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의 자연 : 우리는 자연 위에서 무엇을 해야하는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어린 시절, 저는 여느 아이들처럼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개미집 놀이를 즐겨 했다. 개미집은 그저 땅속에 난 구멍이 아니라, 거대한 지하 왕국으로 가는 신비로운 통로였다. 나는 개미 왕국의 ‘신’이 되고 싶었다. 엔리크 살라가 정의한 ‘초핵심종’이라는 개념을 알 리 없었지만 당시에는 알 수 없었지만 , 나의 행동은 딱 그 초핵심종의 역할을 무의식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는 개미집 입구가 너무 좁고 불편해 보여 개미들을 위해 ‘개선’을 시도했다. 나뭇가지로 입구를 넓히고, 큼지막한 돌멩이로 지붕을 만들어 ‘아늑한 휴식처’를 제공했다. 심지어 개미들이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과자 부스러기를 입구 주변에 뿌려 주기도 했는데, 그런 행동이 개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인간’으로서 그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의도대로 개미들이 과자 부스러기를 열심히 날라 가는 것처럼 보였다. 뿌듯함을 느꼈다. "역시 나의 도움이 필요했어!"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상황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넓힌 입구는 오히려 다른 개미 무리나 천적의 침입을 용이하게 만들었고, 과자 부스러기는 개미들이 선호하지 않는 먹이였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곰팡이가 피어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들어 버렸다. 결정적으로, ‘아늑한 휴식처’라고 만든 돌멩이 지붕은 통풍을 막아 개미집 내부의 습도를 높였고, 결국 개미들은 제가 ‘개선’한 개미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린다.
이때 큰 충격을 받았다. 선의가 오히려 그들에게 해악을 끼쳤다는 사실을 깨달었기 때문이다. 개미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고 착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복잡한 생태적 필요와 습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인간의 잣대로 ‘간섭’했던 잘 못된 선택일 뿐이었다.

엔리크 살라의 『자연 그대로의 자연』은 인간을 생태계 구조를 설계하고 재편하는 ‘초핵심종’으로 규정하며, 그 막강한 영향력과 함께 무거운 책임을 강조한다. 마치 어린 시절의 나를 꾸짖듯이.
저자는 인간이 농업, 산업, 도시화 등으로 자연을 대규모로 설계하고 재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초핵심종’이라고 정의하는데, 이는 생태계 내에서 작은 개체 수에도 불구하고 전체 먹이망과 생태계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치듯, 인간은 자연계의 균형을 좌우하는 결정적 존재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인간이 단순한 ‘파괴자’가 아니라 ‘생태계 복원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즉, 인간의 힘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도 크고, 자연의 일부임을 자각하는 윤리적 전환이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인간은 자연의 균형을 무너뜨린 주범인 동시에, 이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예를 들어,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늑대를 재도입해 사슴 개체 수를 조절하고, 하천과 숲의 생태계가 회복된 사례는 인간이 생태계 복원의 촉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은 자연 자원을 무한히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이는 생태계의 자가조절 능력을 존중하는 태도다. 예를 들어, 과도한 삼림 벌채 대신 산림을 보호하고, 농업에서도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여 토양과 수질 오염을 막아야 한다.
생태계의 핵심종과 기초종을 보호하는 것은 전체 생태계 건강에 직결된다. 인간은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보호하고, 외래종 도입과 같은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극곰 서식지 보호를 위한 국제적 협력과 보호구역 설정이 필요하다.
책에 소개된 ‘바이오스피어 2’ 실험에서 보듯, 인간이 인공적으로 생태계를 통제하려는 시도가 실패하는 이유는 자연계의 복잡성과 정교함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즉, 자연을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오히려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생태계는 얽히고설킨 네트워크로, 한 부분의 변화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단편적인 이익을 위해 특정 종을 과도하게 이용하거나 서식지를 파괴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예컨대, 한 지역에서 상어를 남획하면 해양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자연을 단순한 자원이나 소비 대상으로 보지 말고, “생명은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도덕적 책임이 필요하다.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겸손한 태도를 갖고,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모색해야 하는 방법만이 자연의 균형을 유지하고 그 위에서 인간이 조금 더 오랫동안 생존을 확신할 수 있다.
즉, 인간은 자연의 소비자가 아니라 그 일부이다. 인간이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생태계 네트워크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뜻한다. 한 도시의 공원에서 꿀벌이 줄어들면 주변 식물의 수분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도시 생태계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요즘 꿀벌이 사라졌다는 괴담 같은 증언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우리 스스로 징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다. 바로 그게 인간이 자연에 배신을 해서는 안되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은 자연계의 ‘노드’ 중 하나로서, 자연과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건강하게 존재할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은 서로 분리 불가능한 ‘공존의 관계’에 있으며, 이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미래의 열쇠다.

당장 우리가 매번 강요 비슷하게 압박을 받고 있음에도 잘 안되는 게 뭐가 있을까 떠올려 봤다.
일회용품 줄이기
대중교통 및 친환경 이동 수단 이용
재활용 철저히 하기
육식 줄이고 채식 늘리기
지역 농산물 소비 및 로컬푸드 이용
마음먹기에 따라 굉장히 쉬운 접근법이지만 지속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하지만 과학자나 연구소 사람들의 고생 가득한 해결법 연구는 그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바로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인간은 자연을 설계하고 재편하는 주체지만, 동시에 자연의 일부로서 그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깨달어야 한다.
책은 자연을 단순한 자원으로 소비하는 태도를 넘어, “생명은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도덕적 인식을 촉구한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 없이는 지속 가능한 미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작은 실천을 통해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할 때, 비로소 자연은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터전이자 ‘기적적인 균형’을 이루는 생명 공동체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변화를 위한 강력한 이론적 토대이자 실천적 지침이다.
다만 개미들을 대상으로 무모한 신의 행위를 멋대로 하지는 말자는 교훈의 본질도 머리에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