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명옥의 크로싱 - 99명의 거장에게서 발견한 생각의 연금술
이명옥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평점 :
디지컬 컨버전스, 하이브리드 자동차, u-시티, 퓨전 요리등 낯설었던 단어들이
이제는 일상 용어로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바야흐로 융합과 통섭의 시대인 것이다.
이 시대의 최고 멘토로 꼽히는 안철수 교수가 재직하는 서울대에서의 직책도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니 창의적 융합 인재가 대세인 모양이다.
한 시대의 사회상을 살펴보면 그 시대의 인재상이 보인다고 했으니 통섭과
융합의 시대인 21세기가 원하는 것은 그야말로 '융합형 인재'들인것이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이 융합이 화두인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예술과 접목시킨 책을 발표했다. 전작에서도 인문학, 수학, 과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예술과 접목시키는데 비상한 재능을 보였던 터라 21세기 융합형
인재상을 제시하는 '크로싱'는 앞선 발표한 작품들의 에센스라 할 수 있다.
그녀 자신이 융합형 인재로 분류되는만큼 그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해
마음껏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눈의 즐거움과 새로운 지식의 축적이라는
뇌의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백남준, 고흐 등 예술계 거장 99명의 작품과 삶을
추적하고 그들의 작업방식과 작품성향등을 꼼꼼하게 분석하여 융합의 방식에
따라 8가지 스타일로 나누었다.
네덜란드와 일본의 판화문화를 융합했던 반고흐는 내 것과 네 것을 섞은
하이브리드형 예술가.
비디오 아트 창시자인 백남준은 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얼리어답터형
예술가,
편집광증 비평방법을 창안한 살바도르 달리는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발명가형 예술가,
해부경험을 통해 인체 골격을 완벽하게 표현했던 미켈란젤로는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체험형 예술가,
멀티인재의 전형이라고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멀티플레이형 예술가,
세상을 떠날때까지 근 30년동안 은둔하며 그림만 그린 폴 세잔은 몰입의
절정을 보여주며 작업을 하는 연구자형 예술가,
청각을 시각으로 변화시킨 공감자인 바실리 칸딘스키는 감각과 감각을
넘나드는 공감각형 예술가,
듀오 아티스트이자 샴쌍둥이처럼 함께 창작 활동을 했던 길버트 프로쉬와
조지 패스모어는 너와 나를 통한 협업형 예술가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념 굳이 8가지 스타일을 나눌 필요없이 대부분의
예술가는 전분야에 걸쳐 비슷한 성향을 보여줌을 알 수 있다.
책에 실린 거장들의 그림은 융합형 인재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와 새로운
가치추구를 위한 탐구정신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한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거장과 더불어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펼쳤지만 아직 익숙치
않은 우리나라 예술가들을 전 영역에 걸쳐 소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현대
우리나라 예술가들을 접하게 하여 깊이를 더하고 있다.
다른 예술가들은 미술 재료로 사용한 적이 없는 비누를 활용한 도자기를 만들어
시각과 후각, 촉각을 융합시킨 신미경 작품이나 겉모양은 영락없는 마늘인데
안은 오렌지인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신종 과채로 역설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
김문경 작품, 인간과 동식물을 이종 교배한 이희명의 설치미술 등은 번득이는
아이디어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자유로운 사유와 유연한 상상력이 넘나드는
멋진 작품들이라 인상적이였다.
|
| ▲ 김문경 ‘마늘 오렌지’ |
이 책을 읽다보니 미술은 언제나 철학, 수학, 과학, 사회에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통섭적이고 융합적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대다수의
미술사 거장들이 융복합형 인재였나 보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어디 출신이지 물으면 "아테네"라고 말하지 않고 "세계'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무척 부럽다.
하이브리드적 사고와 감성, 상상력이 필요한 생각의 트랜스포머를 위해서는
획일, 편견, 고정관념, 경계선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그 빈자리를 개방,
소통, 유연함, 다양성이라는 단어들로 채워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세계를 진화시킨 거장들의 인생을 보니 융합의 시대에 걸맞은 창조적인 인재가
되는 첫 걸음을 내닫어 융합 트렌드에 제대로 발맞춰가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이제 가슴을 열고 세상을 맞이해야 할 때가 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