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페 드 유럽 - 부부 커피스트의 달콤한 유럽 여행
류상원.변수영 지음 / 북카라반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커피 그거 뭐 배울게 있나' 그랬는데 이렇게까지 커피에 미쳐버릴 줄은....
저도 놀라워요.
신혼여행으로 80일간 유럽 전역의 카페를 갔다온 저자의 커피에 대한 애정고백이다.
사실 나도 그랬다.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는 친구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우유를 시키던
나였다. 마치 중국집에 가서 남들 다 짜장면을 시킬때 혼자서 짬뽕을 시키는 분위기
깬다고 구박받았지만 그만큼 커피의 씁씁한 맛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커피를 하루에 보통 세잔씩 마시는 커피마니아가 되었다. 어떤 계기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침에 일어나서 마시는 한잔의 커피는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아 수세미처럼 뒤엉켜 몽롱한 정신을 맑게 해주어 하루의 행복을
열어준다.
향긋한 모닝커피뿐만 아니라 나른하고 졸린 오후에 마시는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이나
비오는 날 더욱 땡기는 달달하고 부드러운 까페오레까지 . 커피는 어느샌가 내
일상생활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커피 한잔 마실래? 라는 말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역할을 하면서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하고 대화를 하게 하니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커피는
매력적일수밖에 없다
커피가 인생이고 사랑이라는 저자에겐 더욱 그렇다. 게다가 노마드 세포를 자극하는
장소인 유럽카페 여행은 더욱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유럽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장소가 아니라 문화가 있고 전통과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매혹적인 공간이니까
시간이 만들고, 상처가 치장하고,역사가 완성한 유럽의 유서깊은 까페 이야기가
발로 뛰며 경험한 그들의 시선으로 책 속에 고대로 옮겨져있다.
영국을 시작으로 베네룩스3국, 독일,체코,오스트리아,이탈리아, 프랑스 순으로
되어 있었지만 나는 프랑스편을 펼치고 '르 프로코프' 카페를 먼저 찾았다.
프랑스 최초의 카페이고 당대 유명한 예술가들의 사랑방이고 문학카페였던 이곳을
기억하는 것은 언젠가 책에서 르 프로코프 메뉴판에는
"지금으로부터 200년도 훨씬 전에 아마도 당신이 앉은 자리에서 볼테르, 보마르셰,
마라, 당통, 로베스피에르, 벤저민 프랭클린, 베를렌과 감베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같은 사람들도 식사를 했을 것입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프로코프에 오신
당신을 환영합니다.” 라고 적혀있다고 해서이다.
그래서 파리에 가게되면 성지순례하듯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곳을 찾아가 당대의
예술가들과 같은 공간에서 그들의 향취를 느껴보고 싶다고 계획하였었는데 저자들에게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는지 별다른 감흥이 적혀있지 않았다.

그 다음에 찾아본 곳은 베네치아에 있는 유럽 최초의 카페인 '플로리안'이다. 세련된
현대식 카페보다는 고풍스럽고 기품있는 카페를 선호하다 보니 수백년의 역사가
있는 카페들을 주로 보게 되었다. 이곳은 1720년에 오픈한 이래 290년 역사를 지닌
카페로 쾨테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살롱'으로 칭송한 곳이다.
베네치아에 갔었을 때 이곳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 정말 아쉽다. 고풍스럽고 우아한
이곳에서 금장의 띠가 기품있게 둘러진 커피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면 괴테의 문학적
영감을 받을 지도 몰랐을 텐데^^


그런면에서 프랑스 아를에 있는 '르 카페 라 뉘'도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우리집 거실에 걸려있는 고흐의 대표작인 '밤의 카페 테라스'의 카페이기 때문이다.
벽 곳곳에 고흐의 그림들이 걸여 있고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천장을 보니 100년의
시간이 훌쩍 뛰어넘어 카페에 매료된 고흐의 심정이 느껴지는 듯하다.


수많은 아름다운 카페사진들과 어울려 있는 커피 사진들을 보면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어머 이건 꼭 마셔야겠다'는 버전으로 자동 변화되게 만들 정도로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모두 만끽할 수 있고 예술가들의 발자취와
전통을 중시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역사를 이어가는 유럽 문화와 역사를 느낄수
있는 문화기행기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처음에는 커피가 궁금해서 떠나온 여행이었지만 카페를 방문해서 저마다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커피를 맛보다 보니 뜻하지 않게 커피 한 잔에 담긴 정신과 철학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름이 알려진 유명 카페뿐만 아니라 골목길 구석구석 자리한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모습의 작은 공간의 카페들이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그 나라마다 삶의 향기가 녹아있는 모습이 가슴에 남았기 때문이다.
밖을 보니 소담스럽게 눈이 내리고 있다. 오늘은 동네 골목길 모퉁이 한쪽에 자리 잡은
조그맣고 멋스러운 까페에서 입안 구석구석 향과 맛이 퍼지는 진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마시며 한겨울에 맞이하는 따스한 온기와 삶의 여유를 느껴보고 싶다.
커피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 만들어내는 커피 한잔에는 그것을 마시는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힘이 들어 있다고 믿는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