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쇼크 - 인류 재앙의 실체, 알아야 살아남는다, 최신증보판
최강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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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쇼크 - 현재 시간 리얼타임 바이러스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

눈을 떴다.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곳은 어딘지?
차가운 바람에 살갗엔 뱀 비늘이 돋는다.
머리가 띵하고 뭔 지 알 수 없는 기억이 순간 순간 스쳐가지만 알 수 없는 영상들이 교차하는 것일 뿐이다.
갑자기 창문이 부서지며 여러 명의 군인들이 나타나 나를 제압한다.
이들은 누구인가? 뭐가 잘 못 된거지?
영화 "레지던트 이블"의 도입부.
엔딩 타이틀이 올라 올 때까지 찢어지지 않는 강력하면서도 얄팍한 옷을 입고 늘씬한 몸매를 뽐내며 등장하는 주인공 밀라 요보비치의 인상적인 첫 씬 만큼이나 오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영화 중간 부 실험실에 던져지는 유리병의 알 수 없는 파란 액체가 깨지며 유출되고 환풍구를 통해 연구소 전체로 퍼져 나가는 대목이다.
좀비 바이러스는 연구실의 방역망을 뚫고 전체를 오염시키고 비극의 단초가 된다.
음모론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런 과정을 통한 것은 아닐까 조심스러운 추측을 하며 이야기를 널리 퍼뜨린다.
정해진 레벨 보다 높은 고위험물을 다루고 있다는 실제 존재하는 연구소 이야기까지 거론되고 있으니 마냥 "썰"이라고 지나치기엔 뭔가 찜찜하다.
앞으로도 드러날 일 없겠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갖고 지켜봐야 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어떤 국가, 악당의 소행 또는 단순히 과학자의 실수라도 비극의 씨앗이 될 개연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현재 시점까지 우리나라의 방역활동과 감염 범위는 극히 통제적이다. 
모든 사고의 근원지인 우한시의 답답한 당 우두머리나 크루즈 사업을 단숨에 박살낸 일본 방역당국의 무책임은 HBO 드라마 "체르노빌"에서 사고의 시작부터 초기 수습까지 자리 하나 지키기에 급급했던 당 간부들의 모습과 오버 랩된다.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의 암울한 첼로 소리만큼이나.
- 이렇게 중간에 써 두었던 날짜가 2.18일인데 오늘 2.24일은 방향이 바뀌어 판데믹 위기니 무섭다. -



인간이 바이러스라며 인류소멸 계획을 세우는 AI 이야기는 영회 속 단골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바이러스의 특징과 우리 인류는 유사한 부분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든다.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기생하는 방법이나, 변종하는 방법들.
더 심각한 것은 지속적인 생명유지를 위한 위험천만한 새로운 영역으로의 추구를 끊임없이 시도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바이러스 또는 인류 입장에서는 살기 위한 투쟁이겠으나 자연계 전체적으로는 종의 종말을 일으킬 수도 있는 극히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본능 아닌가.
새로 편집되어 출판된 도서이다 보니 책 표지를 열자 마자 이해하기 쉽게 디자인된 바이러스 발병 현황 세계지도가 등장한다.
요즘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근래의 창궐했던 바이러스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는 것만으로도 책의 가치가 돋보인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바이러스의 특징과 우리 인간이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또 미래에는 어떤 위험이 도래할 수 있는지 통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바이러스가 어떤 방식으로 확산되고 생존하며 그들의 존재방식을 진화해 나가는 다소 지루하고 장황한 페이지에 담겨있는 이야기지만 때가 때인만큼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특히 다른 종으로 새로운 영역을 확대해 나갈 때 스스로 열쇠구멍을 맞춰 변형해가는 대목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인간의 욕심과 무지에 따라서 위협이 발생하겠구나 하는 아찔함이 밀려온다.
이 난리를 만들어 놓고도 잠잠해지면 야생동물을 취식 하겠다는 중국인들의 몰상식한 태도는 옆동네에 살고 있는 우리의 방역능력이 막강해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작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프레디 머큐리의 비참한 마지막의 악역을 담당한 HIV 바이러스가 어떻게 우리를 공격하는지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도 일상의 위협을 당하니 필요해지는 지식인 셈이다.
4장, 5장에 걸쳐 저자는 우리의 앞에 놓인 위험요소들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설명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조기경보시스템이나 확산 방지를 위한 공동대처 등의 성과가 오늘 바로 이 순간 우리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중요한 건 책 뒷날개에도 적혀 있고 하루에도 여러 번 강조되는 개인 위생 부분이다.
화장실 변기 보다 키보드가 더럽다는 사실을 아는 것 보다는 하루 한번씩 알콜이라도 뿌려주는 지혜가 책을 통해 얻는 최소한의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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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익스체인지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2
최정화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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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익스체인지” –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우유빛깔 SF

 



정통 SF와 트릭이 가득한 작품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환타지와 장르가 혼재되거나 서정적 또는 서사적인 부분이 강조되며 일반 소설과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아서 클라크나 아시모프는 오래된 이야기인 데도 좋아라 하면서, 어슐러 K. 르 귄이나 코니 윌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메모리 익스체인지는 판형부터 좀 남다르다.
104*182*17mm로 일반적인 책 사이즈가 아닌 에세이나 시집 같은 느낌. 세로로 책이 길다 보니 읽기에 손잡는 자세가 좀 어색하다.
한 줄의 글자수도 적다 보니 페이지 넘김이 자주 반복되어 불편함은 배가 된다. 
하드커버로 된 책표지도 적은 분량에 비해서 좀 과하다 라는 느낌에 어색하고, 하얀색 위주의 책표지는 뭔가 컬러 커버를 잃어버린 느낌이다.
책을 완독하고 나니 어라? 이거 의도된 설정인가?
책 읽기가 불편하니 내용을 받아들이는 기본적인 자세도 불편하다. 그러니 소설이 전개되어 가는 과정에 불편한 감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된다.
글자수도 작고 두께도 얇은 편이라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순간 한 페이지의 내용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아주 짧은 여유를 가지게 된다.
뭔가 색채가 부족해 보이는 책 커버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무의식적인 이미지를 강요하며, 마치 우유로 된 목욕탕에 잠겨 책을 보다가 그대로 몽롱한 자기 수면에 빠져들고 콧구멍까지 하얀 액체로 덮여가며 깊은 잠에 빠지고 있다는 착각과 그러고 싶은 욕망을 일으킨다.
나는 누구인가?
내 육신은 누구의 것인가.
내 의식은 무엇인가.
저자는 난민의 삶과 고통을 빗대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열린 주제를 허락한다면 인간의 정신 본질적인 의미를 묻는 소설이 아닌가요? 라고 되묻고 싶다.
각 장 마다 화자는 "나"이고
 "나"는 "나"로 합병되고 또다른 "니"는 소멸된다.

기억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소설이나 영화에서 주제로 활용된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등장해던 영화 "토탈 리콜"은 지워진 기억과 그 위에 거짓으로 만들어놓은 기억이 충돌을 일으키며 빨간 약을 본의아니게 먹게 된 스토리이고, 존 스칼지의 "노인전쟁"도 기억의 복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생을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거나 컴퓨터 처럼 기억의 copy-paste 기능을 활용한 조작이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장치가 되지만 그 와중에 일어나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풀기 어려운 숙제를 던져 준다.
가볍게 풀어가면 그냥 영화의 보조도구지만 철학적인 고민에 빠진다면 "나"에 대한 고민도 끝이 없는데 또다른 "나"의 고민도 들어줘야 하는 곤란한 처지가 된다.
이런 고민거리는 결국 존재론에 대한 인간의 지적 호기심이 왜 수천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지에 대한 공감을 깨닫게 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스토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만 화려한 액션은 없이 서정적이면서도 판타지 양념이 찹찹 뿌려진 기이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글의 서두에 이야기한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묘한 여운이 머릿속을 감돈다. 쓴 맛과는 달리 향은 오랫동안 콧 속을 맴도는 처음 보는 원산지의 커피처럼.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져서? 
진짜 "나는" 뭐지?
학창시절 개똥철학을 고민할 때 들던 질문이 자꾸 부딪친다.

대지의 향기를 맡으며 처음으로 육상으로 고개를 내밀던 THX-1138의 로버트 듀발이 오버랩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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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으로 보는 세계사 - 자르지 않으면 죽는다!
진노 마사후미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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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숙청으로 본 세계사 : 역사는 반복되므로 바라보는 시각을 다변화시켜야 한다는 교훈을 깨닫다.

직장에서 사람 좋은 상사의 줄에는 서지 마라.
신입사원 때 맞 고참이 소주 잔을 기울이며 인생교훈이라면 건낸 이야기.
리더들을 평가할 때 용장, 맹장, 덕장, 지장 뭐 이런 단어를 매칭시키는데 "덕장"에게는 직장의 운명을 걸지 말라는 이야기다.
모든 것을 갖추고 뛰어나고, 직장에서 현재 잘 나가더라도 덕장은 말로가 안좋다는 것.
지랄맞게 직원들을 들들 볶고 때로는 인정사정 보지 않고 부려먹고 험하디 험한 계단을 다른 사람 머리를 밟고 허겁지겁 올라가야 "별"을 딸 수 있으니 말이다.
100% 맞는 원칙은 없으니 이 말도 마찬가지겠지만,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는 "빙고"
직장을 두군데 다니고 있지만 "인정". 뭐 이렇다.
이런 제목의 영화도 한 편 있다.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숙청의 역사를 훑어보니 마찬가지의 논리가 적용된다.
왕조를 일으키고 새로운 역사를 이루기 위해서는 리더 한 사람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
참모, 장수, 아래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똘똘 뭉쳐서 한마음이 되지 않는다면 게임 끝이다.
역사의 소용돌이를 함께 뚫고 죽을 동 살 동 버티고 버텨야 유일한 승자가 되는 역사의 당연한 귀결.
그렇기에 개국공신들의 위치는 존중받고 웬만한 실수 아니면 오랫동안 배를 탕탕 두드리며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역사는 그리 호락호락 흘러가지 않으니.......
개국공신은 불안한 초기 정치에 언제든 위협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고, 따르는 이들도 많기 때문에 "숙청"이란 이름으로 제거되지 않으면 언젠가 큰 화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사옵니다. 부인을 하다가도 정치 판세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때, 스스로 목숨을 버리며 충정을 보이는 이들도 더러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반역의 깃발을 올려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반란의 가능성이 농후한 공신들의 목을 날리는게 안정적인 왕조 유지를 위해 필요악이 되는 역사가 반복되다 보니 이는 필수적인 이론이 되었고, 지금 내치지 않으면 스스로 반역을 당하리라는 역사적 교훈이 신흥국가의 수장들 사이에 회자된다.
3족에 9족까지 멸하는 숙청을 통해서 중국과 유럽의 무자비한 역사는 비슷한 공식으로 흘러왔던 것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여러가지 방법 중 이렇게 테마를 가지고 실타래를 풀어가면 일반적인 통사를 통한 지식 보다는 놓치지 쉬었던 하나의 궤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씨줄과 날줄 처럼 두가지 책읽기가 병행된다면 역사 지식을 보다 체계적이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특히 테마로 역사를 정리하는 방식은 책읽기가 보다 흥미있는 방행으로 진행시킬 수 있기에 베스트셀러에 명함을 내기에도 유리할 듯 싶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볼 때 다소 생소한 "숙청"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새로운 시각의 역사,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역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해준다.

마오쩌뚱과 스탈린의 숙청, 아닌 학살은 상식으로 알고 있던 수준이 아니라는 경악스러운 사실에 놀라기도 했고, 그 와중에 중국의 권력이 어떻게 이동되어 현재에 이르렀는지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된 부분이 유익했다. 
공산주의 국가들의 이상과 전혀 다른 현실의 운영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히틀러가 역대 최악의 악당으로 뽑히지만, 자국민들에게는 더욱 악독한 두 사람이 천수를 다하고 권력을 내려놓았다는 사실이 소름끼치며 이 과정에서 등장했던 홍위병의 존재는 영화 "마지막 황제"의 피날레 등장한 붉은 깃발을 흔드는 아이의 서늘함과 연계되어 씁쓸하다.

원저자가 일본사람이라는 사실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해서든 중국이라는 현재의 전세계 랭킹 넘버 2를 망가 뜨리고 폄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결코 중국이 대권을 가져갈 수 없다는 이유중의 하나를 "숙청"이란 증거로 들이 밀며, 망해가는 왕조의 코스를 밟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 중국이 완전히 망해가는 코스를 밟고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젠 예전의 일본이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로 정치적, 경제적 쇠퇴가 눈에 띄는데 그런만큼 역사적 고증을 통해 중국과 다른 나라들을 깍아내리고 자신들의 역사와 현재가 우월하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단락들이 도처에 눈에 띈다.
번역서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타국의 역사를 깍아내리며 자신을 치켜올리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는 편이 아니다.
마침 코로나 바이러스로 중국의 정치적 파워가 흔들리는 점이 저자의 주장과 유사하고, 트럼프가 탄핵을 간신히 넘긴 부분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두 지도자의 일탈된 행동이 있더라도 두 나라가 바로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일본이 세계 넘버 원이 되고 싶다는 희망 회로를 돌리시는 건가요?)
숙청이라는게 당연히 좋거나 옳거나 판단할 문제는 아니며, 그로 인해 비명횡사해 간 사람들의 숫자의 의미가 중요하나, 상대적으로 오다 노부나가는 숙청을 했어도 그 정도는 중국에 비해 애교이고 온순한 숙청이었다라는 괘변은 아쉽다.
그러나, 새로운 테마를 가지고 역사를 파혜치고 특히 중국과 유럽의 내용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들려주는 재미는 아쉬운 대목을 모두 상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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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교토 - 디지털 노마드 번역가의 교토 한 달 살기 ㅣ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2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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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교토 : 일본이 정신차리면 가보고 싶은 곳을 미리 체크!


저자 부럽네.
책을 읽다 보니 번역이라는 일이 매력적이다. 시간적 여유 이런 것 말고도 정해진 분량과 목표가 분명하고 자신의 창작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소양도 쌓을 수 있으니 말이다. 상업적 광고나 자료의 번역 같은 경우도 새로운 경험을 쌓고 상업 인쇄물 특유의 표현도 익히는 과정으로 지식 함.양.
일본어 제대로 배워 놨었다면... 후회가 살짝 흘러간다.

한 달의 교토.
한 달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한 지역에서 생활하며 관광객의 시선과 거주민의 시선을 교차시키는 여행 패키지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패키지를 통해 시간만 있다면 자기 취향에 맞는 테마와 코스를 정해 알차게 즐길 수 있다.
좋은 세상.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확실히 즐거운 세상.
몇 번 방문했던 일본은 비즈니스 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우리 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만들어낸 그들만의 사업적 역량을 엿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지금은 많은 분야에서 그들을 앞서고 있는데, 어쩌면 우리가 잘 한 것 만큼이나 일본이 쇠망의 길로 접어들고 있어 상대적 격차가 두드러지는 부분 일 수도 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대응하는 사회적인 시스템만 보더라도 과거의 그들과는 다른 DNA가 침범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답답한 모습이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도쿄와 오사카를 다녀왔다.
짧은 일정이었고 업무상 방문이어서 관광 적인 요소는 거의 없이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이 겹치는 영역의 다소 깊숙한 모습을 관찰하는 기회였다.
그 와중에 개인적인 기회가 된다면 꼭 가고 싶다라는 꼽은 곳이 바로 “교토”다.
교토의 역사적 배경과 아직 도심 곳곳에 남아있는 역사적 유적들을 살펴본다는 측면도 있지만, 고도의 전통과 문화적 잠재력을 비즈니스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꽤나 궁금해서이다.
덕분에 "한달의 교토"라는 책은 생활연계형 비즈니스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어 챤스.
이 책은 교토라는 지역의 생활을 관광객과 생활인 또 추가로 작가라는 관점으로 동시에 바라보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인 첫 날 저자는 다도 체험을 한다.
철학의 길이라는 곳에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구경하고 다도 체험을 하는 과정을 잘 서술하였다. (사진이 몇 컷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전통을 어떻게 비즈니스와 연계를 시킬까 가 이 책을 집어 든 가장 큰 이유인데, 첫날부터 그들의 영리한 상업화를 엿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전통식 체험이나 차에 대한 문화 상품화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용해 본 적이 없다.
인사동 여기저기 눈에 확 띄게 체험행사나 문화를 익히는 짧은 강좌가 있기는 했으나 흡입력은 없지 않았을까?
특히 관광객들을 자연스럽게 유입시키는 "꼭 들려야 하는" 하나의 체험행사로 보다 활성화 시키는 것은 어떨까 싶다. 전주에 가면 다들 한복을 대여해 입는 하나의 코스로 발전되면 더 좋을 것이다.
자신의 도시나 지역적인 특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지역경제의 활성화 하는 차원에서도 이런 부분은 꽤 유용할 것이다.
제주 오설록의 다양한 체험 공간과 차 밭, 이천 도자기 축제를 위시한 다양한 체험 공간들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좀 더 영악한 비즈니스를 통해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면 어떨까.

대나무 숲은 좀 고요한 게 좋은데 저자가 방문한 대나무 숲은 사람들이 많아 독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한다.
옆으로 길게 뻗은 대나무 사진만 한 컷 실려있는데 좀 아쉽다.
-영화 "봄날은 간다" 스틸 컷에 배경으로 나왔던 대나무 숲은 어디지? 한 번 가보고 싶다.

헤이안 신궁으로 가는 코스는 꼭 4월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늦은 4월 비바람에 사그라지는 때늦은 도쿄의 벚꽃 잎도 애잔함과 화려함이 뒤섞여 그리 좋았는데, 제대로 만발할 때의 모습은 어떨지!
일본 신사는 우리나라 사찰처럼 높은 곳이 아니라 보다 편한 발걸음도 가능하니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나도 교토에서 한 달을 살게 된다면 어떤 코스를 준비할까?
다도 체험이나 후시미이나리도 좋고 사색을 위한 신사 산책도 기대된다.
해당 지역의 소매상들은 어떻게 지역적인 강점을 차별화로 만들어 놨는지, 체인 스토어들의 획일적인 운영에서 얼마나 독자적인 노하우를 상술에 녹이는지 궁금하다.
왜 떡을 8조각씩 파는지도 한번 물어보고 싶다. 사쿠라 못찌도 시식을 해보고.
후시미 양조장의 일본주 아포카토는 국내에 상륙해도 어필을 할 수 있겠다.
오늘 저녁에는 따라쟁이 처럼 와인을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얹어 먹어 봐야지.
관광지 특유의 지역적 특색들 - 간판의 배치나 모양이나 지역 곳곳에 어떻게 자기 고장에서 볼 거리를 안내하고 있는지 - 팜플렛, 기차역의 모습들도 눈 여겨 보고 싶다.

일본이 정신차리면 가보고 싶은 곳을 미리 체크하자. - 그런데 평생 못 갈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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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 - 회사 밖에도 길은 있다, 행복 충만한 두 번째 인생 성황리에 영업 중!
쑬딴 지음 / 잇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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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

: 밥은 먹고 다니나.

2년 전 대전에서 근무할 때.
원룸을 사택으로 잡아 혼자 내려가 살았는데, 우송대학교 근처다 보니 프랜차이즈나 개인카페 들이 여기 저기 눈에 많이 띄었다.
(광란의 밤을 고성방가로 채우는 이들도 많았고... 난, 잠 제대로 못 자기도 하고.)
대학 주변이면 장사가 꽤나 될 줄 알았는데, 가끔 쉬는 날 책이나 읽을까 들러 보면 파리 날리는 수준은 아니고 듬성 듬성 자리가 차 있는 수준.
술집은 항상 왁자지걸한데 카페는 왜 이래? 의아스러웠다.
일년쯤 지나 원룸 뒤편 하얀 건물 2층에 북카페가 운영 중인걸 알게 됐다.
카페도 장사가 안되는데 이건 왜 있어? 한산했고 책도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저녁 9시면 문을 닫는 단다. 월세는 낼 수 있으려나? 괜한 걱정.
유행이 달리기를 하는 학교 주변인지라 망해 나가는 집을 한달에 서너 개씩은 볼 수 있었 던지라 금새 망해 나갈 줄 알았는데 끝까지 버티더라. 

작년에는 임대 관련 업무를 맡아 북카페를 쇼핑몰에 입점시켜는 미션이 부여되었다. 
(그러고 보니 저자가 때려 친 대기업이 우리 계열사 같다. 고생 좀 했겠다.)
홍대 앞에 부하직원하고 몇 개 좌표를 찍고 어슬렁거리며 분위기를 살폈다.
북 카페라기 보다 책과 악세사리가 엉켜 약간 어수선한 상품판매가 병행하는 곳도 있었고 - 유행에 맞는지 인지도나 고객수는 압도적이었다 -, 문을 닫은 건지 밤에만 여는건지 모를 카페도 있었다. 
꽤나 외진 곳에 있던 2층의 한적한 가게에도 잠시 들러 오늘의 커피 한잔 마셨는데, 책이 그다지 많지도 않고 쾡한 느낌이 낯설어서 주인과 대화를 시도했다.
"여기는 일반인을 위한 북 카페라기 보다는 독서 모임의 아지트 같은 곳이예요. 그래서 투자도 회원들이 모아 시작했고 독서토론 공간으로 주로 사용합니다. 망할 걱정은 안 해요."
유행같이 북 카페가 여기 저기 생겼지만 수익적으로 안정적인 공간은 많지 않았다.
모 아나운서가 운영하는 땡땡 발전소라는 곳은 나름 명물로 인정받아 고객들이 분주할지 모르겠다만, 본업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부업" 같은 느낌이 강한 업종이다.
텍사스 전기 톱 나오는 영화도 좀 틀어 놓거나 카펜터즈나 엔야의 음악이라도 나오는 공간을 꾸며 놓고, 책 읽고 글 쓰는 여유가 된다면 운영해 보고 싶을지도 몰라
큰 돈 벌기는 힘들어도 시간은 알차게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결론은 돈이 필요하단 말이다. 이게 가장 큰 장벽이지.)

"대기업 때려치우고..."
제목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실전적 자영업 교과서로 알았다. 
막상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는데, 
젠장 에세이다.
요즘 유행하는 다소 가벼운 느낌의 에세이 집들은 마음이 무거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질감이 많이 느껴진다.
카카오 프렌즈나 보노보노 같은 캐릭터와 등장하는 표지의 에세이들은 개인적인 정서와는 거리도 있고, 요새 잘나가는 모 작가의 책도 집사람은 괜찮다고 몇 번씩 반복해서 읽는 모양인데 전자책으로 구매해 놓고 책갈피가 더이상 진도를 뽑지 못한 채 지워버렸다. 
개인적으로는 좀 안 맞긴 해.

이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지? 대기업 연봉 포기하기 쉽지 않을 텐데.
저자가 잘나가던 대기업을 때려 치우고 북카페를 만들게 된 이유.
막상 해보니 상에 두려울 것 없다.
카페를 차리면서 겪는 몇 가지 노하우나 진행상황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직장인에 대한 격려
소소한 하루 하루의 소박한 파스타 같은 알찬 기분.

첫 페이지 부터 예상했던 방향의 스토리가 멍멍이 사진과 어우러져 대화하듯 진행된다.
가게 앞에 차를 대서 메시지를 보냈더니 느지막이 찾아와 인연이 된 고객과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부동산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장소를 딱 이곳이야 하고 안착하게 된 대목.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기민한 마케팅 플랜을 짜고 업자에게 돈을 쭉 찔러줘서 골목명소로 홍보하며 제대로 된 경영을 해보는 방법도 있지만, 글도 쓰고 좋아하는 생각과 일상을 지내며 막걸리도 파는 안락처 같은 카페 운영도 나쁘지는 않다는 악마의 속삭임을 들려준다.
이거 가족 굶기기 딱 좋은 유혹인데.
결혼은 한 건가? 얘들 교육은 어떻게 시키지? 북카페가 돈이 되 긴할까?
괜한 걱정 반 기대 반 책장을 넘겨갔지만, 저자에게는 딴 주머니 있는 거 아냐 의심도 든다.
글쓰기를 정말 열심히 해야 하고 싶던 카페 운영을 할 수 있겠구나 충고를 들은 것도 같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자영업의 고단하고 지난한 삶의 궤적들
회사 밖은 지옥이야
잘 알기 때문이다.

사진 한 컷 한 컷 정성으로 꾸며 놓은 공간의 풍경과 거기에 꽂혀 있는 책들은 어떤 제목들과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후배가 차를 몰고 선물로 두고 간 책들처럼 누군가가 기증을 한다면 기증자의 생각과 일상이 책 제목에 남아있을까?
내 방에 꽂혀 있는 책 표지를 사진으로 보내면 나의 인생을 유추해 볼 수 있을까? 대화를 나누러 한번 방문해볼까?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공간, 언제든 잠시의 휴식이 있는 공간이 우리 집 근처에도 있으면 좋겠다.

스타벅스나 투썸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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