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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보다 재미있는 디자인
최경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1월
평점 :

미술보다 재미있는 디자인 : 상업과 예술 사이를 바삐 움직이는 발상과 표현의 천재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미술과 디자인의 차이를 일반인이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나의 영역에서 자본주의의 성장에 따라 상업적인 지류가 생겨났고 한 번 갈라진 강의 흐름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별도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중문화를 고전 문화에 비해 한 단계 낮게 보는 경향은 비단 미술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쉽게 나타난다.
역사서가 왕가 위주의 국가 관점의 서술로 지금까지 쓰여 왔지만, 현대에 이르러 거대한 물결 자체였던 대중의 시간을 재조명하게 되었듯, 예술 분야가 단순히 상업적이란 이유만으로 하대할 이유도 없어졌고, 하나의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영역으로 위치를 차지하면서 내부의 순수예술 수준의 지적이며 미학의 완성도를 갖춘 무리도 등장할 수 있었다.
예슬이나 역사나 중요한 포인트는 누가 수용하느냐의 문제다.
지배자의 업적을 기술하여 권력을 굳건히 하려는 역사의 문체가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고 거대한 시간의 족적을 남긴 민중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현상과 동일하게 예술에서도 실제 고객 또는 관객과 호흡하는 소통이 본질의 추구하는 목적이 돼야 한다는 확신을 갖을 수 있게 된다.
미술 분야 역시 지극히 상업적인 요소가 절대 다수였던 디자인이 지금은 오히려 소비자의 정서를 공유하고, 지향점을 전달하는 능력이 확고 해지며 예술의 순수함을 무기로 삼아 새로운 관계를 맺는 상향의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책에서 소개된 다수의 사례들은 이런 측면에서 제품을 포장하거나 상징하는 디자인을 넘어 패키지 안에서 예술의 아름다움과 정서적 공감을 얻어내는 작품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주제에 맞게 배열된 실제 상품화된 디자인 케이스 스터디는 발상부터 신선하고, 어려웠던 제품의 특징과 소비자에게 소구하는 요소들의 핵심을 잡아내어 디자인을 보는 순간, 아 이거 사고 싶다, 어 이거 예술품이네, 아름답다, 좋다. 라는 감정들을 동시에 쏟아낸다.
종이 위에 작은 이미지로 봐도 감탄을 자아내는데 실제 상품 패키지로 손에 들고 바라본다면 또다른 놀라움과 소유욕이 몸을 지배하리라.

소개된 디자인 중 달콤한 초콜릿의 향기로 유혹한 사람은 “다카하시 유타”라는 예술가였다.
검은 초콜릿의 이미지와 정반대의 순백 껍데기는 상품과 대비되는 동시에 풍미를 상상하게 만들고 있다. 미니멀리즘의 현대 감각이 상업성을 내포하는 동시에 상품의 순수함을 표현하여 완전무결한 소비의 귀결점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패키지 하단에 동그란 점을 배치하여 초콜릿에 포함된 카카오 함량까지 알려준다.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숫자로 표현하는 방식도 획기적이지만, 까만 점의 인디게이터가 은유적으로 정보를 제시하는 역할도 흥미롭다.
연어 향기 간장의 패키지를 담당했던 “키쿠치 카즈히로”의 디자인과도 맥락을 같이 하지만 확실히 흑백 만을 사용하여 컬러를 쏙 뺀 담백함이 눈길을 더 강하게 잡아 끌고 있다.
마찬가지로 스파클링 워터 광고에 사용된 투명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강조한 “야마자키 세이터로”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패키지뿐 만 아니라 인쇄 광고는 배경의 초록을 강조하며 제품을 넘어 자연 속에서 인간이 건강하고 안락한 삶을 추구해야하는 이유를 담아낸 듯 하다.
푸르름이 가득한 숲의 한 복판에서 편하게 해먹에 누워 풀 향기와 함께 스파클링 워터의 상큼한 목 넘김을 즐긴다는 상상만으로 미술작품의 감상에 비견될 긍정 에너지를 온 몸에 받게 된다.

반핵 포스터로 소개된 부분은 아직도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일본인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어 잠깐 씁쓸한 느낌도 받는다.
경제 동물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붙일 정도로 너무나 상업적인 일본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광고주들의 선택을 받게 될 수준 높은 광고 디자인을 책으로 나마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과거 일본 패키지를 본 따서 제품을 내놓은 카피캣이 욕도 많이 먹던 어두운 대한민국이 이제는 오히려 앞서는 결과물을 내놓는 시대 변화가 놀랍기도 하다.
화려함에 눈길이 더 가는게 한국 사람들의 특징일지 모르겠지만, 절제된 미학을 기반으로 담담하게 고객들에게 구매를 제안하는 디자인의 간소함이 오히려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의 예술혼일지 모르겠다.
제품 디자인에 걸맞는 상품의 충실도가 따라 주기를 바라며, 기회가 된다면 책에 등장하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어 공감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