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Words 머니 워즈 - 돈에 대한 영어의 모든 디테일
샘 노리스 지음, 강주헌 옮김 / 길벗이지톡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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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워즈 : 돈을 영어로 만나, 지식을 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옛날 이야기지만, 대학입시 척도가 두개가 있었다. 하나는 수학 정석 책이 뒷부분까지 까맣게 손 때가 묻어있느냐, 또다른 하나는 책꽂이에 꽂힌 영한사전이 너덜너덜하냐.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면 영어사전은 일일이 책장을 뒤적거릴 시간낭비 필요없이 검색만 하면 되니 참 편하다. 모르는 단어는 퀴즈 형태로 약간의 오락거리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리얼 음성으로 발음도 걱정없다.

그러니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에 가도 영어 사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유명한 미국 원서 사전을 학교 다닐 때 들고나니며 멋적은 과시욕을 부리던 일들은 이제 선사시적 유물만큼이나 익숙치 않은 장면이다.

전자책이 비좁은 서재에 광명같은 존재로 공간의 확장을 선물해주었지만, 책장 넘기는 손맛은 없다는 쓴 소리도 한다. 하나 더 문제는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 앞에서 무슨 내용이 담겨있었는지 삼차원 분광기로 분석하듯, 책 한 권이 머리 속에 재구성되어야 하는데, 전자책은 도통 이런 공감각적 서비스는 영원히 제공할 수 없다. 마치 시간의 전체 조망을 보지 못하고 플랫하게 앞으로만 나아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지식의 축적에 다소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사전을 볼 때 특정 단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앞 뒤에 있는 단어들을 가볍게 훑고 지나가며 어휘와 용례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과정이 스마트폰의 스마트한 사전 기능에서는 찾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목적물만 콕 집어서 내용을 파악하지만, 단어에 담긴 또다른 뜻과 유사어, 비교어, 반대어, 사용용례, 어휘의 발전 등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일은 결국 종이 사전의 역할로 돌려야하지 않나 싶다.

돈에 대한 단어들도 마찬가지다. 


흔히 돈 = Money 끝. 이렇게 생각하지만, 돈을 부르는 지칭은 상황이나 상대방 또는 여러가지 금융 상품이나 세대에 따라 변한다. 단어 하나만 머릿 속에 집어넣고 세상과 마주할 수는 없다. 돈이라는 의미를 가진 다양한 단어들을 익히고, 더 나아가 경제와 경영, 세계 무역 등에 관련 용어까지 섭렵한다면 어쩌면 언어뿐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에서도 큰 혜안을 갖게 될 지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가 개인에서 시작하여 사회, 국가, 세계로 범위를 넓혀가며 돈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로운 과정으로 단어에 풀어나간 이유도 아마 좀 더 독자의 입체적 돈에 대한 접근법을 확장시키고 경제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우리의 행동거지와 돈에 대한 태도를 좀 더 진지하게 갖게 되기를 갈망한 이유일지 모르겠다.

『머니 워즈』는 단순한 영어 어휘집이 아니다. 이 책은 돈과 경제에 관련된 영어 표현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독특한 학습서이다. 영국에서 주니어 로이어이자 파트타임 라이터로 활동하는 저자 샘 노리스는 법학과 문화학을 전공한 배경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생생한 돈과 관련된 영어 표현들을 집대성했다.


이 책이 다른 영어 어휘집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7개의 반경으로 구성된 체계적 접근법이다. Wallet(지갑) - Individual(개인) - Household(가계) - Neighborhood(이웃) - City(도시) - Country(국가) - Globe(세계)로 점차 확장되는 구조는 마치 개인의 경제활동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각 단계마다 해당하는 상황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영어 표현들을 300개의 엔트리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Money Slang' 섹션에서는 cash, buck, wonga, moolah, dough, bread, wads, brass, cheddar, green 등 돈을 지칭하는 다양한 슬랭들을 문화적 배경과 함께 소개한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단어의 뜻만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사용되는 맥락과 문화까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이 높이 평가받을 만한 이유 중 하나는 실용성과 전문성의 완벽한 균형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기본적인 금융 용어부터 고급 경제학 용어까지 폭넓게 다루면서도, 각각의 사용법을 명확한 예문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예를들어 'cash injection', 'cash in hand', 'cash cow' 등 'cash'라는 기본 단어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콜로케이션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은 독자들로 하여금 하나의 단어가 어떻게 확장되어 사용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앞서 이야기했던 종이 사전에서 한 단어를 찾다가 주변의 연관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제공한다.

저자는 레딧, 틱톡, 버즈피드, 왓츠앱 메시지, 팟캐스트, 경제학 교과서, 테크 기업 발표, 신문 기사, 링크드인 포스팅 등 현대적인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표현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했다. 이러한 접근은 책에서 배운 표현들이 실제 현실에서 바로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을 제공한다.

영어 공부 한다는 느낌으로 책의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겨가며, 우리가 학창시절 배운 필수 어휘 20000개를 벗어난 새로운 단어의 세계와 마주하며 그동안 좀 더 열심히 영단어 공부, 어휘 공부하지 않는 자신을 자책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움은 나이가 먹어가도 언제나 즐거움이다.

이 책이 제공하는 또 다른 가치는 영어 학습과 경제 지식의 습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다. 단순히 영어 표현을 익히는 것을 넘어서, 경제 관련 용어와 비즈니스 용어를 배울 수 있어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이 유익하다.

현대 사회에서 경제가 얽혀있지 않은 분야는 거의 없다. 일상생활부터 업무 환경까지, 어디서나 돈과 관련된 표현을 사용하게 된다. 이럴 때 관련 표현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의사소통의 폭이 넓어지고, 더 나아가 비즈니스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대화할 수 있게 된다.

돈에 대한 단어 하나에서 시작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거인의 눈을 잠시 빌려본다면 두툼한 사전같은 책에서 어쩌면 우리는 인생의 철학을 깨달을지도 모르겠다.

억지로 배우는 것보다 확실한 콘셉트를 잡고 영어 표현을 익힐 수 있는 책은 귀에도 쏙쏙 박히고 그 의미가 분명하게 전달된다. 우리말의 동의어처럼 영어에서도 한 단어가 여러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헷갈리지 않도록 예문과 함께 잘 설명하고 있어 학습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이 책의 학습법은 기존에 우리가 단어를 외우던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단어의 연관성에 주안점을 두어 자연스러운 확장 학습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마치 실제 언어 사용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어휘를 익히고 확장하는 과정을 유연하게 따라갈 수 이싿.

영어를 좋아하고, 돈을 좋아하고, 배움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현대 사회에서 영어 능력과 경제적 이해력은 필수적인 역량이 되었다.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영어로 경제와 금융에 대해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개인의 경쟁력을 크게 좌우한다.

이 책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정확히 부응하는 학습서다. 단순히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넘어서, 경제적 사고력과 국제적 감각을 함께 기를 수 있는 통합적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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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자연 - 우리에게는 왜 야생이 필요한가
엔리크 살라 지음, 양병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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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자연 : 우리는 자연 위에서 무엇을 해야하는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어린 시절, 저는 여느 아이들처럼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개미집 놀이를 즐겨 했다. 개미집은 그저 땅속에 난 구멍이 아니라, 거대한 지하 왕국으로 가는 신비로운 통로였다. 나는 개미 왕국의 ‘신’이 되고 싶었다. 엔리크 살라가 정의한 ‘초핵심종’이라는 개념을 알 리 없었지만 당시에는 알 수 없었지만 , 나의 행동은 딱 그 초핵심종의 역할을 무의식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는 개미집 입구가 너무 좁고 불편해 보여 개미들을 위해 ‘개선’을 시도했다. 나뭇가지로 입구를 넓히고, 큼지막한 돌멩이로 지붕을 만들어 ‘아늑한 휴식처’를 제공했다. 심지어 개미들이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과자 부스러기를 입구 주변에 뿌려 주기도 했는데, 그런 행동이 개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인간’으로서 그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의도대로 개미들이 과자 부스러기를 열심히 날라 가는 것처럼 보였다. 뿌듯함을 느꼈다. "역시 나의 도움이 필요했어!"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상황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넓힌 입구는 오히려 다른 개미 무리나 천적의 침입을 용이하게 만들었고, 과자 부스러기는 개미들이 선호하지 않는 먹이였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곰팡이가 피어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들어 버렸다. 결정적으로, ‘아늑한 휴식처’라고 만든 돌멩이 지붕은 통풍을 막아 개미집 내부의 습도를 높였고, 결국 개미들은 제가 ‘개선’한 개미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린다.

 

이때 큰 충격을 받았다. 선의가 오히려 그들에게 해악을 끼쳤다는 사실을 깨달었기 때문이다. 개미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고 착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복잡한 생태적 필요와 습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인간의 잣대로 ‘간섭’했던 잘 못된 선택일 뿐이었다. 

 


엔리크 살라의 『자연 그대로의 자연』은 인간을 생태계 구조를 설계하고 재편하는 ‘초핵심종’으로 규정하며, 그 막강한 영향력과 함께 무거운 책임을 강조한다. 마치 어린 시절의 나를 꾸짖듯이.

 

저자는 인간이 농업, 산업, 도시화 등으로 자연을 대규모로 설계하고 재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초핵심종’이라고 정의하는데, 이는 생태계 내에서 작은 개체 수에도 불구하고 전체 먹이망과 생태계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치듯, 인간은 자연계의 균형을 좌우하는 결정적 존재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인간이 단순한 ‘파괴자’가 아니라 ‘생태계 복원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즉, 인간의 힘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도 크고, 자연의 일부임을 자각하는 윤리적 전환이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인간은 자연의 균형을 무너뜨린 주범인 동시에, 이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예를 들어,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늑대를 재도입해 사슴 개체 수를 조절하고, 하천과 숲의 생태계가 회복된 사례는 인간이 생태계 복원의 촉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은 자연 자원을 무한히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이는 생태계의 자가조절 능력을 존중하는 태도다. 예를 들어, 과도한 삼림 벌채 대신 산림을 보호하고, 농업에서도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여 토양과 수질 오염을 막아야 한다.

 

생태계의 핵심종과 기초종을 보호하는 것은 전체 생태계 건강에 직결된다. 인간은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보호하고, 외래종 도입과 같은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극곰 서식지 보호를 위한 국제적 협력과 보호구역 설정이 필요하다.

 

책에 소개된 ‘바이오스피어 2’ 실험에서 보듯, 인간이 인공적으로 생태계를 통제하려는 시도가 실패하는 이유는 자연계의 복잡성과 정교함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즉, 자연을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오히려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생태계는 얽히고설킨 네트워크로, 한 부분의 변화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단편적인 이익을 위해 특정 종을 과도하게 이용하거나 서식지를 파괴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예컨대, 한 지역에서 상어를 남획하면 해양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자연을 단순한 자원이나 소비 대상으로 보지 말고, “생명은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도덕적 책임이 필요하다.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겸손한 태도를 갖고,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모색해야 하는 방법만이 자연의 균형을 유지하고 그 위에서 인간이 조금 더 오랫동안 생존을 확신할 수 있다.

 

즉, 인간은 자연의 소비자가 아니라 그 일부이다. 인간이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생태계 네트워크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뜻한다. 한 도시의 공원에서 꿀벌이 줄어들면 주변 식물의 수분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도시 생태계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요즘 꿀벌이 사라졌다는 괴담 같은 증언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우리 스스로 징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다. 바로 그게 인간이 자연에 배신을 해서는 안되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은 자연계의 ‘노드’ 중 하나로서, 자연과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건강하게 존재할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은 서로 분리 불가능한 ‘공존의 관계’에 있으며, 이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미래의 열쇠다.

 


당장 우리가 매번 강요 비슷하게 압박을 받고 있음에도 잘 안되는 게 뭐가 있을까 떠올려 봤다.

 

일회용품 줄이기

대중교통 및 친환경 이동 수단 이용

재활용 철저히 하기

육식 줄이고 채식 늘리기

지역 농산물 소비 및 로컬푸드 이용

 

마음먹기에 따라 굉장히 쉬운 접근법이지만 지속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하지만 과학자나 연구소 사람들의 고생 가득한 해결법 연구는 그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바로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인간은 자연을 설계하고 재편하는 주체지만, 동시에 자연의 일부로서 그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깨달어야 한다. 

 

책은 자연을 단순한 자원으로 소비하는 태도를 넘어, “생명은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도덕적 인식을 촉구한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 없이는 지속 가능한 미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작은 실천을 통해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할 때, 비로소 자연은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터전이자 ‘기적적인 균형’을 이루는 생명 공동체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변화를 위한 강력한 이론적 토대이자 실천적 지침이다.

 

다만 개미들을 대상으로 무모한 신의 행위를 멋대로 하지는 말자는 교훈의 본질도 머리에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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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테크 - 시니어산업, 에이지테크가 답이다
김영선 지음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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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테크(AgeTech): 시니어산업의 새로운 성장엔진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에서 '에이지테크(AgeTech)'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사회경제적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영선 교수가 집필한 이 책은 2020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에이지테크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시니어산업의 현황과 미래 전망을 데이터에 기반하여 분석한 결과물이다. 일본 자료에 많이 의존하던 기존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장 전망, 기술·서비스 개발과 실증연구를 수행한 결과를 담고 있어 가장 빨리 늙어간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의 에이지테크 산업의 로드맵을 제시한다.

에이지테크는 'Age(연령)'와 'Technology(기술)'를 결합한 용어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총칭한다. 이는 단순한 실버산업의 확장이 아닌, AI, IoT, 로봇공학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고령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개념이다. 에이지테크는 고령자의 헬스케어, 주거환경, 여가활동, 돌봄 서비스 등 전 분야에서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사회활동과 커뮤니티를 희망하는 New 시니어들의 독립적인 생활과 사회 참여를 촉진한다.

새로운 시니어는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소비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나를 위해 재산을 쓰겠다"는 비율이 10년 동안 3배 증가했으며, 이는 시니어 소비자의 가치관과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시니어 산업 규모는 현재 약 83조원으로 추정되며, 2030년까지 126조원에서 최대 27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지테크 산업은 연평균 23%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세계 경제의 8% 이상을 차지할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보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에이지테크 시장은 현재 4조원대에서 2030년에는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이 블루오션 시장에 뛰어드는 격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에이지테크는 크게 3대 핵심 분야로 구분된다 첫째, '고령자 자립생활기술(AIP Tech)'은 주거·스마트홈, 시니어영양, 디지털헬스케어, 운동·재활, 이동, 정서지원·감성서비스 등 고령자의 자립을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인프라·제품·서비스를 포함한다. 둘째, '고령자 돌봄 기술(CareTech)'은 고령자 돌봄서비스 종사자의 신체적 부담 경감 및 미래 돌봄 종사자 인력 부족 대비를 위한 돌봄 로봇 등이 해당된다. 셋째, '고령자 기술 수용 서비스'는 고령자가 기술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제품(기술)과 연계된 모든 서비스모델을 포함한다. 세번째 분야는 범위가 넓은 대신 애매한 성격이다.


개인적인 관심이 가는 분야를 살펴보겠다.

대부분의 시니어들은 건강하다면 자신의 집에서 나이 들기를 원한다. 이는 이미 일본에서 시작된 트렌드이고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4.5세, 건강수명은 72.5세로, 약 10년간은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또한 1인 시니어 가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70% 이상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편의시설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니어를 위한 대안으로 시니어타운도 에이지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고령자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AI로 진화하는 스마트홈은 시니어를 위한 맞춤형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활동 감지 센서와 가스 누출 경보 등을 통해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며, 시니어의 일상생활을 지원하고 독립성을 강화한다. 앱과 연동된 센서를 통해 부모님의 낙상 여부를 감지하고 가족의 스마트폰, TV, 패밀리허브 냉장고로 알림을 보내 위험상황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홈 케어' 서비스가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시니어의 안전과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종합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외로움을 달래주는 나만의 반려로봇, 정서지원로봇이 시니어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 있다. 이러한 로봇들은 단순한 기계가 아닌 대화와 교감을 통해 시니어들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동반자 역할을 한다. 집안 곳곳에 설치된 센싱포트로 사용자의 실시간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AI 반려로봇은 시니어들과 대화하고 일상을 함께하며 정서적 지원을 제공한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등의 보안 부분을 얼마나 신뢰성 있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불거진 SKT의 유심정보 유출 사건을 돌이켜 보면 대기업들조차 허술한 보안관리로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더군다나 일상의 모든 행동을 모니터링 하는 정보가 새어나간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동하지 못해 우울감을 느끼는 시니어들을 위해 이동 권리를 보장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시니어를 위한 대중교통 길 안내 서비스에서부터 고령층의 주요 명소 방문을 돕는다. TV 시청자는 영상에서 마음에 드는 장소가 있으면 AI 안내 도우미와 통화한 뒤 이동 경로를 문자로 전달받아 찾아갈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시니어의 이동성을 높여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고 활동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감 나무 열리듯 주렁주렁이다.

에이지테크는 AI, 로봇공학,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의 융합을 통해 더욱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여 시니어 개개인의 건강 상태, 생활 패턴, 선호도 등을 고려한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와 센서 기술의 발전은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과 응급 상황 대응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시니어들의 안전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할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들이 앞으로 시장의 활성화를 염원하며 시장에 유입되겠지만 국내외 경제적 한계상황은 OECD에서 손꼽히는 노인 자립도 최하위인 국내 시니어들에게 서비스 접근에 거대한 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쌓아놓은 자산이 부동산과 같은 고정자산에 쏠림현상이 심한 부분, 그리고 자녀에게 부를 대물림해주고 싶어하는 욕망은 발전하는 시니이 에이지 테크의 화려한 사업성을 머쓱하게 만들 가능성도 꽤 높다.

더우기 며칠전 뉴스를 장식한 정부 주도 돌봄로봇 사업이 눈 먼 국가 보조금만 빼먹고 튀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어 실제 시장과 아랑곳없이 자기 갈길만 가려는 업체들의 탐욕이 시장을 지배하게 될 수도 있다.

에이지테크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초고령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시니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에이지테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 열쇠는 아니며, 기술과 인간의 조화로운 협력이 중요하다. 에이지테크의 발전과 함께 시니어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 기술 접근성 개선,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적 이슈 해결 등 다양한 과제들 역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에이지테크는 미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시니어'와 '에이지테크에 대한 성공 솔루션'은 시니어산업 생태계를 선점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시니어산업은 향후 크게 성장할 시장인 만큼, 많은 기업이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찾고, 국내 에이지테크 관련 기술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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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는 왜 독해력에 주목하는가 - AI 시대 필수 역량 '비판적으로 읽기'의 힘
송숙희 지음 / 토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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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는 왜 독해력에 주목하는가 : AI 시대에 왜 책을 읽냐구요? 독해력의 재조명과 전략적 독서

 



*도서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AI 시대, 프롬프트 하나만 써넣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결과물로 착착 만들어 눈 앞에 대령한다. 구독을 하거나 크레딧만 쓰면 동영상에 더빙까지 뚝딱 해놓는다. 앞으로 공부할 필요 뭐 있나, 책 읽을 필요 뭐 있나? 그저 두둑한 통장잔고만 있으면 다 해결해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만들어 온 자료 검토는 누가 할건지?
AI가 제안한 다섯 개의 선택지를 누가 결정할지, 아니 선택지의 내용은 다 이해한 거야?


모든 게 편해진 세상이지만, 미안하지만 상위로 올라갈 수록 더욱 중요해진 독해력의 본질과 전략적 독서법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책은 하버드 대학교가 1636년 설립 이후 40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독해력 교육의 핵심 철학과 방법론을 분석하며, 현대 사회에서 독해력이 갖는 의미를 새롭게 들여다본다. 특히 AI가 오히려 독해력을 망가뜨릴 수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경쟁력의 본질이 어디에서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하버드 대학교는 독해력을 단순한 텍스트 해독 기술이 아닌, 비판적 사고와 지식 기반 이해력을 심화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관점은 글자를 읽는 것을 넘어서 텍스트라는 세계를 탐험하며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 집중력을 회복하며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전략적인 독서의 여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하버드가 독해력에 주목하는 이유는 정보를 해체하고 자기화하는 능력이야 말로 진정한 읽기의 본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읽은 내용을 단순히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갈 요리인 생각의 재료로 삼고 맛나게 즐기는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하버드는 이러한 능력을 통해 이해력, 분별력, 판단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완성형 지식 습득을 목표로 한다.


하버드 대학교는 ChatGPT 등장 이후 독해력 수업을 더욱 강화했으며, MBA 과정에서는 수업 시간에 AI 사용을 금지하는 규칙을 만들었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독해력은 아웃소싱 할 수 없는 핵심 역량이라는 인식이다. AI 시대의 독해력은 구명조끼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 지식을 선별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하버드에서 강조하는 독해력 강화 방법은 여러 가지 전략적 접근을 포함한다. 

첫째, 비판적 독서를 통해 텍스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기르게 한다. 둘째, 노트 테이킹 전략을 활용하여 읽은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자신만의 지식 체계로 구축한다. 셋째, 질문 기반 독서를 통해 텍스트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깊이 있는 이해를 추구한다. 넷째, 반복 독서를 통해 텍스트의 다층적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의 깊이를 더한다.


사실 책을 읽을 때 속도에 민감한 나로서는 이런 네가지 방법을 구사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제대로 책 한 권을 읽은 후 얻는 효용성이 더 큰데도, 무조건 사놓고 쌓아놓은 책 더미의 압박에 속도전만 펼친 지 후회가 든다. 책 읽기의 방향성에 새로운 방식을 적용시켜 보려 한다.


저자는 독해력-문해력-아웃풋으로 이어지는 책 읽기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단순히 읽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읽은 내용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창조적인 결과물로 산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포괄하는 셈이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글쓰기 이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읽기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독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필력은 물론 사고력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현장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다.


AI 시대의 독해력은 기술과의 협력적 관계에서 그 의미를 찾는다. AI가 교육을 혁신하고 모든 이에게 개인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독해력은 여전히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남아있다. AI는 글쓰기 아이디어 생성, 초안 작성, 문법 및 스타일 교정 등을 지원하여 우리의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텍스트 요약, 핵심 내용 파악, 질문 생성 등을 통해 독해력 향상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AI의 지원이 독해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임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실전적 독해력 훈련 방법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들을 포함한다. 

첫째, 읽기 전 준비 단계에서 텍스트에 대한 배경지식을 활성화하고 읽기 목적을 명확히 설정한다.

둘째, 읽기 중 단계에서는 능동적인 읽기 전략을 사용한다. 

셋째, 읽기 후 단계에서는 읽은 내용을 정리하고 평가한다. 


책에서는 독해력과 경제적 성공 간의 연결고리를 강조한다. 워런 버핏이 "최고의 투자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투자이며, 그중 으뜸은 책 읽기"라고 말한 것처럼, 독해력은 지식 자산을 축적하는 핵심 능력이다.


이 책은 단순한 독서법 안내서를 넘어서, AI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인 생존 전략을 제시하는 지침서로서의 가치를 갖는다. 나부터 다소 벗어나 있는 독서법부터 바꾸고 어떻게 AI를 활용할지, 그리고 어떤 결과물로 매듭지을지 다시 한번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전략적 독서의 로드맵은 개인의 지적 성장과 사회적 기여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독해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미래 지성의 핵심 경쟁력임을 이 책은 명확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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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시간 1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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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시간 : 돌아온 존 그리샴, 법정 스릴러의 거장이 돌아왔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

강렬한 주인공의 눈빛만큼이나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느끼는 충격은 드라마로서는 매력넘치지만, 우리 현실의 투영이라는 우울함도 동반한다.

13세 소년이 살인 혐의로 체포되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믿을 수 없게, 원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되어 마치 현실을 목격하는 듯한 생생함을 전달한다. 각 에피소드가 끊김 없이 진행되며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며, 청소년 범죄의 복잡한 이면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작품이었다. 묵직한드라마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전설에서나 등장할 듯한 거장 존 그리샴의 신작 '자비의 시간'은 두 작품 모두 청소년이 저지른 살인 사건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소년의 시간'이 영국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직면한 온라인 괴롭힘과 여성혐오 문화를 배경으로 한다면, '자비의 시간'은 과거로 훌쩍 넘어가 1990년대 미국 남부의 보수적 가치관 속에서 가정폭력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다룬다. 두 작품 모두 범죄 스토리를 넘어서 사회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접근 방식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드라마가 현실적이고 절망적인 톤으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조명한다면, 그리샴은 법정 스릴러라는 본인이 가장 잘하는 장르적 틀 안에서 정의와 자비의 경계를 탐색한다.

존 그리샴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것은 1990년대를 풍미했던 그의 초기 걸작들이다. '타임 투 킬', '펠리컨 브리프', '사라진 배심원' 등 법정 스릴러라는 생전 듣도 보도 못했던 장르를 대중문학 주류로 끌어올렸다. 감사하게도 그의 소설들은 복잡한 법적 쟁점을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텔링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비록 영화로 제작된 작품들은 시간의 한계로 맥이 빠지는 부분도 있지만 작품 특성상 불가피한 아쉬움이다.

'자비의 시간'은 그리샴의 대표 시리즈인 제이크 브리건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오랜만에 만난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여전히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법정 장면의 긴장감은 건재하다. 초기 작품들이 보여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예측 불가능한 전개는 이제 어느 정도 공식화된 느낌이다. 작가의 성숙함과 깊이가 느껴진다. 단순한 승부욕이나 스릴을 추구하기보다는, 인간의 도덕적 갈등과 사회적 정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아내려는 거장의 의지가 보인다.

'자비의 시간'은 미국 앨라배마주의 작은 도시 클랜턴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제이크 브리건스가 휴일 이른 아침 동료의 전화를 받으며 시작된다. 이 지역의 보안관보 스튜어트 코퍼가 자기 집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으며, 동거하던 여자친구의 아들이 범인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열여섯 살 소년 드루 갬블은 어머니 조시와 함께 보안관보 스튜어트 코퍼의 집에서 살고 있었다. 스튜어트는 평소 조시와 그녀의 자녀들인 드루와 딸 키이라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했다. 그날 밤도 예외가 아니었다. 잔뜩 술에 취한  스튜어트가 조시에게 폭력을 가해 그녀가 정신을 잃었다. 이때 드루는 자신과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스튜어트를 향해 권총을 쏘고 만다.

그러나, 지역 사회에서 스튜어트는 보안관으로서 좋은 평판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가 다른 사람도 아닌 의붓아들에게 살해당하자, 자연스럽게 드루에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된다. 검찰은 드루의 사형을 주장하지만, 이에 맞서 제이크는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고 맞선다. 드루가 가정폭력에서 가족을 지키려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는 점을 입증하려 노력한다.


소설의 초반부는 이러한 사건의 발단, 그리고 제이크가 사건을 맡게 되는 과정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초반부터 등장인물들의 배경과 심리를 세심하게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다. 특히 드루의 복잡성을 부각시킨다.

권위적인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가정폭력이 은폐되기 쉬운 구조적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은폐된 사회적 이슈이다. 드루는 단순히 피해자나 가해자로 규정할 수 없는 애매한 위치이고, 이는 현실의 복잡성을 잘 반영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법정 장면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미 그의 작품을 접했다면 어색하지 않은 장면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배심원제도라는 우리와는 다른 형태의 재판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공방에 흥미를 돋군다. 법적 논리와 인간적 감정 사이의 긴장감은 법정을 가득 채우며, 정의를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은 동일하다는 묘한 동질감도 느낄 수 있었다.

'자비의 시간'은 존 그리샴이라는 작가의 성장과 변화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초기 작품들이 보여준 그 압도적인 스릴과 몰입감은 약간 물러지 느낌도 들지만, 이런 세월의 흐름을 깊이 있는 인간 탐구와 사회적 성찰로 담아냈다. 단순한 장르 소설을 넘어서 진정한 문학적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받을 위치를 넘어선 것이다.

'소년의 시간'과 비교해보면, 두 작품 모두 청소년이 저지른 살인 사건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조명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소설은 그 속에서도 희망과 구원의 가능성을 찾으려 노력한다. 

 '자비의 시간'은 오락성과 문학성, 현실성과 이상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한 작품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성숙한 작가의 깊이 있는 성찰이 담긴 의미 있는 작품이기에 그를 잘알고 있던 팬이던, 처음 접하게 된 독자이던 꼭 한 번 선택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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