900년대 이후의 역사를 바꿀 만한 패전사는 작가의 노력으로 재조명 받게 된다.
 
승자의 역사는 많이 알고 있지만, 패자의 숨겨진 순간과 판단착오, 그 결과로 발생한 세계사의 방향전환은 앞으로 패배를 당해 처참한 몰골로 몰락할 수 있는 국가들에게는 따끔한 백신이 된다.
 
굴곡 진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에서 우리는 매력 가득한 패전사의 한 토막을 건져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진다.
 
책은 1부 2부로 나뉘어 안타까운 현장들에 얼굴을 디민다.
1부는 1900~1949로 인류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1,2차 세계대전 전후의 전투를 기록하고 있다.
2부는 1950~1999년으로 전후 냉정시대를 거쳐 베트남전 등 현대사의 헛발질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두를 장식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헛발질은 전쟁에서 패배를 하고 마음먹은 국가처럼 보인다.
물론 당시 군 당국은 최고의 노림 수로 선택한 전략들이었겠지 만, 항상 그렇듯 주변 상황에 대해 민감한 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채 내리는 결정들은 더이상 걷잡을 수 없는 패배의 수렁에 집어넣는다.
우리에게는 영원한 영국의 위대한 수상으로 알려진 "처칠"의 좀생이같이 모습, 그리고 그가 쏘아 올린 공이 영국에게 재앙으로 돌아오는 갈리폴리 전투는 허탈하기까지 하다.
프랑스는 그나마 양반이다. 마지노선을 구축하면서 독일이 설마 숲 속을 헤치고 탱크를 전격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지금은 관광지로 활용된다는 요새의 가십은 웃을 수도 없는 비극의 한토막이다.
 


한국전쟁의 알려지지 않은 전쟁들도 오만함이 가득하다.
대전, 운산, 현리전투가 소개되는데 하나같이 한국군과 미군의 헛수고가 가득하다.
전쟁영웅으로 일본에서 룰루랄라 감각을 잃어버린 맥아더가 중공의 역습을 과소평가한 대목은 70년이 넘은 지금 돌이켜봐도 아쉽기만 한 대목이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일본을 농업국가로 만들겠다며 한참 폼을 잡고 있던 장군에게 한반도는 어떤 의미였을까?
인천상륙의 위대한 영웅으로 그를 기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 과오는 없는가 다시 생각해볼 기회이기도 하다.
 
최후의 베트남전 작전이었던 마야게즈호 구출작전도 흥미롭다.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사건인데, 저자의 유튜브 동영상과 병행하여 보면 이해가 더욱 잘 될 것이다. 다른 패전들과 마찬가지로 오만과 정보부족, 그리고 고집은 쉽게 끝날 수 있었던 구출작전에 투입된 수많은 병력 손실을 보고 나서야 후회를 하게 된다. 작은 하나의 사건이 엄청난 희생을 불러일으켰지만 성공 작전임무 완수로 치장되는 정치권의 행태에 놀랍기만 하다.
 
 
비교적 근래에 벌어졌던 러시아의 패배는 체첸공화국에 대한 첫번째 전투에서 발현된다.
게릴라전에 익숙하고 애국심 강했던 약소국의 처절한 대항이 여론전까지 긍정 어린 시선으로 보게 만들면서 대국인 러시아의 무릎을 꿇게 만든다.
비록 2차 전쟁에서는 패배하고 지금은 대항할 힘도 잃었지만, 그들이 보여준 용기 있던 행동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 새롭게 조명을 받을 만하다.
저자가 이야기하듯 지금은 러시아와 함께 우크라이나와 싸우는 체첸인지지만, 언제 다시 독기를 품고 거대한 곰 등 짝에 비수를 꽂을지 지켜볼 일이다.
 
전체적으로 패전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황 인식 미스에 있다고 본다.
수많은 목숨을 관리하고 조국을 수호하는 지도부에서는 작은 첩보 하나의 진위여부를 판별하게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하나, 정신없는 전쟁통에 정상의 두뇌회전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결국은 비극의 파장을 맞이하게 된다.
이는 비 전투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적국의 미세한 움직임과 수많은 첩보에서 정보를 탐색하고 근거로 삼기 위한 노력은 경험뿐 아니라 본능적인 훈련이 되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국민은 국가에게 이런 민첩함과 기민함을 원한다.
몇십만원짜리 USB를 구입하며 혈세를 주머니에 챙기는 군인과 이를 묵과하는 정치인들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국가가 패전사로 뚜벅 뚜벅 걸어가는 길 막을 자 없다.
 
전쟁에 대한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있는 만큼 지도자료가 조금 더 많이 포함되었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패전으로 세계 전쟁사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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