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문학과 서양문화를 이해함에 있어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지식을 필수적으로 꼽는다. 이것과 더불어 서양고전에 뿌리를 두고 있는 관용어나 표현들도 그들이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것이라 서양문화에 대한 문화적 지평을 체험할 수 있는 또다른 지식의 보고다. 이 책은 바로 서양의 고전 속에 등장하는 글귀나 고사성어를 재미있는 사례와 더불어 알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고대 로마의 역사가 가이우스 플리니우스가 <박물지>에서 처음 언급한 '악어의 눈물'부터 권력을 쥔 사람들이 흔히 맞부딪치게 되는 위험이라 재앙을 뜻하는 '다모클레스의 칼',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할때 외쳤던 "주사위는 던져졌다", <햄릿>의 유명한 대사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로다!" ,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이룩한 엘리자베스 여왕이 말했던 "과인은 영국과 결혼했노라" 등과 같이 간간히 들어보거나 사용하기는 했지만 정확한 뜻을 잘 모르는 용어를 마흔세 개의 경구난 고사성어를 간추려 고대, 중세와 르네상스,근대와 현대편으로 나눠 다뤘다. 시대별 경구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서 옛날에 한정된 이야기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가의 풍부한 지식덕분에 현재 사건과의 연계성과 어우어지면서 이해를 돕는다. 이를테면 이런식이다. 얼마전 파키스탄 법원이 여성을 납치해 코와 귀를 귀를 자른 남성에게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코와 귀를 자르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뉴스와 함께 '눈에는 눈,이에는 이'가 새견진 함무라비 법전을 소개하고 있고, '집단 따돌림' 흔히 '왕따'라는 사회문제는 고대 그리스 시대 아테네에서 시행되었던 '패각추방제도'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으며.최근 정부가 '수쿠크'로 일컫는 이슬람채권에 면세 혜택을 주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 발표에 일부 개신교 교회의 반발사건과 맞물려 교황과 황제가 갈등을 일으킨 '카노사의 굴욕'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알려주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옛 경구가 세월의 흐름에도 빛바래지 않고 여전히 이야기의 재미와 흥미를 주면서도 옛분들의 지혜,교훈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 책은 챕터마다 영어원문이 삽입되어 있다. 아무리 번역이 훌륭하다 해도 원문이 주는 느낌은 읽는 각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대로된 원문을 즐길 수 있는 건 독자에게 주어지는 보너스다. 얼마 전 우리 삶이 '다모클레스의 칼'처럼 위태롭고 인간관계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처럼 복잡하다는 글을 접한 적이 있다. 또한 우리 삶은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에서 주저했듯이 삶의 갈림길에서 망설일 때도 있다. 이런 모든 어려움과 선택의 갈림길에 저자의 안내에 따라 오랜 세월동안 다듬어지고 정제된 지식의 보고인 고전속의 경구를 음미해보자. 모든 현명한 지혜가 그러하듯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모습으로 내 머리속에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서양문화 자체를 조망할 수 있는 길잡이로 뿐만 아니라 우리 머리속에 체화되어 풍부해진 지식이 우리를 현명한 선택으로 이끌 것이다. 문은 항상 우리에게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