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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 - 회사 밖에도 길은 있다, 행복 충만한 두 번째 인생 성황리에 영업 중!
쑬딴 지음 / 잇콘 / 2020년 2월
평점 :
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
: 밥은 먹고 다니나.
2년 전 대전에서 근무할 때.
원룸을 사택으로 잡아 혼자 내려가 살았는데, 우송대학교 근처다 보니 프랜차이즈나 개인카페 들이 여기 저기 눈에 많이 띄었다.
(광란의 밤을 고성방가로 채우는 이들도 많았고... 난, 잠 제대로 못 자기도 하고.)
대학 주변이면 장사가 꽤나 될 줄 알았는데, 가끔 쉬는 날 책이나 읽을까 들러 보면 파리 날리는 수준은 아니고 듬성 듬성 자리가 차 있는 수준.
술집은 항상 왁자지걸한데 카페는 왜 이래? 의아스러웠다.
일년쯤 지나 원룸 뒤편 하얀 건물 2층에 북카페가 운영 중인걸 알게 됐다.
카페도 장사가 안되는데 이건 왜 있어? 한산했고 책도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저녁 9시면 문을 닫는 단다. 월세는 낼 수 있으려나? 괜한 걱정.
유행이 달리기를 하는 학교 주변인지라 망해 나가는 집을 한달에 서너 개씩은 볼 수 있었 던지라 금새 망해 나갈 줄 알았는데 끝까지 버티더라.
작년에는 임대 관련 업무를 맡아 북카페를 쇼핑몰에 입점시켜는 미션이 부여되었다.
(그러고 보니 저자가 때려 친 대기업이 우리 계열사 같다. 고생 좀 했겠다.)
홍대 앞에 부하직원하고 몇 개 좌표를 찍고 어슬렁거리며 분위기를 살폈다.
북 카페라기 보다 책과 악세사리가 엉켜 약간 어수선한 상품판매가 병행하는 곳도 있었고 - 유행에 맞는지 인지도나 고객수는 압도적이었다 -, 문을 닫은 건지 밤에만 여는건지 모를 카페도 있었다.
꽤나 외진 곳에 있던 2층의 한적한 가게에도 잠시 들러 오늘의 커피 한잔 마셨는데, 책이 그다지 많지도 않고 쾡한 느낌이 낯설어서 주인과 대화를 시도했다.
"여기는 일반인을 위한 북 카페라기 보다는 독서 모임의 아지트 같은 곳이예요. 그래서 투자도 회원들이 모아 시작했고 독서토론 공간으로 주로 사용합니다. 망할 걱정은 안 해요."
유행같이 북 카페가 여기 저기 생겼지만 수익적으로 안정적인 공간은 많지 않았다.
모 아나운서가 운영하는 땡땡 발전소라는 곳은 나름 명물로 인정받아 고객들이 분주할지 모르겠다만, 본업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부업" 같은 느낌이 강한 업종이다.
텍사스 전기 톱 나오는 영화도 좀 틀어 놓거나 카펜터즈나 엔야의 음악이라도 나오는 공간을 꾸며 놓고, 책 읽고 글 쓰는 여유가 된다면 운영해 보고 싶을지도 몰라
큰 돈 벌기는 힘들어도 시간은 알차게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결론은 돈이 필요하단 말이다. 이게 가장 큰 장벽이지.)
"대기업 때려치우고..."
제목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실전적 자영업 교과서로 알았다.
막상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는데,
젠장 에세이다.
요즘 유행하는 다소 가벼운 느낌의 에세이 집들은 마음이 무거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질감이 많이 느껴진다.
카카오 프렌즈나 보노보노 같은 캐릭터와 등장하는 표지의 에세이들은 개인적인 정서와는 거리도 있고, 요새 잘나가는 모 작가의 책도 집사람은 괜찮다고 몇 번씩 반복해서 읽는 모양인데 전자책으로 구매해 놓고 책갈피가 더이상 진도를 뽑지 못한 채 지워버렸다.
개인적으로는 좀 안 맞긴 해.
이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지? 대기업 연봉 포기하기 쉽지 않을 텐데.
저자가 잘나가던 대기업을 때려 치우고 북카페를 만들게 된 이유.
막상 해보니 상에 두려울 것 없다.
카페를 차리면서 겪는 몇 가지 노하우나 진행상황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직장인에 대한 격려
소소한 하루 하루의 소박한 파스타 같은 알찬 기분.
첫 페이지 부터 예상했던 방향의 스토리가 멍멍이 사진과 어우러져 대화하듯 진행된다.
가게 앞에 차를 대서 메시지를 보냈더니 느지막이 찾아와 인연이 된 고객과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부동산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장소를 딱 이곳이야 하고 안착하게 된 대목.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기민한 마케팅 플랜을 짜고 업자에게 돈을 쭉 찔러줘서 골목명소로 홍보하며 제대로 된 경영을 해보는 방법도 있지만, 글도 쓰고 좋아하는 생각과 일상을 지내며 막걸리도 파는 안락처 같은 카페 운영도 나쁘지는 않다는 악마의 속삭임을 들려준다.
이거 가족 굶기기 딱 좋은 유혹인데.
결혼은 한 건가? 얘들 교육은 어떻게 시키지? 북카페가 돈이 되 긴할까?
괜한 걱정 반 기대 반 책장을 넘겨갔지만, 저자에게는 딴 주머니 있는 거 아냐 의심도 든다.
글쓰기를 정말 열심히 해야 하고 싶던 카페 운영을 할 수 있겠구나 충고를 들은 것도 같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자영업의 고단하고 지난한 삶의 궤적들
회사 밖은 지옥이야
잘 알기 때문이다.
사진 한 컷 한 컷 정성으로 꾸며 놓은 공간의 풍경과 거기에 꽂혀 있는 책들은 어떤 제목들과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후배가 차를 몰고 선물로 두고 간 책들처럼 누군가가 기증을 한다면 기증자의 생각과 일상이 책 제목에 남아있을까?
내 방에 꽂혀 있는 책 표지를 사진으로 보내면 나의 인생을 유추해 볼 수 있을까? 대화를 나누러 한번 방문해볼까?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공간, 언제든 잠시의 휴식이 있는 공간이 우리 집 근처에도 있으면 좋겠다.
스타벅스나 투썸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